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햇살
오늘의 이불이 걷히면 봄이 올 거야.
어떤 하루는 우울한 날이 있고 또 어느 날은 행복한 날이 있다. 하지만 어느 새부터인가 따뜻한 봄이 기억나지 않는 나날들이 계속될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런 날들을 이불 밖은 위험한 날이라고 하고 싶다. 힘을 어디에 주어야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부터 삶은 무엇이냐는 태생의 물음까지 이불속에는 물음표만 가득 찬 채 이불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날 말이다.
10대의 마지막을 지나 20대를 시작할 유난히 평범한 그날에 먹을 수도 잘 수도 없는 무색무취의 하루들이 시작되었다. 이불 밖을 벗어날 수 없었던 무기력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불 밖이 위험하다는 생각이든 날의 나를 그 아무도 모른다.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조차도 그날의 위험이 무엇이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꽃을 피우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던 나날을 보낸 지금은 꽃을 피우는 계절은 꽃마다 다르다는 말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해바라기는 여름에 꽃을 피우고 동백꽃은 겨울에 꽃을 피운다. 여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나는 해바라기가 아니고 겨울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동백꽃이 아니다. 꽃을 피울 나의 계절을 기다리며 그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