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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Jul 23. 2023

돈을 많이 버니까 잘 모은거 아냐?


2023년 6월, 28살 아니 이제 만나이로 바뀌었으니 27살인가. 현금성 자산 1억을 달성했다. 여기서 말하는 현금성 자산은 연금저축, IRP, 청약통장, 적금 등 묶여있는 돈을 제외하고 순수 현금이나 주식 등 빨리 처분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묶여있는 돈은 약 2,400여만원. 결혼을 하면서 모아둔 돈을 꽤나 썼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돈을 모았다.



직장생활 2년 3개월째가 되던 해 총자산 1억을 달성했다. 취업하고 2년여만에 1억을 모았다고 하면 반응은 대부분 두 가지이다. "너무 대단하다!" "근데 대체 연봉이 얼마나 높길래...?" 



맞다. 내 연봉은 또래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금융권에 취업해서 한 번의 이직으로 점프업을 했기 때문에 소득이 적진 않다. 물론 나보다 돈을 훨씬 잘 버는 사람들도 많지만 평균치와 비교해보면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대 후반의 평균 연봉은 3,464만원이라고 한다. 연봉 3,500만원인 사람이 2년만에 1억을 모으는 것은 투자를 정말 잘하지 않는 이상 매우 어렵다. 하지만 연봉이 6천, 7천인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어느정도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에이 뭐야, 돈 많이 버니까 잘 모은거지 어이없네~', '돈 많이 번다고 자랑하는거야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돈을 많이 버니까 잘 모은거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걸까?



그게 맞으려면 똑같은 연봉을 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회사 동기들, 비슷한 업계에 종사해 연봉이 비슷한 또래들은 전부 다 비슷비슷한 금액을 모았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비슷한 소득 수준의 또래들과 비교해봐도 많이 모은 축에 속한다.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소비를 거의 안하는 편이다. 20대들이 한창 명품 오픈런을 하고, 오마카세나 호캉스, 골프가 유행할 때도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돈을 모으기 위해 하고 싶은데 억지로 참았다기 보다는 그런 것들에 돈을 써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물질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



처음 취업을 했던 시기는 주식 시장도 좋을 때였어서 주식으로 꽤나 많은 돈을 번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은 대부분 명품 쇼핑이나 여행 등으로 소비되었다. 버는 돈이 같아도 쓰는 돈이 다르니 똑같은 연봉계약서에 싸인하고 1년이 지난 후 각자의 재정 상황은 달랐다. 아무리 많이 번들 많이 쓰면 돈을 모으는건 불가능하다.



빨리 1억을 모을 수 있었던 건 코로나 덕분에 소비가 줄어든 덕도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 상황은 지난 3년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환경이었다. 그 환경에서 누군가는 집밥 대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외출을 못하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었다. 하지만 나는 배달을 시키는 것 조차 귀찮아 집에서 대충 밥을 먹었고 외출을 못하니 옷이나 화장품 등을 살 필요도 없어 쇼핑도 거의 하지 않았다. 같은 상황이지만 행동은 달랐다.



결국 소득이 아무리 높다 한들 결국 핵심은 소비 통제이다. 결혼 하기 전 나는 매달 소득의 80% 가량을 저축했다. 결혼을 하고 난 지금도 부부 합산 소득의 65~75% 가량을 저축하고 있다. 공과금, 대출이자, 생활비 등을 모두 쓰고도 65~75%를 저축한다.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그만큼 소비도 많다면 돈을 모으는 건 쉽지 않다.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모은게 아니라, 돈을 적게 썼기 때문에 많이 모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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