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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May 26. 2023

[그림책으로글쓰기] '나는 나야!'

<작은 조각 페체티노> 조직 속의 ‘나’가 아닌 나로서의 ‘나’

사람들은 평생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살아간다. 자아의 자각과 함께 생겨난 ‘나는 누구일까’란 질문은 생의 영원한 숙제다.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테스트를 하고, MBTI에 분석에 의존하기도 하며, 사주를 믿어보기도 한다. 결국 나에 대한 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함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자신의 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되면 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은 시간이 흘러도 미궁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학창 시절 나의 장래 희망은 꾸준히 바뀌었지만 공통적인 분모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취준생이 된 후 4대 보험과 회사의 안정성이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 이상의 우선순위가 됐다. 변한 마음가짐을 갖고 자발적으로 들어간 조직 속에서 나는 또다시 모순되게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불만을 쌓아나갔다. 회사란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멋진 일, 나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에 안고 프리랜서의 길로 접어들며 나를 찾아간다는 생각을 하는 지금도, 때때로 사실 자주 속으로 외친다. “다시 조직의 부품이 되고 싶어!” 나를 찾는 모험과 안정적인 환경이 주는 아늑함 속에서 되풀이되는 도돌이표의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후광이 아닌 자신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빛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홀로 선다는 건 쉽지 않다. 그간 만들어왔던 주변의 기대, 내가 안정감을 느끼며 나라고 인정해 왔던 환경을 벗어나 스스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개인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 답을 내려주는 듯한 그림책을 만났다. 1975년 출간 이후 2003년 리뉴얼되어 2023년 한국에 출간된, <프레드릭>으로 유명한 레오 리오니의 <작은 조각 페체티노다>


  

  

<작은 조각 페체티노> 레오 리오니 글, 그림(1975)


나는 누군가의 조각에 불과할까?


<작은 조각 페체티노> 책 속의 주인공인 작은 조각의 이름은 ‘페체티노’다.(페체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조각’을 뜻한다.) 페체티노의 주변은 덩치도 크고 멋진 일을 척척해내는 존재들로 가득한데, 그 존재들은 모두 작은 조각의 모음들이 뭉쳐 큰 하나의 존재가 된 형태를 갖고 있다. 페체티노는 작은 형태를 가진 본인 또한 누군가의 조각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 ‘누군가’의 일부분이 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조각의 모음들을 만날 때마다 페체티노는 ‘내가 너의 조각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모든 존재들은 답한다. ‘나한테 한 조각이 부족하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존재할 수 있겠어?’라고 말이다. 페체티노는 지치지 않고 길을 나서며 마주치는 커다란 존재들에게 물음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모두 페체티노를 자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지혜로운 이로부터 ‘쿵쾅 섬’에 가면 페체티노가 궁금해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을 얻게 된다.     



나를 찾아 나서는 시간의 가치     


자신이 사는 주변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페체티노는 길을 떠난다. 작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건너 도착한 쿵쾅 섬에서 페체티노는 마주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예상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지만 그래도 지혜로운 이의 조언을 생각하며 척박한 땅을 걸어 나간다. 험한 길을 걸어가다 어느 순간 페체티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작아서 아무 힘이 없어 보이는 자신이 더 작은 조각들의 합이 이뤄낸 존재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일부가 아닌 ‘나는 나’로서 존재함을 깨닫게 된 페체티노는 비로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켜켜이 쌓아 온 나란 존재     


자신이 ‘누군가’의 부분으로서만 존재할 거라 믿었던 작은 조각 페체티노는 자신이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존재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주변의 거대한 존재들에 비교할 때 자신은 너무 작고 초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단한 존재들을 바라볼 때 찾을 수 없던 답은 살아 있는 것 하나 없이 조약돌만 가득한 쿵쾅 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누구와도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길을 나서기 시작하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단지 한 조각일 거라 생각한 인식도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너무나도 작아서 보였지만 나 또한 작은 존재들의 합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페체티노는 깨닫는다. 우리들도 살다 보면 스스로가 너무나도 하찮은 존재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에서 꺼내 볼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 나란 사람을 만들기 위해 쌓아온 나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주변에서 나의 성장을 도와준 이들의 모습이다.      

 


나의 '쿵쾅 섬'은 어디일까?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한 부분으로 존재할 때는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부모의 그늘 속에 있을 때, 학교나 회사란 조직 속에서 존재할 때 나를 제대로 돌아보는 건 쉽지 않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퇴사를 하고 조직원이 아닌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내가 견디기 힘든 것들을 깨달았다. 그 어떤 것도 나를 뒷받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더욱 뚜렷해진다. 페체티노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환경을 벗어나 살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쿵쾅 섬에 도달하며 자신을 찾게 된다.      




페체티노가 자신의 존재를 찾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여정이 더 가치 있다 생각한다. 페체티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둘러보며 답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이 자신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반듯한 길이기보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는 과정에 가깝다. 일이 매끄럽게 진행될 때 보다 좌절과 역경 속에서 인생의 가치와 스스로의 존재를 찾는 경우가 더 많다. 힘들었던 순간은 죽을 만큼 힘들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다시는 그 장면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는 내력이 생긴다.

      

시간을 쌓아가며 헛되지 않게 지내 온 나의 노력들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 멈추지 않는 걸음은 차곡차곡 내면의 힘을 다져준다.  <작은 조각 페체티노> 속 페체티노의 모습을 보며 나로서 존재하기 위한 지금의 걸음들이 나중에 빛을 발휘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다시 조직의 부품이 되고 싶은 순간 외쳐 본다. "나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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