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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Jan 11. 2023

부산! 얼마만인가! (2022 겨울) - PART 1

2023. 1. 9

B가 다음 달이면 3년간 레지던트 수련에 들어간다. 남은 시간 가열차게 놀아야 한다. 이번에는 제주행을 버리고 겨울 부산행을 선택했다. B가 지난 제주행에서 '굳이 제주를 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단골 오마카세 식당은 턱없이 가격이 올라 부담스러워졌고, 상승해 버린 모든 여행비용이 조금은 부담도 된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경부선의 종단인 대한민국 제2 도시 항도 부산이다.


사실 부산은 내 인생과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 도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음 선보시려 만나신 곳, 한때 외갓집이 있던 곳이다. 고향집은 부산의 인근 도시라 한나절 생활권이다. 그래서 부산은 고향의 연장 선상에 있는 도시인데, 그러다 보니 정작 '여행지'로서 부산의 경험은 별것 없다. 부산 여행이라곤 B 어릴 적 해운대 바닷가에 휴가 왔던 기억이 전부다. 그래서 무척 오랜만에 부산여행은 색다른 기대감과 설렘이 있다. 해운대 신도시가 천지개벽을 했다더라... 기장이 시골이 아니라 번쩍번쩍 해졌다더라... 확인해 보러 간다.


DAY 1

고속도로가 많이 뚫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서울-부산은 먼 거리다. 휴게소 한번 쉬고 5시간 10분 만에 서면로터리 근처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부산 서면로터리라고 들어 보셨는가? 길 복잡하고 운전 험하기로 소문난 도시 부산! 그중에서도 서면로터리는 으뜸가는 악명을 지닌 곳이었다. 예전 지방도시들에는 교차로가 신호등 없이 눈치껏 돌아나가야 하는 로터리 시스템이었다. 서면 로터리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 교차로 큰 로터리인데 그 복잡하기가 단연코 압권이었다. 사실에 기반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초보운전자가 그 로터리 들어가면 못 빠져나오고 하루 종일 뱅글뱅글 돌아야 한단다. 거기에서 나오려면 택시 기사님께 사례비를 드리고 빼 달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재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부산 먹방 여정의 시작은 서면 로터리 어느 뒷골목의 작은 일식집에서 시작한다.


송정호일식집

저녁식사는 근처 도시 창원에서 일하고 있는 B의 이모부 P부부가 와서 경상도 지역 웰컴 디너로 선물해 주었다. P가 직장 직원 중 부산 토박이에게 수소문하여 찐 로컬 맛집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네이버 평점이 4.8! 오~ 아무리 조작이 가능하다 해도 1,000개 가까운 리뷰에 이 점수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일단 신뢰한다.


이 숨은 진주 같은 식당의 위치는 서면 지역 지저분한 뒷골목 안에 있다. 물론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길에 너저분하기 그지없는 도심의 뒷골목이다. 주변에는 낡은 모텔과 허접해 보이는 업소들이 즐비해 초행 여행객들이라면 바로 발길을 돌릴 곳이다. 주차는 비빌 곳조차 없어 근처 건물 빌딩에 주차하고 할인을 맡을 수 있다.


내부 크기는 테이블 서너 개와 바테이블로 아주 소담하다. 거의 예약제만 운영되니 테이블 세팅이 정갈하게 되어 있다. 물수건 위에 얹혀있는 레몬 조각이 성의 있어 보인다. 전채 요리 3개는 뚜껑 달린 그릇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열며 설명해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은 정말 맛있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일식집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이 집만의 인상은 프랑스 요리 같이 소스를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주로 내장을 이용하여 소스를 만들어 회와 함께 주는데 그 모양새나 맛이 일품이다. 왜 숨은 로컬 맛집이라는지 알만하다.


또 인상적인 순간은 마지막 식사를 준비해 줄 때다. 당연히 따듯한 국물에 우동을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식사로 준 것은 짬뽕이었다. 일식집에서 웬 짬뽕? 하고 모두들 놀랐지만, 우리 모두는 그 빨간 국물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우동이었으면 배가 볼러 더 이상은 못 먹었을 것을 매콤한 짬뽕이라 먹을 수 있었다는 깔끔한 결론을 내렸다. 구성이 무척 창의적이었다. 너무 맥락에 집착하면 창의적이기 힘들다는 생각이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짬뽕이 가르쳐준 듯하다. 만족스러운 시간을 제공해 준 P에게 감사하다.

서면 뒷골목에 멋진 일식당. 화려하진 않치만 맛과 센스는 최고다. 이런게 식당이지.


