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2019년 말까지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마블 영화로 할리우드를 평정한 것도 모자라 자체 OTT 플랫폼까지 론칭하였다. 주가는 140달러를 넘으며 역대 최고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2020년 초에 CEO가 바뀌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디즈니랜드는 문을 닫았고, 작품들의 퀄리티는 날이 갈수록 떨어져 갔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디즈니간의 소송전도 붉어졌다(이후 취하하긴 했다). 디즈니 관련해서 좋은 뉴스가 거의 없는 나날이었다.
결국 2022년 11월, 은퇴한 밥 아이거 CEO가 다시 복귀해 진화에 나섰다. 제작 작품 수를 줄여 다시 퀄리티에 집중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OTT에 콘텐츠를 채워야 하는 것도 맞지만, 작품이 재미없어져서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OTT 우선에서 극장 우선으로 회귀했고, 마블 작품의 경우 새 캐릭터를 계속 늘리는 행보를 멈췄다.
올해가 변곡점인 것 같다. 일단 6월에 개봉한 <인사이드아웃 2>가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박스오피스 매출은 약 14억 달러로, 2024년 영화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고 역대 매출 순위에서 무려 13위를 달성했다.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1위다(2019년 버전 <라이온 킹>은 실사에 가까우니 제외하자). 픽사 애니메이션의 정말 오랜만의 성공이다.
그리고 이번 수요일에 <데드풀과 울버린>이 개봉했다. 19금 영화이지만 팬들의 기대감이 매우 높은 상태이고, 마케팅도 훌륭하며, 제작진들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이야기긴 하지만 사전예매율도 폭발적이다. 나 또한 막 보고 온 참인데, 마블 팬으로서 정말 만족했다. 감동할 정도였다. 내용도 재밌었고, 팬들이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느낌을 확실히 받아 안심했다.
이 영화가 잘되느냐 죽 쑤느냐에 따라 향후 행방이 크게 갈릴 것 같다. 나는 이 영화가 디즈니 부활의 초석을 다져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디즈니 부활에는 마블이 핵심 기둥일 텐데, 이제는 조금 정신 차린 것이 느껴졌다.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글을 쓰는 도중 아이언맨을 연기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돌아온다는 뉴스를 봤다. 인기 빌런 캐릭터인 닥터 둠 역할로 돌아온다고 한다. 거기에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의 감독으로 루소 형제가 발탁되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만들어낸 그 루소 형제가 돌아온 것이다.
디즈니 부활은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