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오브피스 Aug 25. 2024

부모님의 아마존 계정 활성화를 향한 긴 여정

6월 1일 토요일 오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존 계정 로그인이 안 된다며 "아들아 도와줘~!"라는 전화였다. 아버지는 가끔 미국과 일본 아마존에서 직구를 하시는데, 어째서인지 로그인이 막힌 상태였다.


영상통화 화면으로 확인해 보니 로그인 시 2차 인증이 필요한 상태였다. 문제는 2차 인증을 하고 나면 "잠긴 계정입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세요"라는 문구만 나와있는 것이었다. 전화번호도 딱히 쓰여있지 않았다. 문의 메일을 보내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로그인을 하려면 고객센터 문의가 필요한 이상한 루프에 빠져있었다. 자주 묻는 질문을 파고드니 전화번호가 나오긴 해서, 결국 전화로 해결하기로 결정.


미국 아마존 고객센터(+1 2065771364)로 전화를 걸었다. 약 8분 정도 기다리니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는데, 목소리 전달 속도에 지연이 꽤 있었다. 아마 한국에서 미국으로 연결하고, 다시 미국에서 인도 상담원에 연결되는 것일 테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아버지 본인인척 연기하며 문제를 설명했다. 상담원은 익숙한 문제라는 듯한 뉘앙스로 프로세스를 설명해 주었다.


해결 프로세스는 간단했다. 우선 상담원이 나의 아마존 계정을 살펴봐도 된다는 승인을 해주어야 한다. 로그인에 사용되는 이메일 주소로 메일이 하나 오는데, 메일 속 APPROVE 링크를 누르면 된다. 그러면 상담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이런저런 확인을 한다. 확인이 끝난 뒤 로그인이 다시 가능하게 되었고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는 것으로 프로레스가 마무리되었다. 로그인이 왜 막혔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아마 해외(한국)에서 자주 접속하니 시스템에서 뭔가 이상하다 감지했을 경우라 생각한다. 어쨌든 문제는 해결되었다.


다음은 일본 아마존 계정도 풀어야 했는데, 일본 아마존에는 고객센터 번호가 좀 더 알기 쉬운 곳에 표시되어 있었다. 나의 짧은 일본어 실력을 믿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81 227450058). 문제는 아버지 이메일 주소 철자를 하나씩 불러줄 때였다. 다 불러주고 나니 어째서인지 "그런 계정은 확인되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3번이나 불러줘도 답변은 동일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불러주었는데, 결론은 'n'과 'm'을 헷갈린 것이었다. 그래도 처리 프로세스는 다행히 동일해서 바로 전에 미국 아마존과 통화한 것이 좋은 연습이 되었다. 


다시 로그인이 가능하게 되어 기뻐하시는 아버지의 칭찬을 받은 뒤,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러... 나의 휴대폰 요금이 3만 원 이상 청구되었다. 나는 알뜰폰 8,800 원 요금제를 사용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3만 원이나 발생했는지 의아했지만 모두 아마존과의 국제통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론: 효도에는 돈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