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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스토리 Jan 13. 2024

왜? 나 말고 다 잘살아?

현실에 발이 묶여 동동 구르는 나를 보며 한마디 건넨다.

신년이 되고.. 그러니까 올해는 청룡의 해라니 그래서 좋은 기운 받아 잘 될 거라니.. 행복하라니.. 등등의 온갖 힘이 되는 덕담을 주고받고 했지만 정작 맥이 풀려있다. 너무나 내가 안일하게 살아왔구나! 내 나이 이제 마흔 하고도 후반을 시작한 지 오래고 1년만 살면 오십인데.. 하며 푸념하는 신년주간을 보내고 있다. 해 놓은 게 없어도 너무 없네 하는 푸념까지 더 하니 지하동굴 몇 백 미터에 갇혀 청룡인지 뱀인지 알 수 없는 꿈틀거림이 더욱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복이 되겠지만.. 딸아이의 너스레에 웃는다. "엄마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알지? 웃었다 슬펐다. 무사? 요즘?" 하며 제주 사투리를 써가며 나를 웃기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 속이 없는 엄마라 웃기는 표현에는 슬픔이 언제냐며 울다가도 웃을 수 있는 엄마라서 안심이라는 딸의 표현에 어김없이 몇 초 전까지 슬펐지만 폭소를 터트리는데 지나침이 없다.


인스타를 들여다보다가 덮어 버렸다. 왜 이리 남들은 화려하게 멋진 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행복한 모습일까? 나만 가난해서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여행 한 번도 못한 걸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나의 노력은 어디론가 쓸모없는 것만 같고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거침없이 멋진 모습일까? 비교 따위는 안 하는 삶이라고 수없이 나에게 일침을 가하고 여느 자기 계발서에 흔하게 읽을 수 있는 "비교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하는 거"라는 멋진 말들을 세뇌시키고 혹은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도 말하면서 나의 내면 깊은 곳은 형편없는 모습으로 은근히 혼자서 말라죽는 비교와 나를 비하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좀 더 나에게 너그러워 지자매 까슬하고도 뾰족한 회초리로 나의 종아리를 가슴을 무참히 나 스스로에게 내리치는 나를 바라보며, 참 억척스럽다 라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다이어리를 폈다. 내가 적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가 살펴보고 꼭 적어야만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꼭 적어 놓으면 이루는 경험을 해봤기에 다시 적어 내려간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통장에 잔고는 없으며, 열심히 봉사했는데 왜 삶은 그대로인지 신에게도 물어봐야 했다.

(흐흐)


목표를 적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우선순위를 기록하며 우선순위에서 빗나가 있는 기록들도 나열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랬구나.. 인정하는 부분들이 상당 부분이 많이 있었다. 많은 성장도 있었으나 그것을 성장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다스려 내는 작업도 해야 했다. 그 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하며, 화가 나는 목록에는 내 몸상태에도 화가 났다. 남들은 다들 날씬하게 몇 킬로씩 감량하며 복근 자랑도 하는데 자랑할 몸은커녕 살덩이들이 너덜너덜 많아서 감추고만 싶은 내 모습에 아프다고나 말던지! 라며 나에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최근 집을 구하는데 많은 고민이 들었다. 육지에 있는 남편을 위해 육지행을 고민해야 했고, 막내 녀석의 학교문제로 제주에 있어야 하는 아들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마지막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여러 상황을 따져가며 혼자서 감내하는 일들로 피로도가 격하게 상승하며 오는 경제적 부담감도 컸다. 돈이 많아지고 싶어 노력하는 것들도 나만 돈을 못 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되어 의기소침하게 있기도 했다.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며 1년만 더 제주에 있어보자며 나를 다독였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올해는 돈 버는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남들은 남편과 떨어져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하지만, 나는 이쯤 고만 남편과 살고 싶어졌다. 어쩌다가 기러기아빠가 된 우리 집 상황에 이제 올해로 종지부를 찍고 한 가족을 만들어 살아야지라고 했는데 1년을 더 연장해 살게 되었다. 자주 남편을 만나기는 하지만, 이제 50이 된 남편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일만 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어느 순간부터 함께 있는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과 헤어질 때면 마음이 여간 불편하다.  


지금 내가 하는 부정적인 고민들을 확장시키며 키워봐야 해결될 일이 하나도 없음을 잘 알기에 조금씩 축소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까운 시간들을 남들은 멋지게 산다며 상대방의 피드나 바라보며 한숨 쉴 시간을 나에게 집중하고 하나씩 고치며 다듬고 채우는 시간들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글을 쓰니 다짐이 된다. 화려한 피드의 목적을 때론 알면서도 마음이 나약해지는 때면 왜 그런지 나와 순간 비교되어 작아지게 된다. 그래서 SNS는 내 피드 올릴 때 말고는 잘 안 볼 때가 많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했던 일이라면 전년에 이어 한 해 동안 빼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것이다. 혼자서 많이 울고 웃고 하며 써 온 글들이 차곡차곡 창고에 쌓아서 곡간의 곡식들 같은 느낌이다. 수매가 할 때가 되어 좋은 등급으로 내 글이 잘 팔려 나가면 좋겠다는 다부진 생각도 해보았다. (웃음)


이 글을 조금씩 수정하며 추가하며 1년의 목표설정을 잘 실천해 봐야겠다. 1년 뒤 통장의 잔고는 얼마나 채워졌으며, 살은 20킬로쯤 빠져 있어 져 아픈 허리와 어깨가 아프지 않아져 있을 것인지, 쓴 글들은 책으로 메어져 있을 것인지 25년 신년에는 왜 나만 빼고 다들 잘살고 있냐는 글은 쓰지 않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사무실 창가의 햇살이 오랜만에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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