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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1. 2023
자취와 자차는 사치다.
직장생활 3년차, 주변엔 하나 둘 자차를 구매하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자취를 하는 친구들도 참 많다. 본가가 지방이라 자취가 필수인 친구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독립을 하고 싶다며 나와 사는 친구들이 참 많다.
나 또한 자취의 유혹이 강했다. 본가에서 회사까지는 편도 1시간 10분 정도. 지하철이 있으니 못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환승 2번에 1시간이 넘는 출퇴근을 매일 하는건 참으로 힘들었다.
월세가 뭐이리 비싸?
출근길에 진이 빠져서 회사에 도착하면 자취 욕구가 뿜뿜해져서 직방 어플을 켜곤 했다. 회사 근처 9평짜리 오피스텔 원룸 월세는 1000/100. 전세는 2억 정도이다. 오피스텔이라 관리비도 20만원씩은 나오니 주거비로 고정비만 120만원씩 든다. 자취를 하면 공과금, 식비 등 부모님 집에 살 때는 없던 지출이 추가로 발생하니 못해도 한달에 생활비를 250만원씩은 쓰게 된다.
회사에서 거리가 있는 곳도 찾아봤다. 월세는 80만원 수준. 하지만 회사가 경기도라 교통비로 한달에 10만원씩 써야 해서 회사 근처 원룸이랑 주거비 차이가 거의 없었다. 더 저렴한 곳은 회사에서 너무 멀다보니 자취하는 이유가 없었다.
연 2천만원의 가치
결국 나는 왕복 2시간반의 출퇴근을 선택했다. 물론 몸은 힘들었다. 어쩌면 회사 근처에 살면서 체력을 비축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취를 하면 내가 한 달에 모을 수 있는 돈은 100만원 남짓, 1년에 최대로 모아봐야 2천만원이 겨우 될까 말까 했다. 자취를 안했을 때 10개월만에 4천을 모았는데 용납할 수 없는 저축 금액이었다. 기껏 힘들게 이직해서 연봉 높여놨는데 아무 의미가 없지 않는가.
자취를 해서 발생하는 주거비와 추가 생활비가 한달에 최소 160만원, 1년이면 2천만원 가까이 된다. 출퇴근 편하고 집에 와서 뒹굴대는 시간을 확보하는게 연 2천만원의 가치가 있나?내가 확보한 여유시간으로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벌 수 있나? 아님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할 건가? 대답은 No였다.
여전히 내 출퇴근 시간은 왕복 2시간 반이 넘는다.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쓰게 된다. 자취를 하지 않은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자차의 유혹
돈을 어느정도 모으면 자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든다. 서울 사는데 차가 대체 왜 필요해? 싶지만 내 차를 갖는다는건 뭔가 정말 어른이 되는 느낌이랄까. 내 차가 있고 운전을 하고 다닌다는건 성공한 사회인 같은 느낌도 난다. 실제로 주변에 경차든 뭐든 차를 산 친구들이 참 많다.
2년 전, 임직원 혜택으로 차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아빠가 탈 차를 내 명의로 구매했었다. 그리고 이직한 후 한동안은 (아빠)차로 출퇴근을 했었는데 그때 차량 유지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체감했다.
일단 차는 아무리 싸도 천만원이 넘는다. 일시불로 구매한다면 그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매년 감가상각되는 차에 날려버리는거다. 할부로 산다면 매달 내는 이자는 덤이다. 중고차를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지만 수리비가 더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차를 구매하면 취등록세와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매년 자동차세도 내야 한다.
자동차 보험료는 또 얼마나 비싼지 모른다. 내가 차를 구매했던 당시 만26세가 되지 않아서 보험료가 260만원이 나왔다. 그 다음해에는 보험료가 좀 깎이긴 했지만 160만원이었다. 운전경력이 없고 나이가 어린 사회초년생들은 보험료가 비쌀 수 밖에 없다.
기름값은 또 얼마나 비싼가. 한번 풀로 채울 때마다 10만원은 뚝딱이다. 아직 운전이 미숙하니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범칙금이 날라오기도 한다. 이런저런 자잘한 비용들까지 다 합치면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말에만 가끔 차가 필요하다면 그냥 쏘카를 빌리거나 택시를 타는게 더 경제적이다.
뚜벅이 캥거루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