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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도기 Dec 29. 2020

길을 걷는다는 것은

feat. 107km 행군

국제학교 10학년 재학 당시 운동을 사랑한 교감선생님 Mr. 북쪽은 우리에게 캠핑 트립이라는 이름의  2박 3일 100킬로 행군을 계획했다. 발에는 물집이 생기다 못해 피가 고였고 말라비틀어져 빨간 온점이 되었다. 테이프를 칭칭 감아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면 2박 3일의 행군을 끝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8년 뒤 K-2 소총 포함 40킬로의 완전 군장을 한 강민석 후보생은 그때를 기억하며 버텨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즌이 되면 어머니는 누나와 나를 데리고 북부해수욕장 일주 변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창문을 닫고 소리를 지르며 선루프만 없었지 강민경의 익룡 연기를 방불케 했던 것 같다. 시원하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우리만 아는 조용한 부둣가에 차를 주차하고 걸었다. 부둣가를 중심으로 양쪽 모두 화려했는데 실상은 왼쪽 포스코 공장 오른쪽 모텔 가였다. 밤만 되면 다채로운 색감에 조금 과장을 보태면 라스베이거스의 거리를 보는 것만 같다.


여행을 가다 보면 반드시 어떤 명소를 가야만 그것이 '기억'으로 남는 건 아니다. 그냥 별생각 없이 걷던 길부터 어느 지점으로 도달하기 위해 걸었던 순간까지 여행의 추억으로 남았다.


동기 새내기들과 떠난 대만 여행에서 내가 가이드가 되어 만두 맛집을 찾아가던 길.

켄터키 볼링그린 우리 집에서 어머니를 마중하러 가던 캠퍼스 길

태국 옹꼬이 불빛이라곤 하나 없는 동내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올라가던 언덕길

매일 숙소에서 출근과 퇴근을 하던 페루 아레키파의 예쁜 벽화가 있던 길

르완다 키갈리에서 환전을 하기 위해 찾아가던 매연 많은 길

인도 뉴델리 쿠트르 미나르 유적 보존한답시고 봉사하러 가던 길

샌 안토니오의 시 워크라는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사랑하던 길

그리고 생각하면 더 있겠지만 현재 근무를 스러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보이던 구룡포 바다와 노을이 보이던     언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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