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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Dec 09. 2020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레임과 호기심 그리고 어느정도의 두려움을 가진 듯 하다.

'첫만남' '첫사랑' '첫키스' ...

그래서 더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서 살짝 쫄아있는채로 처음을 어렵게만 느낀다.


나는 결혼도/이혼도 처음이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역시 처음이었고, 이 3단콤보를 겪는다는건,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랑 같거나 혹은 내 기준에서는 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이고, 여기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점과, 남녀사이의 분쟁을 조장하거나 일으키고 싶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평범한 생각 중 하나 임을 덧붙인다.)


가끔 뉴스의 사회면에서 보이는 기사 중에 남자들만 군대를 가야해서 인생 계획표에 차질이 불가피 하다고 하던데, 사실 그렇게 따지면 맞벌이가 필수인 현대의 시대에는 오히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인생 계획표에 큰 차질을 빚는 건 여자들이지 않을까? 정말 쉬운 예로, 군생활을 잘 마치면 면접에서 가산점이라도 주지만,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기간도 훨씬 길어질뿐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과 대우는 곱지 않기 때문이다.(몇몇의 대기업 다니는 여자친구들은 엄청 좋은 복지를 자랑하고 절대 퇴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신체의 변화는 어떠한가? 군대는 제대하면 더욱 건강해진 신체와 정신을 자랑하며 스스로도 해냈다는 높은 자존감을 선물 받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신체변화는 막대한 스트레스와 그에 뒤따르는 낮은 자존감을 선물 한다. 아이를 낳고 몸이 더 좋아졌다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아이를 낳고 살이 빠지지 않는것은, 아직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은 데다 아이를 더 잘 양육하기 위해 온 신경을 쏟느라 내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 내가 게을러서가 결코 아니다!


반대로,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역시도 처음 해보는 결혼이기에 어리숙 하긴 마찬가지일터. 그런데 아내는 마치 '당신이 남자니까 모든걸 책임져야지', 사사건건히 '남자니까..' 라는 이유로 아내와 자식 그리고 부모님 부양까지 온갖 의무와 책임감을 부여한다면 이 또한 막대한 스트레스로 작용 할 것이다. 또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 온갖 사회생활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적응하고 참아내야 하는 데 말이다. 멘탈이 센 남성들도 무너지고 버겁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대변 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가 세상에 존재 하고, 또 각자의 억울함이 있겠지만 서로 인정 할 것은 인정 해 주어야 한다. 서로를 인정함에서 관계의 발전은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지금은 알겠는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아무튼, 전투적으로 싸울때는 서로가 정신이 없어서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건 분명하다.

결국 결혼생활에서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억울함을 삐뚤게 표출시키며 서로의 마음에 상채기를 낸다.

한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는데, 그걸 너무 쉽게 생각하고 그냥 화가 잔뜩 나서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뱉고 후회 한다. 나도 그랬다.


나도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모두 처음이라 어려웠다.

우리 엄마 시대와는 다르게 도와주는 가족, 혹은 이모들이 있어도 힘들게 느껴졌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들 이기에 당연하지만 왠지 모르게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처음이라 아는게 없으니 주변 또래 엄마들을 자연스레 주목했고 그 중에 잘하는 엄마들과 스스로 비교하며

'자 너도 그녀처럼 잘, 아니 그 이상으로 잘 해야만해!' 하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내가 내 꿈을 포기하고 이렇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걸 인정 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정욕구는 참으로 무섭다. 홍길동도 아버지에게 그리 인정받고 싶었듯, 나도 한 사람으로서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고 있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었다.


'너는 지금 정말 대단한 일을,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사랑하는 남편의 아이를 온전히 내가 책임지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돌보고 있잖아. 이건 어마어마한 일이야. 정말 잘하고 있어. 남편이 도와 주지 않는데도 혼자 이렇게 해 내고 있잖아. 어려운게 당연하지. 그러니 무너질때도 있지만 힘내자.' 이랬어야 했는데,


'왜 나는 애 하나도 못키우지? 나쁜 엄마임에 틀림없어. 누구는 일도 하면서 애도 잘키우고 심지어 집에서 돈벌이도 하던데 나는 왜 이리 못난걸까? 너무 내 자신이 한심하다. 그런데 왜 나만 아이를 키우고 뒤집어 써야 하지? 남편은 왜 코빼기도 안보이는거야' 이랬으니..


나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바랬고 정작 나 조차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남의 탓만 했다.


본인 스스로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남편이 어째서, 부모님이 혹은 친구들이 저째서라고 핑계를 대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 보아야 한다. 내가 나도 모르게 새운 높은 기준과 압박감이 일상의 변수를 만나 잔뜩 예민해 져서는 올라 올 수 없는 깊고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조금은 뻔뻔하게 철판 딱 깔고, 나는 최고야.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인정해 주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질 못해서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부디 여러분들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다 내탓이오' 하고 진짜 나를 돌아보면 일부분은 내 잘못도 분명 있어서 상대에게 그렇게 당당 할 수 없고 오히려 미안해지기까지 할때가 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미안해서 쭈굴이로 살라는게 아니라 잔뜩 화난 내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라는 거다. 무엇인가 상대에게 바래서 배려하는 것이라면 훗날 그 대가를 보상 받지 못했을때 억울하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무작정 베푸는 배려라면 내 마음의 만족을 위함이기에 그로 족한 것이고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졌다고 속편하게 믿어버려라.



'똑같으니까 싸우지' 라는 옛 어른들 말씀도 옳은게, 어느 한쪽이라도 낫다면 적어도 극단으로 가지는 않을테고 분명 보다 나은 사람의 노력으로 분위기는 금새 반전 될 것이다. (여기서 이혼이 극단이란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인가 선택 하면 된다.


처음이기 때문에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잔뜩 생길 수 있는 부분이고 이는 분명 서로가 비방을 뺀 진실한 대화로 풀 수 있음에도 우리는 모두 처음 겪는 일이기에 방법을 모를 뿐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상대의 감정을, 상황을 쉽게 판단하거나 얕봐서는 안된다.

남자나 여자나 사람이라면 상호 존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이라 어렵지만,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만 터득한다면(무엇이 됐든 상대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녀 사이에 해결 못 할 일은 세상에 없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오래된 시집 제목이 생각난다.

알면서도 어쩜 이리도 놓치는게 많은 것인지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노력하는 삶이 더 빛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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