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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Aug 25. 2023

#18. [주부의 일상] 아이친구≠엄마친구

아이로 맺어진 관계의 모호함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인간관계에 갈급해졌다. 특히 내 아이와 같은 또래의 엄마를 만나면 마치 전우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이가 돌이 지난 시점,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18년 개띠 아기 모임 하실 분?” 반가운 마음에 모임에 참석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약속의 날이 되었다. 같은 개띠 아기이지만 3월생인 우리 아이는 돌이 지나 걸음마를 시작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데 아직 돌이 안 된 개띠 아기를 가진 엄마들은 아기띠를 하고 나타났다.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에는 나이보다 개월 수가 더 중요하다. 같은 해에 태어났더라도 3월생 아기의 엄마와 11월생 아기의 엄마의 화제는 같아질 수 없다. 이미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하고 유아식을 먹는 아이와 아직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이는 전혀 다른 급이다. 어쨌든 안면을 튼 18년생 개띠 아기 엄마들과 이후 놀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들의 대화 주제는 한결같이 아이의 성장이었다.  


   

아이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내 나이가 아닌 아이의 나이가 기준이 된다.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없다. 아이의 성향이나 비슷하거나 성별이 같으면 더욱 반갑다. 어떻게든 우리는 동질성을 찾아내기 바쁘다. 그리고 그 동질성에서 나오는 화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아이는 몇 시에 자요?’, ‘밥은 잘 먹어요?’는 절대 빠지지 않는 주제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주제들이 반복될수록 지겨워졌다. 소소한 모임이 지속되고 몇몇 마음 맞는 사람들은 따로 만나는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보니 또 난 외톨이가 된 느낌이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들 친해진 거야!!   



나는 엄마들의 모임이 편하면서도 어색하다. 같은 연령대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편하지만 모였을 때 아이에 관련된 이야기만 하다 보면 금세 지치고 만다. 동네 엄마들은 때론 계륵 같은 존재다. 없으면 외롭지만 너무 친해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따로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엄마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안 좋은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이에 대한 훈육 태도다.   

   

“저 집 엄마는 애가 안 좋은 행동을 해도 따끔하게 혼내지 않아 불편해요.” 

“애가 좀 거칠어서 주의해 달라고 말을 했더니 그 이후로 데면데면해졌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겐 물러터진 엄마라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아이끼리 친해 만난 적이 있는 아이 친구의 엄마가 거리를 두는 것을 느낀 적도 있다. 나의 아이는 3월생이고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기관에 다니다 보면 아이를 추종하듯 좋아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반대로 우리 아이를 추종하는 아이의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속상해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하자는 놀이만 하는 자신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속상해하며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했다는 이야기를 건너서 전해 듣기도 했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이런 갈라짐은 심해진다. 그 아이의 행동보다 엄마의 태도를 보며 마음속의 편을 가른다. 저 엄마는 멀리 할 사람, 이 엄마는 가까이해도 괜찮은 사람. 엄마가 마음에 들어 친해지고 싶다 생각했더라도 내 아이와 친하지 않으면 친해질 기회가 잘 생기지 않는다. 또 아이의 성향이 맞지 않으면 한 번 보고 마는 사이가 된다. 대부분 외동아이인 요즘의 경우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라도 다른 엄마들과 친하게 지내며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맞나 싶은 고민에 빠진다. 그럴 때면 아는 엄마들에게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아본다.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또 지쳐서 ‘아이의 관계는 아이가 알아서 하는 거지!’라며 기존의 마음과 자가당착적인 답을 내린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이런 답이 해소되려나? 그때는 또 어떤 관계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아직 미취학 아동의 엄마인 나는 여전히 엄마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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