DAY 2

두보완당

이 작은 완당집은 해운대 옆 수영만을 끼고 있는 수영구 어느 주택가 동네에 있다. 완당은 부산 오면 꼭 챙겨 먹는 최애 메뉴인데, 이곳은 처음인데 KBS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 나와 유명세를 탄 집이다. 방송 이후 더욱 흥해 깨끗하게 확장했다. 멸치 베이스 육수가 깔끔하고 맛있다. 왜 완당은 부산에만 있는지 모르겠다. G와 B는 나만큼 완당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느끼해진다나? 아침 메뉴로 완당은 아주 제격이다.


완당이 근근하지 못하다고 알밥, 돈가스, 유부초밥 등 밥류와 세트메뉴 구성을 해 놓았다. 아주머니들이 "1번 하고 4번 주세요"하는 식으로 주문한다. 맥도널드 시스템이다. 주로 손님들은 동네 주민들이시다. 젊은이들의 인스타 성지와는 거리가 멀다. 동네식당 파이팅입니다.

수영구 주택가에 얌전한 완당집


탑플로어

오늘은 서쪽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해운대에서 눈을 뜨고 수영에 가서 조식하고 시내 남포동으로 향한다. 조식 후 디저트 장소는 B가 점지한 탑플로어다. BIFF 광장 뒷골목에 작은 건물 5층에 있다고 한다. 당연히 차는 못 들어간다. 요즘 전국적으로 대세인 기업형 '으리으리 카페'와는 거리가 멀겠다 싶다. B의 점지 포인트는 케이크를 맛있게 굽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케이크 먹으로 그곳을 찾아가는 거다. G와 B는 골목 앞에 내려주고 나는 깡통시장공영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했다. 복잡한 시장통 안에 그래도 이 정도 주차장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주차 후 걸어서 찾아간 카페는 어느 특징 없는 건물 5층에 숨어 있었다. 건물 모양과 간판이 꼭 일본 같았다. 일본 가면 대체로 이런 건물 모양새가 대부분인데, 일본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역시 부산은 일본과 제일 가깝다. 카페에 들어서니 젊은이들의 아지트 인양 삼삼오오 모여 수다들을 떨고 있었다. 초코딸기 케이크와 캐러멜바나나 케이크를 먹었는데 맛이 좋다. 많이 달지도 않고, 감칠맛에 고급 감 있는 식후감을 주는 케이크이다. 1인 1 음료를 푸시하는 것이 좀 불만이긴 하지만 그냥 꼰대소리 듣기 싫어서 로마법을 따른다.

케익이 맛있는 광복동 뒷골목 이름모를 건물 5층에 숨은 카페

BIFF 광장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 배우들의 손 프린트가 바닥에 장식되어 있다. 관광지 중에 관광지! 지나는 길에 여기가 거기지 하고 지나친다.

디자인에도 적용 될 좋은 글귀가 있다


국제시장 + 깡통시장

부산 구도심 시내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3대 시장(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깡통시장)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 있어 그 경계도 모호하다. 서울 촌놈들이 그 유명한 시장통에 발을 들여놓는다.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국제시장은 생활용품의 거대한 산이다. 다니다 보면 없는 것이 없다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물건들이 있다. 입을 것, 쓸 것, 자를 것...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하는 행위들을 도와줄 모든 물건들이 있는 것 같다. 시장의 정리도 잘 되어 있고 품질도 생각보다 좋다. 가격도 착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기 안성맞춤이다. G와 B는 이것저것 꽤나 득템을 했다. 특히 B의 녹색 조끼는 만원에 이런 디자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쁘다.

미술의 거리! 판매하는 작품들 수준이...많이 웃었다.

 

생활용품의 산, 국제시장


국제시장이 거대한 물품 덩어리라면, 깡통시장은 먹거리의 천국이다. 온통 방송을 탔다고 자랑하는 거리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여기저기서 유혹을 했지만, 우리는 곧 저녁을 먹어야 하므로 굳센 의지로 참는다. 공중에 매달린 물고기 때가 신선하다. 역시 바다는 그 자체가 창의적이다.



보수동헌책방골목

깡통시장 위쪽 길을 건너면 바로 보수동헌책방 골목이 있다. <알쓸신잡> 부산 편에서 유시민 작가가 소개해서 더 유명세를 탔다. 요즘 보기 드문 헌책방들이 열서너 군데 정도 있는 것 같다. 셔터를 내린 곳도 몇 군데 된다. 예전에 청계천을 꽉 매웠던 헌책방들이 문득 생각이 난다. 이제는 이곳이 구경거리의 역할을 하다니... 시간은 그냥 가는 것이 아니다. 홍수가 나면 큰 물이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쓸어 버리듯이, 긴 시간도 우리 주변을 그렇게 쓸어 나간다. 시간이 무섭다.

