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아말피의 한 지류 박물관에서 구매했다. 아마 한 4유로? 작은건 그보다 더 쌌던 것 같은데, 왁스를 녹여 편지 봉투를 밀봉할때 쓰는 도장이다. 보자마자 와 이거 선물로 딱 좋겠다! 생각하고, 실제로 이걸 받은 웅희가 계약서 봉투에 사용하는걸 찍어 보내준걸 보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아말피의 지류 박물관은 도장 뿐 아니라 종이의 역사, 펜이 역사, 각종 문구류나 서류, 지도, 책 등등 지류에 관련된건 모조리 때려박아 보여주는데다 입장료도 없으니까 격하게 추천한다. 여기는 아말피의 한 동굴을 보러 가는 길에 우연히 들렀는데,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직원만 계셔서 구매 물품을 선물 포장하는데 조금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각종 이니셜 도장을 10개 정도 구매했고, 웅희한테는 특별히 큰 사이즈로 선물했다. 왜냐면 결혼식 사회를 봐줬으니까!
물론 이 얘기 자체가 그렇게 흥미로울건 없다(아니 이 책 자체가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질 않는다). 중요한건 흥미롭든 아니든간에, <물건에 이야기가 담긴다>라는 사실 그 자체다. 4유로짜리 도장 하나에 108단어, 423개의 글자 만큼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좀 담백하게 쓰고 싶어서 줄여 말한게 이정도. 이게 무슨 뜻이냐? 극단적으로 말해, 사람이 가진 모든 물건은 그 물건 만큼의 이야기를 가집니다. 하다못해 “그냥 쿠팡에서 샀어”마저 언제 쿠팡에 들어갔는지. 로켓 와우로 샀는지, 배송비가 얼마나 나왔는지 이야기거리가 생깁니다. 이러면 “야 그럼 모든 행동이 다 이야기지”라는 사람도 있겠죠?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모든 행동에 이야기가 생기는데, 그 행동을 기억하나요? 당신이 작년 여름 다이소 앞을 지나가며 먹은 밀크 쉐이크의 맛을 기억하나요? 아니, 그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겁니다. 누가 말해주면 그제서야 아아, 그런 일이 있었지.
물건은 말하자면 기억 저장 장치입니다. 이 물건 왜 샀더라? 어디서 샀더라? 기억나지 않으면 그만큼 가치가 없는 기억일테니 안심하세요. 결혼 반지를 보고 이거 뭐더라? 하시는 분 없잖아요. 물건은 그 자체로 수많은 장면과 소리, 대화, 온도, 날씨, 심지어 있지도 않았던 음악까지 저장합니다. SSD? HDD? 됐다 해요, 뭐라도 하나 사면 그게 곧 들고 다녀도 뻑 안 나는 외장하드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소중한 기억이 생길 수록 무언가를 사는 것이 좋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기념품이란건 그래서 사는거군요. 여행이 좋을 수록. 여행을 기억하고 싶을 수록. 이제야 알았다.
https://www.youtube.com/shorts/Wt8cRSy6u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