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 테이프는 좋아하냐 마냐의 영역은 아닙니다. 좋아하든 아니든, 그걸 쓸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까요. 지금이야 레트로 열풍이니 뭐니 해서 은근히 시장이 불어났는데, 이게 참 아이러니해요. 스트리밍 전까지 가장 메인 리스닝을 담당하던 피지컬 매체인 CD가 몰락하고. 오히려 그 전 세대인 카세트 테이프가, 그보다도 훨씬 전인 바이닐이 떠오른다는게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어차피 안 듣는다”
어차피 안 들을거면 왜 사는가? 대부분의 물건이 실제 물건의 역할보다 그것을 소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쓸모만 생각하면 세상엔 쓸모 없는게 얼마나 많습니까. 애초에 우리는 쓸모가 있을까요? 아니요, 어거지로 쓸모를 찾아 헤매이는거지 쓸모의 유무만 생각하면 없을 무 그 자체입니다. 그럼에도 수억 들여서 사랑으로 키워 주셨잖아요. 어떻게, 부모님은 쓸모 없는데에 돈 쓰는 사람들이었습니까? 아니요 쓸모보다 더 중요한게 뭔지 아는 사람인거죠.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죠. 사랑. 오 얼마나 위대한 가치인가. 그리고 얼마나 비겁한 핑계인가…
그래요 “나는 이걸 사랑해”라고 말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합니다. 그 음반의 형태가 바이닐이든, 카세트 테이프든, CD든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안 듣기 때문에, 얼마나 크고 예쁜가!(바이닐) 얼마나 작고 예쁜가!(카세트 테이프) 사이에서 애매해진 CD는 화보집 부록으로 전락합니다. 어지간하면 앨범은 사서 듣자고 생각하던 저도(<9와 숫자들 틴케이스>편 참고) CD를 끊고 사는 요즘. 오히려 굿즈로서는 카세트 테이프가 현명한건 아닐까? 늘어나는 것도 어차피 안 들으니까 상관 없고. 음질도 어차피 안 들으니깐 괜찮고. “난 그래도 실제로 듣는다구!”라고 외치고 싶을때, 이런 카세트 플레이어 동묘에서 2만원이면 사니까요.
물론 저는 그런 마인드로 산건 아니고 뮤직비디오 소품으로 샀습니다. 정말이라구요
https://www.youtube.com/shorts/NlhhrbK625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