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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스토리 Feb 14. 2024

삶은 이런 것..

남겨지고 떠나고

늘 살고 있으면서도 어느 날 문득 무턱대고 찾아온 것 같은 '삶'이라는 글자 앞에 잠시 고뇌하며 돌아보게 된다.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와 우울이 드리울 때 삶이 뭐지? 라며 앞으로 다가올 '삶'에 대해 희망이나 기쁜 생각도 하지만 두려움 혹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순식간에 휘감고 도는 마음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상대에게 핑계를 대보기도 하고 잘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질 땐 자책하며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이 난다.

내가 지금 우울하다면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고, 즐겁다면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며, 불안하다면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지금 어디쯤에 살고 있는 것인지..

새해를 맞이하고서는 3월이면 15년간 일했던 곳을 떠나는 은퇴자 옆에서 내 일과 함께 은퇴자의 일을 돕고 있다. 6개월만 일하고 그만둬야지 했던 직장에 무려 6년을 넘게 일하고 있다. 그런 사이 윗상사는 은퇴자가 되었다. 어떤 하루는 웃기도 하고 지난 과거를 마치 오늘처럼 기뻐하며 이야기하시는 분 옆에서, 그때의 시절엔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은퇴자의 과거에 몰입되어 함께 웃고 있는 나를 본다. 진심으로 웃음이 나와서다.


그리고 어느 날은 한숨지으며 푸념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무엇이 가슴이 아픈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말하지 않아도 아쉬움과 그때의 그리움이 아닐지 떠나야 하는 무언가에 대한 그분의 감정을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은 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 적이 있다.

남은 자는 쓸쓸했다.

혼자서 커오던 나는 방학이면 내가 살고 있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친인척인 고모 딸들, 그리고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의 자녀들이 방학 내 놀다가 개학을 위해 서울로 돌아가야 했던 사촌들이 부럽기도 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은 남겨진 자의 쓸쓸함을 종종 경험해야 했다. 하루 이틀 밤들에 손꼽으며 떠나야 할 날이 오지 않았으면 했었다. 헤어짐은 무척이나 싫었다.


그렇게 북적대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떠나 버리는 날

버스의 꽁무니가 급하게 사라진 먼지를 뿌연 하게 남긴 허공에 뿌리는 먼지들 마저도 아쉬워 오래오래 한참이나 그 먼지들을 바라보았던 날들을 기억한다.

그렇게 며칠을 섭섭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난 생각했다.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남겨짐이 서글퍼 그렇게 떠나는 사람이 되면 슬프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곤 나는 금세 떠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혼을 하고 시골에 두 노인네 그러니까 나를 키워주신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두고 떠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엄마니까 엄마 해야 하니까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평생 못 볼 사람도 아닌데 더욱 늙고 쪼그라드는 두 노인네가 눈에 밟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이지만 매몰차게 가야만 했다.


나는 생각했다

두고 가는 마음은 더 아프구나

남은 자의 마음보다 떠나는 자의 마음이 이토록 아픈지..  

두 노인네의 두 눈에 헤어짐에 대한 서운함에 글썽이던 눈 속의 눈물이 떨어질세라 모른 채 떠나던 날이 있었던 것이다.


은퇴자의 마음이.. 서글프다는 그 말이 알 것만 같았다.

다시 떠나고 남아져 있고를 반복하며 사는 게 삶이었다.

어차피 떠나야 하고 어떤 때는 남겨져서 지나버린 삶에 후회도 있고, 기쁨도 있으며, 아쉬움의 눈물도 있는 게 삶이었다.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것 그리고 남은 자를 위해 잘 살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 그것이 먼저 살아본 자의 삶의 몫이라면 몫이었다. 지금 내 옆에 은퇴자는 너무나 충실히 그 일을 잘해놓았기에 인생의 후배로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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