헌책방 시간여행


흰여울문화마을과 영도 

우리나라에도 산토리니가 있단다. 지도를 보니 영도구의 서쪽 사면이 그쪽이다. 가파른 산기슭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밝은 색 집들이 마치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나 보다. 네이버에 검색해 본 그곳의 이미지는 꽤나 그럴싸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관광 홍보용으로 드론을 띄워 찍는 사진과 그 뷰포인트를 우리는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찍는 사진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영도대교를 넘으며 우측에 그 유명한 '영도 다 아리~'를 보며 영도에 들어갔다. 사실 그동안 잠시 부산 방문에도 영도를 천천히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영도는 은근히 낯선 곳이다.


멋진 항공사진뷰는 아니지만, 툭 트인 바다에서 바라보는 영도의 산토리니 마을은 그래도 꽤나 아름답다. 더군다나 오후 시간이 되니 해가 넘어가며 서쪽 사면을 찬란하게 비추어 '조명빨'이 기가 막히다. 눈이 시원하다. 가파른 사면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의 모양이 우리 근대사의 비좁은 질곡을 차근차근 말해주는 것 같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 풍경사진 모델이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히 아닌가... 괜히 국뽕자위를 하며 꼰대 티를 내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대한민국에도 산토리니가 있다

영도를 천천히 차로 한 바퀴 돌아 이른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할 것이다. 저녁은 해운대로 가서 양곱창을 먹을 것이다.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동하자. 이른 오후의 영도는 주택가라서 그런지 한산하다. 차량 통행도 그리 많지 않아 천천히 다니면서 구경하기에 좋다. 흰여울 문화마을이라는 서쪽 사면은 이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비탈진 길가에는 젊은이들이 꽤나 보인다. 통유리에 바다를 담은 카페들이 들어섰다. 드라이브길은 우측에 바다를 낀 해안도로다. 부산 시내 한복판에 이런 멋진 드라이브길이 있다니... 부산은 볼 수록 야누스요 매력덩이리다. 다음에 영도에만 머무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영도를 벗어나 해운대로 가는 길은 하늘에 떠 있다. 로터리가 놀이기구처럼 높은 곳에 있는데,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힘들겠다 싶다. 역시 부산은 터프하다.


양가네양곱창

허영만 님이 백반기행에서 소개한 집이다. 부산에 오기 전에 G와 B가 열심히 프로그램들 찾아 스크랩해 놓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면 모두 이곳으로 와서 뒤풀이를 한다고 한다. 그만큼 맛이 좋다는 얘기겠지? 양과 대창을 주문했다. 양념이 듬뿍 발려진 음식이 초벌이 되어 나왔고, 테이블에서 더 구워 먹는다. 소문이 맞다. 부드러운 대창과 양이 적당히 조미된 양념과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이른 시간이라 조용히 연기도 없이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어 좋았다.


구워 주시는 주인께 맛있다는 소감을 드렸더니 "많고 많은 해운대 맛집 중에 저희 집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경상도 사나이가 이리도 조분조분 친절히 말씀하시는 분도 드물다 싶다. 세월이 가니 기질도 변하나 보다. 원래는 양산에서 하시던 장사를 해운대로 옮기셨다고 한다. 시골에서 도심으로 이전하셔서 이만큼 성공하셨으니 대단하시다. 맛있으니 가능한 거지.

한국인의 식사는 기-승-전-볶음밥

해리단길

천지개벽했다는 해운대 인상은 뉴스에서 많이 보고들은 마린시티의 마천루 이미지가 전부였다. 물론 해운대 바닷가 호텔들도 새롭게 올라가거나 깨끗하게 변신한 정도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식사 후 둘러본 해리단길이라는 예전 시장 쪽의 변신은 정말 쇼크 그 자체였다. 옛날 해운대역 뒤쪽 시장이 해리단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완전한 핫플레이스로 변해 있었다. 서울의 경리단길, 연남동, 성수동 등 모든 핫플의 느낌이 이 지역에 응축해서 녹아 있었다. 어떤 곳은 프레임 안에 담아 보면 뉴욕의 브루클린 같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십여 년 전의 해운대가 아니다. 놀라고 또 놀랐다. 마치 처음 상경해서 서울역의 마천루를 보고 입이 떡 벌어진 촌부처럼, 나는 계속해서 감탄을 달고 있는 입을 헤 벌리고 다녔다. 천지가 개벽을 했다. 역시 시간은 홍수와 같다. 옛날을 쓸어갔고, 트렌드만 남았다.

