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한지 약 14년 정도 되었다. 나는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부터 일을 해왔는데, 중간에 쉬는 일 없이 쭉 달려왔다.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며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발견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공격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타인과 부딪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어려워하면 친절히 설명해 주고 부탁할 때도 기분 좋게 말해주는 사람이면 함께 일하고 싶어진다. 서로 의견이 갈리더라도 배려가 있으면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예의 있고 배려심 있는 동료를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그 불안이 해소되면 해소될수록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 편해진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필 줄 알면 다른 사람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애매한 상황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일을 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 동료의 소통이 명확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리더가 애매한 결정을 내리면 혼란스럽다. 나는 대부분의 애매함은 게으름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명쾌하고 심플하게 정리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거나,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기 위함일 수도 있다.
애매함은 업무를 마비시킨다. 애매함을 풀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오해가 발생한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항상 100%의 명확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모든 대소사를 명확하게 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 그러나 대체로 명확해야 한다. 명확함이 일관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
대체로 명확하면 다 같이 앞으로 쭉쭉 나아갈 수 있다.
결국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그게 과연 될까?'라는 의심을 품은채 일을 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려 하지만 결국엔 확률 싸움을 해야 한다. 성공 확률 100%인 일은 아마 별로 대단치 않은 일일 것이다.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있고 우리는 리스크를 적절히 감수하며 일해야 한다. 그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게 유능한 동료와 리더다.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은 매일 마주하는 것은 지치기 때문이다. 불안할수록 '저 사람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는 안심감을 찾게 된다. 슈퍼히어로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다.
반대로 능력 없는 사람은 외면당한다. 나는 사람들이(나 포함) 능력 없는 사람을 지독히도 혐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증오를 품는 것이 아니기에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능력 없는 사람(정확히는 맥락상 불필요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시된다. 아무리 친절하고 명확한 사람이라도 그렇다.
친구한테서 능력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능력을 탐색하게 된다. 성격 좋고 능력 없는 사람보다는 성질이 더럽더라도 능력 있는 사람에게 붙을 확률이 더 높다. 물론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팀워크를 흐리는 성격이라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능력자에게 끌린다. 마음이 힘들어도 결국엔 각자가 자신의 몫을 챙겨가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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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삼박자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알아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친절하고 명확하지만 능력이 없으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 친절하고 유능하지만 명확한 사람이 아니면 의심스럽다. 명확하고 능력 있지만 친절하지 않으면 팀워크가 생기지 않는다.
친절, 명확, 능력 삼박자를 모두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세 가지가 그라데이션으로 섞여있다. 어느 정도 친절하고, 어느 정도 명확하고, 어느 정도 능력 있다. 그러니 끈끈한 협력으로 그 정도를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