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디어 레일라
제주에서 투율남매와 살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육지로 돌아와야 했을때, 두 아이에게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펼쳐지길 희망하냐고 물었다. 작은 아이는 엄마와 당연히 함께라고 했고, 큰 아이는 무조건 제주국제학교 기숙에 남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동안 서울에서의 국공립, 원주에서의 사립 그리고 제주국제학교에서 생활까지 잠시나마 경험한 큰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잘 할 수 있을까? 중학교 시절부터 기숙생활을 했던 나도 쉽지 않았는데 4학년 어린 아이가 할 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하며 우리는 이 후 서로의 생활에 대해, 앞으로 펼쳐질 생활에 대해 최대로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그렇게 큰 아이를 두고 육지로 나왔다.
첫 반 학기는 기숙생활에 적응 하느라 참 행복해 했고, 두번째 학기는 친구와 상급생 언니와 생기는 마찰로 인해 울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마음은 찢어지고 아이몰래 울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으나 결국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들어주고 다독여주는것뿐이었다. 최대한 담담하게 말이다. 제주nlcs 주니어 기숙 시스템은 그래도 만족스러웠고 선생님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그렇게 아이를 응원했다.
나도 오랜 유학생활을 했듯, 모든 일에 백프로의 만족은 거의 희박하다. 그저 문제가 발생 할 때마다 침착히 지혜로운 해결방법에 집중 할 뿐이고, 때로는 그 과정이 페인풀 할 때도 있지만 모든 과정이 시간이 필요하며 다 아이를 성장 시킬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조급하지 않게 스스로 실패도 경험하고 또 작은 성공과 성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고 믿어주기. 분명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내가 예전에 내 부모님께 바라던 것들이 자연스레 내 아이에게 투영되었다. 나 또한 만점짜리 부모는 될 수 없어도 늘 노력하는 부모이고 싶었다.
"엄마가 너희를 키워주고 케어해 주는 건 딱19살 까지야. 그 후론 너희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고 헤쳐가야 해.“
그러려면 아이들도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하고 책임지는 연습.
아주 사소한 것부터.
세번째 학기에는 옆에서 상 받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어떻게 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했으며, 수영을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겨울방학에 수영강습을 일주일에 두세번 시켰다. 어떤 과목이 어렵냐 물으니 수학이라기에 방학 중 매일 집앞에 수학보습을 보내며 어려워하는 부분은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쉬운 부분은 좀 빠르게 진도를 나가 달라 부탁했다.
거창하진 않아도 사실상 모든걸 내 아이 기준으로 맞춰 설계했다.
그러려면 서로 대화가 중요했고, 자연스레 그녀의 친한 친구, 언니, 이모, 엄마 그녀가 원하는 모든이가 되 주었다. 물론 아이가 잘못하면 호랑이처럼 무섭게 굴지만 때리지 않았고, 의견조율이 안 될때는 각자의 방이나 공간에서 서로 생각 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곤 했다. 자신감과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 나누거나 밤에 함께누워 부비적거리며 서로의 하루를 응원하고 걱정하며 기도로 매일 마무리 하는게 우리의 방학 중 루틴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필요를 사소하게 채워가며 퀄리티타임을 보내고 아이는 기숙으로 돌아가 학업에 집중하고 나는 그 시간동안 일에 전념했다.
기숙사에서는 숙제와 빨래 보내고 찾기 등 사소한것부터 스스로 해야하기에 아이지만 작은어른처럼 하나씩 배워가게 된다. 라떼는 지구 반바퀴를 넘어 공부하기에 일년에 한두번 부모를 만났지만 그에 비하면 엎어지면 코닿을 제주이고, 영국 학교의 특성 상 5주마다 주말포함 열흘씩 쉬어가기에 아이도 큰 무리없이 학교와 기숙생활에 적응 해 나간듯 하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당신의 아이에게 수상 할 시상식 행사에(작은것도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해외교육시스템)학부모님인 나를 초청한다는 이메일을 열었을때의 짜릿함과 뿌듯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동과 감정들이다. 큰 사교육 없이 스스로 할 일을 해 나가고 성적을 올려가는 큰아이가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지난번에는 영어 선생님이 주시는 헤드어워드를, 이번에는 휴매니티 선생님이 주시는 헤드어워드를 받았다. 스스로의 힘을 쌓아가는 레일라의 성장기를 지켜보는 행복이 참으로 크다. 비록 호주로 떠나는 가족여행으로 시상식 행사에 참여 하진 못했지만 동영상으로 보내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며 내 아이를 잘 길러 주고 계신 하나님 아버지께 아주 많이 감사드린다. (또 거창하게 마무리 하는 나는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