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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Aug 16. 2023

취미 부자의 삶:좋아서 하는 일이 돈이 되지 않을 때

되고 싶은 건 없지만 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은 취미 부자다. 새로운 것을 파고드는 몰입의 시간을 가질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것도 그리고 배우는 것도  많고 바쁘게 사는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한다. 사실 취미를 늘려가는 이유 중 하나는 ‘배워서 남 주나’란 마음속 믿음을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20대 때는 가벼운 호기심에서 취미로 시작한 일이 회사를 벗어나 소득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감도 컸다. 


 여러 취미와 관심사의 확장을 이어온 지 어언 20년, 안타깝게도 그 많은 취미들이 밥벌이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스스로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의 의미를 퇴색시키게 만들었다. 분명 좋아하는 것들에 열중하는 나의 시간은 반짝였는데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쓸데없는 시간의 낭비로 스스로를 치부하기도 했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회계 자격증이나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따 놓을 걸 하는 후회도 컸고 말이다. 좋아서 선택한 전공과 복수전공도 졸업 후 무용지물이 되어 결국 전공과 상관없이 스펙을 위해 따둔 토익으로만 취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좋아서 선택한 대학의 전공과 복수 전공은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하는 분야가 아니고, 좋아하는 것들도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으면 밥벌이 수단으로 둘 수 없는 것들이다. 세상에 관심이 많아 항상 바쁘지만 내 통장에 들어오는 것은 관심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할 때만 가능했다. 20대 때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없는 게 너무 비통하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여기 있는데 왜 세상은 내가 다른 일을 할 때만 돈을 주는 걸까! 좋아하는 것과 다른 일을 하는 ‘나’는 진정한 ‘나’가 아니라며 비애감에 젖은 청춘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아하는 것들의 힘을 느낀다. 스스로 삶의 의지를 느끼는 것,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다양한 주제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들의 지식을 엮어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것. 역시 배워서 남주는 것은 없었다. 혹여 남을 주더라도 내 안에 깊게 들어와 있기에 가능한 거였다. 그리고 배워서 남 주는 건 이제와 보니 돈을 벌 수도 있는 거였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와 “우린 왜 이렇게 돈 안 되는 것만 골라 좋아하는 걸까”란 한탄 어린 대화를 이어나가다 내가 좋아하는 걸들을 한 번 정리해 보자란 생각이 들었다. 20대, 30대를 지나며 막연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알아갔지만 직업인으로서 무엇이 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는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삶, 이제는 괜찮아 보이는 내 삶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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