해운대역은 미술관으로 철실은 공원으로 시장은 핫플레이스로...

MANSION - 편집샵

B가 가보고 싶은 소품샵이 있다면서 찾아간 곳이다. 낡은 건물 2층에 숨어있다. 요즘 젊은 트렌드는 숨어 있는 거다. 알고 있는 우리끼리만 즐기는 즐거움을 느끼는 거지. 이 건물에 들어있는 다른 샵들과 건물이 모두 어우러져 머치 브루클린의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낡은 적벽돌 때문일까. 2층 구석으로 찾아들어간 샵은 감각적이고 이쁘게 꾸며 놓았다. 물품 디스플레이 센스가 뛰어나다. 둘러보니 이쁜데 살 것은 그다지 없다. 춘천의 마녀소품샵과는 대조적이다. 그래도 센스 있게 꾸며 놓았으니 눈호강으로 감사한 거지.

MANTION 로고를 이용한 심플한 작업들이 많다

YOUR NAKED CHEESE - Glocery

성수동에도 있다는 그로서리샵이다. 세계 각국의 식음료 관련 재료들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포장디자인들은 어찌 이쁜지… 아름다운 색상이나 형태들이 보석들을 늘어놓은 것 같다. 해리단길 들어와서 내 입은 닫힐 시간이 없다.


여행 온 젊은이들이 이런 것들 쇼핑해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사진 찍고 먹고 하며 소소한 사치를 즐긴다. 물론 SNS 포스팅도 하겠지…이런 문화를 접하며 또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라떼’에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이런 문화가 나를 번쩍 정신 들게 한다.

세계의 식료품들이 전시된 매장. 간단한 음식도 조리해서 판다.


송정동 핫도그

해리단길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핫도그집이다. 삼삼오오 주문하고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맛있어 보이니 우리도 한 핫도그 하려 키오스크로 주문한다. 하나를 나눠 먹으며 걸어서 해운대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작고 깔끔한 핫도그와 센스 넘치는 길가 유도 사인.

해운대해수욕장

우리나라 해수욕장 브랜드파워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닐 해운대! 마린시티와 달맞이고개 사이에 와이키키 해변처럼 마천루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구 해운대역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길은 엄청난 폭의 번화가로 변했다. 동방명주를 향해 뻗은 상하이 시내를 보는 것 같다. 이곳이 진정 내가 알고 있던 해운대 뒤편이란 말인가.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는다.

해운대해수욕장 파노라마


고래사어묵

길 중간에 건물에 어묵꼬치를 장식한 곳이 있다. 어묵 관련의 모든 것이 있다. 어묵을 재료로 음식도 개발하고 완제품을 판매하며 꼬치 어묵을 먹을 수도 있다. 부산스러운 곳이다. 참새는 방앗간을 못 지나가니 떡어묵 꼬치와 문어 어묵을 간단히 맛본다.


해수욕장

날씨가 따듯해서인지 원래 이 정도 사람은 있었는지 모르지만, 역시 바닷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두워 바다는 보이지 않고 검은 커튼을 쳐놓은 것 같다. 모래사장 한중간에 토끼해를 기념하는 귀여운 토끼조형물이 있고 사람들이 새해기념사진을 찍는다. 미디어 작품도 설치해서 울긋불긋 화려한 분위기를 돋운다. 기차처럼 늘어섰던 라떼 시절 해운대 오렌지 색 포장마차들 역시 시간이 쓸어가 버렸다. 아… 라테, 라떼.

신년 토끼와 모래사장 위에 설치한 미디어아트 작품


OPS

복잡한 관광지에 오면 화장실이 중요해진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빵도 살 겸 화장실 이용도 할 겸 해서 부산의 대표 제과점 옵스에 들른다. B가 그러는데, 부산 출신 동기들이 집에 다녀오면 모두 옵스에서 먹거리를 사 온다고 한다. 부산의 성심당 같은 곳인가? 옵스 본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들러 약간의 빵과 커피 하나를 주문했다. 앉아서 먹으려는데, 1인 1 음료라고 해서 주섬주섬 챙겨 스스로 쫓겨났다. 빵집이 야박하다 야박해.


한화콘도 해운대

오늘 하루는 온전히 관광객 모드로 부산을 훑고 다녔다. 이렇게 온전히 여행객으로 부산을 다닌 것은 처음이다.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부산은 멋진 도시다. 콘도는 마린시티에 있어 밤이 되면 창밖으로 옆 건물 집들이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프라이버시 제로. 옆집 거대한 티브이 화면이 너무도 또렷해서 여기서 같이 드라마를 볼 수도 있겠다. 이건 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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