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생애 첫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 약 3개월 뒤 잔금을 치르고 '내 집'에서 살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쭉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사실 내 집이 없는 것에 대한 서러움이나 매번 이사 다니는 고통 같은 것을 체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미친듯이 올라버린 집값을 보면서 과연 내가 독립해서 집을 살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들었다. 이후 집값이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하락장은 잠시 잠깐이었다. 입지가 좋은 곳들의 회복 탄력성은 엄청났다. 그리고 이미 많이 올라버린 탓에 30%씩 가격이 하락했어도 여전히 서울 집값은 비쌌다. 부동산 시장을 계속 지켜보며 서울에 내 집 한 채는 꼭 있어야 겠다는 열망은 점점 커졌다.
운이 좋게도 빠르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었고 그 때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물론 지금 서울 집값이 오르는 추세이고 실제로 우리 집도 최근 몇 달 사이에 가격이 크게 올랐기에 더 후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집값이 올라서만은 아니다. 사실 집값이 오른 것에 대해서는 큰 감흥이 없다. 지금 당장 이 집을 팔 것도 아니고 시세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에 사이버머니에 불과하다. 그리고 1주택자 입장에서는 내 집이 오르면 내가 가고 싶은 집들은 가격이 더 많이 오르기 때문에 별로 좋은 일도 아니다.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내 집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다. 집값이 어떻게 되든, 전세가가 어떻게 되든 전전긍긍해하며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집값이 오르면 자산 가치가 오르니 좋고 집값이 떨어져도 어차피 실거주하면 그만이니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없다. 단기 투자 목적으로 구매했거나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하는데 역전세가 난 상황이라면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내가 직접 거주하는 집이라면 집값이 떨어져도 버티면 된다.
물론 나의 첫 보금자리가 100%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모든 것을 다 만족하는 그런 집은 (아마도 강남) 나의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이상이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좋은 집은 간단하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고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신축 브랜드 아파트, 직장까지 3~40분 내외로 출퇴근이 편한 곳이 좋다. 단지 주변엔 대형마트나 백화점, 맛집 등 쇼핑,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언덕보다는 평지 위주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나 한강 등 자연이 가까우면 금상첨화이다.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아이들이 단지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고길을 건너지 않고 초등학교를 보낼 수 있길 원한다.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순한 아이들이 모여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된 학군지를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다 충족하는 집은 얼마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굉장히 비싸다.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데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수요는 넘쳐나니 매우 비싼 것이 당연하다.
내 집이 꼭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집이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돈에 감당 가능한 대출을 더해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고른 내 집 한 채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