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테크 Mar 22. 2023

돈을 모으면서 버린 것들


어떤 신념을 갖고 아득바득 돈을 모은 건 아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단 통장에 잔고가 늘어나는게 행복한 사람이기에 나에게 있어서 돈을 모으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돈을 모으기 위해서 특별히 엄청난 짠테크를 하거나 앱테크, 예적금 풍차돌리기 등 돈을 모으기 위해 으레 한다는 것들을 딱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여태껏 절대적으로 피해왔던 것들이 있다. 이 또한 내가 의식적으로 안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원체 쓸데없는데다 돈 쓰는걸 아까워하는 성향 덕인지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된 것들이다.



1. 할부

할부는 과소비를 유발하고 한 달 소비금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당장 돈이 없어도 몇 개월에 걸쳐 무이자로 나눠 낼 수 있기에 할부를 안하는게 오히려 바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과소비를 유발한다. 일시불로 산다면 좀 더 고민해보고 사거나 아예 사지 않을 것도 할부를 하면 과감하게 사게 된다.



내 인생의 최초이자 마지막 할부는 취업 후 처음으로 PT와 헬스장 등록을 할 때였다. 막 취업을 해서 월급도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모아둔 돈도 없어 할부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 처음 할부를 할 때는 몇 달 나눠내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카드 청구서가 날아올 때는 내가 한 달에 실제로 쓴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이 카드값으로 빠져나가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계부만 보고 대충 이번 달 카드값은 50만원 빠져나가겠네라고 생각했는데 할부금이 더해져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이 훅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할부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습관적으로 할부를 한다면 온갖 할부금들이 다 합쳐져서 지출 관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2. 세일 기간

사실 나는 세일 기간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쟁여 놓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차피 세일 기간은 돌아오기에 굳이 지금 집에 물건을 바리바리 쌓아놓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마침 딱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세일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땡큐이다. 하지만 딱히 필요한게 없는데 세일을 하니까 뭐 괜찮은거 없나~? 하면서 구경하는건 웬만해선 피하는 편이다.



세일 기간에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구매를 할 때도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만 구매하고 나오는 편이다. 세일 기간에 5만원이상 사면 추가 5천원 할인 등의 문구를 보면 속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애초에 물욕이 별로 없고 쇼핑을 귀찮아하는 성향도 한 몫 하긴 했다.



3. 택시

택시를 타는 경우는 딱 한 가지이다. 10시 넘어서 야근할 때. 이 때는 회사에서 택시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안 탈 이유가 없다. 그 외에는 아주 급하게 어딜 가야한다거나 짐이 너무 많아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니고선 택시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최근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르고 기본 거리도 줄어들었다. 심야 할증도 크게 올라 이런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택시를 탄다면 당연히 돈이 줄줄 샐 수 밖에 없다. 택시를 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돈을 모을 생각이 있다면 택시를 멀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4. 술

나는 체질적으로 술이 잘 안맞고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하기 때문에 원체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처음부터 술을 안 마셨던 것은 아니고 대학생 때는 꽤 자주 술자리를 가졌고 새벽까지 놀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물론 대학가였고 지금보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지출이 크진 않았지만 한 달 용돈 40만원으로 살아가는 대학생 입장에선 아주 큰 돈이었다. 그렇게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음 날 숙취로 고생을 하면서 현타가 진하게 온지라 지금은 거의 술을 마시지 않고 어쩌다 먹는다 해도 가볍게 마신 후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돌아간다.



요즘 술 값이 워낙 올라 밖에서 한 번 술을 마시면 인당 최소 3~5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나온다. 조금 비싼 술집을 간다면 10만원 혹은 그 이상도 나온다. 만약 막차가 끊길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당연히 택시를 타고 집에 갈 것이며 택시비만 3~4만원 정도 나오게 된다. 그러면 하룻밤 유흥비로 1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건데 이런 약속이 일주일에 한 번만 있어도 한 달이면 40만원을 쓰게 된다. 40만원이면 통신비, 교통비, 보험료, 점심 식비 등 웬만한 한 달 고정비를 다 합친 금액이다.



5. 명품

명품은 어찌보면 확고한 나의 신념으로 구매하지 않은 것이다.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명품 하나 없는건 나밖에 없나 싶을 정도로 다들 한두개 정도는 갖고 있다. 명품을 사지 않는 것은 절대적인 가격이 비싼 것도 있지만 가격 대비 나에게 그 어떠한 효용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품 지갑, 가방, 신발 같은 것들은 쓰다보면 낡아 헤지는 소모품이다. 그리고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성능이 크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쓰다보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다른 더 예쁜 신상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물건이 주는 행복감은 오래 가지 못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나에게는 10만원짜리 가방이나 300만원짜리 가방이나 효용이 동일하다. 물론 300만원짜리 가방이 10만원짜리 가방에 비해 가죽도 더 좋은 것을 사용하고 마감도 깔끔하고 디자인도 더 예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나에게 290만원어치의 추가 효용을 주지는 못한다. 명품 가방이 비싼건 원재료나 마감, 디자인 때문이라기 보다는 브랜드 가치 때문에 비싼 것인데 나는 나에게 별다른 효용이나 편의를 주지 못하는 브랜드 가치에 그만큼의 추가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없다.



같은 돈을 쓴다면 좀 더 내 삶의 질을 높여주고 두고두고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에 지출을 하고 싶다. 그렇기에 350만원짜리 가방은 사지 않아도 350만원짜리 침대는 과감하게 구매했다. 침대는 10만원짜리 매트리스와 200만원짜리 매트리스의 품질 차이가 어마어마하고 수면의 질은 내 평소 생활의 질과 직결되기에 그 돈을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아마 이 5가지는 앞으로도 계속 하지 않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다기보단 내 가치관이 그렇기 때문이다.

이전 06화 돈을 많이 버니까 잘 모은거 아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