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글쓰기
종이책 안 들고 다닌지는 몇 년 됐다.
공간 아끼겠다고 리디북스로 책을 산다. 그런데 이마저도 잘 읽지 않는다.
여자 친구를 기다리면서 교보문고를 흝었다.
어떤 책이 유행하는지 알았다.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읽어보기도 했다.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 글 몇 글자로 사람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으면서 돈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제 책을 안 읽는다.
책을 읽는 행동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걸 알았다.
책을 골라야 하고 문자를 읽고 머릿속에서는 해석을 하고 내용 중에서 어떤 게 마음에 드는지도 깨달아야 하고.
머릿속이 쉼 없이 활동을 하게 되는 행동이었다.
비행기로 14시간을 날아가는 해외 출장지에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출장지가 이슬람 문화권이어서 금요일이면 쉬었다.
처음에는 책도 가져갔다. 그런데 출장기간이 길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러나 지친 상태에서 책은 나에게 힐링이 되지 않았다.
글을 읽지만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금요일이면 늦잠 자고 씻고 난 후 유튜브를 봤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멍하니 있으면 됐다.
확실히 영상은 글자보다 편하다. 편한만큼 머릿속에 남는 건 많지 않았다.
이 출장 이후로 책을 잘 읽지 않는다.
퇴근할 때면 몸속에 에너지가 남아나질 않는다.
아마 나 자신에게 하는 핑계일 거다.
언젠가 내가 또 책 읽기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꾸준히 책을 산다.
방 한편에 책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