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8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11
오늘은 토요일, 우리를 그라나다부터 세비야까지 데리고 온 렌터카 차량 반납일이다. 오후 2시까지 반납이지만, 일정상 일찍 반납하고 하루를 보내야 한다. 혼자 주섬주섬 챙겨 나온 나는 8시경 이른 아침이라 주차장 출입 계단문이 잠겨 있어서 차량 진입로로 그냥 걸어서 내려간다.
차량을 반납하기 전 차를 빌린 김에 세비야 근처 차로 약 13분 거리에 로마 유적지를 둘러보고 차를 반납하려 한다.
Italica
원형 경기장, 대욕장 등 로마가 식민지에 건설한 그들의 흔적이 세비아에 남아 있다. 세비야에서 2명의 로마 황제가 탄생했다고 한다. 유적지 주변 노상주차가 가능하다. 9시부터 오픈하는데, 5분 전에 도착해서 오픈런을 한다. 이 넓은 유적지에 혼자 아침 산책을 하다니. 오랜만에 얼리 버드 여행객이 되었다. 이른 아침에는 손이 조금 시릴 정도로 싸늘하다.
이곳의 원형 경기장가 세상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세비야 대성당도 세 번째, 원형경기장도 세 번째, 세비야는 넘버 3의 도시인가. 로마의 콜로세움에 비하면 귀여운 크기지만, 2천 년 전 로마의 귀족들은 식민지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하고 살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집터 등 넓은 유적지가 펼쳐져 있지만, 수박 겉핧기만 하고 돌아온다.
Santa Justa 역
렌털 반납 지는 Santa Justa역 지점이다. 도시가 작아 15분 정도 운전하면 어디든 닫는다. 역 주차장에는 각종 렌터카 회사 반납지들이 있다. 주차하고 키 반납하고 1초 만에 반납을 마무리한다. 차가 없어지니 홀가분하다. 오래된 유럽 도시에서 차량은 주차 등 문제 때문에 부담이다.
아침 요기를 하러 역으로 들어간다. 마드리드역처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구조가 특이하다.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을 간단하게 먹는다. 나라마다 맥모닝 메뉴가 달라 그 차이를 맛보는 일도 재미있다. 빵과 버터 잼 메뉴가 있어 주문했는데, 빵 질감이 따듯한데 쫄깃해서 꽤나 마음에 든다. 버터와 잼을 발라 먹는 빵의 맛은 쫄깃 고소 그 자체다. 너무 맛있다. 오죽 맛있다 생각했으면 하나 더 주문해서 먹는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맥모닝을 한 자리에서 두 번 주문해 먹은 적은 처음이다. 각 나라마다 맥모닝 메뉴가 조금씩 다른데 한 번씩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식사 후 버스를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일행을 만나러 이동한다.
스페인광장
스페인 광장은 세비야의 아이콘 스폿이다. 1929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축한 스페인 양식의 건물이다. 스페인 지방을 묘사한 타일 벤치와 벽면이 압권이다. 한적했던 어젯밤과는 달리 낮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곳이니 가족, 연인, 친구끼리 한껏 멋을 내고 모여든다. 햇살을 받은 타일들은 반짝이며 사진빨을 극대화한다.
햇살을 마음껏 받으며 스페인 광장을 눈에 담은 우리는 점심식사를 한다. 아직 속탈이 난 환자들 때문에 약 처방을 해야 한다. 한식당으로 가서 보약을 흡입하고 기운을 차린다
. 오후에는 세비야 대성당 관람 일정이 있다. 연이어 관광하기에는 무리이므로 오후 4시 입장권을 구입해 놓고 숙소로 귀가해서 휴식 재충전 후 대성당으로 갈 것이다.
숙소 호텔에는 세탁실과 루프탑 시설이 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빨래도 돌리고 루프탑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한다. 한겨울에 이런 호사라니… 햇볕이 난로를 쬐는 듯 뜨근하다.
세비야 대성당
그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는 세비야 대성당. 약 16유로를 내면 내부 입장 관람이 가능하다. 여느 유명 성당들이 그러하듯 멋진 내부, 조가상, 그림들이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이 성당은 분위기가 조금 무겁고 어둡다는 인상을 준다. 유명한 콜럼버스의 무덤이 이 성당 안에 있다.
대성당 관람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한다. 모든 곳이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오렌지 나무 가로수가 산뜻한 길을 걷다 보니 길거리 플라멩코 댄서가 열심히 춤을 춘다. 댄스의 춤솜씨는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던 그 앞이 우리가 갈 식당이다.
Restorante Dona Rufima
타파스 집이다. 육류 요리가 비교적 괜찮을 것 같아 선택했다. 타파스 3개와 토마토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양이 어찌나 풍성한지 메인 요리를 주문할 필요가 없다. 우리 식사량에는 딱이다 싶다. 음식은 맛있고 가성비 좋다 6유로짜리 이베리코 구이 타파스 하나에 내 배는 터질 듯 꽉 찬다.
식사를 마치고 설렁설렁 걸으며 쇼핑도 하고 디저트도 먹는다. 그렇게 골목길을 걷다 보니 파라솔 야경이 보인다. 다는 곳이 숙소를 중심으로 뱅글뱅글 다 거기서 거기다. 파라솔 아경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다. 이런 조명쑈는 우리가 훨씬 잘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관광 빅데이는 마무리된다. 일찍부터 설쳤더니 슬슬 피곤이 오는 듯하다. 내일은 체크아웃하고 리스본으로 비행해야 한다. 이곳 세비야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의 마지막 도시이고, 오늘 밤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그동안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안달루시아 지방. 또 언제 올 기회가 생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