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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Jan 08. 2024

[30대의 자아찾기] 인맥이 꼭 필요할까?

한동훈 테마주로 시작한 인맥에 대한 고민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1년 넘게 손실을 보며 갖고 있던 공모주로 배정받은 주식이 있었다. 나에겐 손절은 없다며 방치했는데 (심지어 연초에 무상증자를 하여 주식 수가 늘어난 사실조차 몰랐다) 어느 날 계좌를 확인하니 갑자기 빨간불로 바뀌어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한동훈 테마주로 엮여 급등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그 회사의 사외이사가 한동훈 장관과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다고 한다. 각종 테마주 중 특히 정치 테마주는 인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몇 년 전 남편의 회사도 예전에 한 정치인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상승한 적이 있다.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진짜 힘을 쓸만한 인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긴 일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인맥은 얼마나 중요한 걸까? 나는 요즘 인맥에 대한 고민이 많다. 작은 법인의 대표로서 올해 국가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그 사업을 통해 우리는 제품을 몇 개 만들었고 이 제품들이 내년 우리의 살림 밑천이 되리라 보고 있다.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다른 팀의 대표들과 교류하기보다 우리 팀원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집중했다. 내부의 사정도 있었고 나는 이 사업을 통해 팀원간이 이뤄내는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의 마무리 시점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니 내부에 집중한다고 신경 쓰지 못한 외부의 사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팀들은 비슷한 사업을 하는 사람끼리 모여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며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사업이 끝난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따로 사조직을 만들자는 기수 회장의 공지가 있었고 나는 내년 사업을 위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같은 기수라는 이유만으로 인맥을 이어나가기 충분한 조건이 된다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다른 생각을 가진듯했다. 지난 시간 동안 대표자 모임에 미온적이었던 나의 태도 때문이었을까 그 모임을 주최한 사람은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적극적인 활동을 각오하고 나아가 내 것을 준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통화로 모임에 대한 취지를 듣고 나니 내가 눈치 없이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업의 초기 단계라 사실 다른 팀보다 가진 것이 없다. 제공할 수 있는 영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세울만한 영업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친분이 아닌 이익을 바탕으로 한 모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오가는 이익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 모임에 나가더라도 받을 건 있지만 줄 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대방을 인맥이라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내가 인맥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인연을 유지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까지 그 원동력을 ‘호감’이라 생각해 왔다. 호감에서 시작한 감정을 바탕으로 나와 결이 맞는 사람,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 나와 감정의 공감대가 같은 사람에게 마음이 열렸고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관계에 일이 더해지면 인연을 이어나가는 이유에 ‘이익’을 더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사업에서 인맥이 힘쓰기 위해서는 그 이익 관계가 맞아야 한다. 나 또한 모임에 참여하려는 목적은 친분의 유지도 있지만 그곳에서 내가 놓치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 크다.      

 마음속 부정적인 마음과는 별개로 인맥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인맥을 사업의 주로 삼으면 안 되지만 그래도 사업이 뻗어나가기 위해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인맥보다는 지금은 실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단 생각으로 모임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무게를 실어보려 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머리가 말했다. 하기 싫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물론 내가 너무나도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면 이런 고민과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붙어 사람을 가려낼 고민에 빠지겠지만 말이다. 뒤풀이 1차보다는 2차에서 더 깊은 말들이 오가고 그 대화가 수단이 될 수 있는 관계는 사실 불편하다. 말단 회사원일 때는 내 일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고단함을 느낀다.   


   

인맥에 관한 고민은 결국 내가 잘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옮겨간다. 인맥이 아쉽지 않은 실력이 우선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이 듦과 별개로 이런 고민 속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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