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이지경이 되었다.
중견기업 디자인 보조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계약만료 5개월 체 남지 않는 시기에 드디어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 쓸데없이 바쁘기만 하고, 그러다보니 끊임없이 휩쓸리기만 했던 지난 1년 반. 내가 꿈꾸었던 미래는 이런 그림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선택은 언제나 내 몫이었거늘.
이미 그려진 그림에 지금이라도 지우개를 붙잡고 열심히 지우고, 덧그릴 예정이다.
그래도 이 곳에 있으면서 회사생활의 잔혹한 원리를 배웠다. 핵심은 바로 '우리 회사에 당신이 꼭 필요한 사람인가요?'이다. 이것은 계약직/정규직 상관없이 모든 회사원들에게 붙는 꼬리표이다. 이전에는 '사람이 필요한 회사'를 찾고 그곳에 나를 끼워넣었지만, 이번 취준은 '나같은 인재가 필요할 법한 회사'를 찾아 나를 Selling 하는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
1년 반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내 꿈을 찾겠다. 누군가 꿈을 물었을 때, 나는 항상 '글을 쓰고, 그리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디자이너는 평생 직업이 되기 어렵지만, 저 두 가지만은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걸 사랑하는 것은 나의 본성이고, 디자인은 나의 생업이다. 나의 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은 어디인가. 회사와 내가 함께 윈윈할 방법을 내가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직장은 어디인가.
그래. 당장 불안하니까 닥치는 대로 공고를 찾아보고, 그동안 허접하게나마 해놨던 작업물로 어찌저찌 포트폴리오란 걸 만들고 싶지만.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얼 할 때 가슴 뛰는가.
돌이켜보면, 물성의 무언가로 경험이나 아이덴티티를 창조할 때 심장이 뛰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브랜딩 쪽이 맞는 것 같다. '브랜드아이덴티티(BI)'보단 '브랜드경험(BX)'.
그래. 그러면 그쪽을 찾아보고, 부족하다면 개인작업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첫 직장은 음악 관련 회사였는데, 그곳에서 앨범커버와 MD 제작 경험을 해봤다. 그때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재미있었다. 지금 회사에서도 제품을 만들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꿈의 기업이 있다. 하지만 그곳은 디자인계열로는 공채신입이나 인턴쉽을 일채 뽑지 않는다... 경력을 노려야 하는데 경력은 아무래도 TO가 변동적이라, 하반기에나 공고가 올라올까 말까 한다.
그래서 포기하겠는가? 아니? 준비는 해둬야지.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정 기다리기 조급하다면, '콜드메일'이라도 보내봐야지. 열려있는 인사팀이라면, 거절의 답변이 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을 한번이라도 각인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인생은 어찌 굴러갈지 모르는 법이다.
현재까지의 꿈의 기업은 아래와 같다.
1. H사의 브랜드디자인팀
2. T사의 브랜드 디자인팀
3순위 아래로는 계속 찾아보고자 한다. 올해 안에 1~2에 지원을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사실 현재로선 거의 무의 상태다. 가장 최신 포트폴리오가 1년 반 전에 만들었던 것인데, 업데이트 대공사를 해야한다. 그리고 개인작업도 무조건 넣어야 하고.
언제나 그렇듯, 어제의 최선이 오늘의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시간을 두고 숙성시켜야 한다. 며칠 뒤에 다시 봤을 때, '나쁘지 않네'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끔.
그리고 물론, 제3자의 피드백도 꼭 받아야 한다. 그래서 취준할 때도 친구는 꼭 필요하다...
글을 쓰며, 나의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게 되었다.
내가 세운 기준과 작업 순서대로 '취준일지'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현재 취업시장이 IMF 이후로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한다.
부디 이 일지가 올해 안에 끝나기를 바라며, 나는 포트폴리오 초안을 작성하러 가겠다.
세상 모든 취준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