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때론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가득한 콘텐츠지만, 그 개인적인 일이 커다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질 때도 있다. 수십년 뒤의 누군가가 “코로나? 이게 뭐에요?”라고 물어볼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 나는 너 거기 앉아봐라, 지금부터 개쩌는 이야기를 해줄테니 하고 나때는을 시도 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제목의 후보로 <물건은 핑계고>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다. 유재석의 <핑계고>가 있으니까 이제와서 바꾸면 따라하는걸로 오해하겠지만… 많은 수의 물건들은 이야기의 핑계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와중에 영상이라서 더 재밌는게 바로 목소리였다. 단순히 물건이 움직이면 보여줄 수 있는게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내레이션은 크게 신경쓰던 요소가 아니었다. 목소리는 영원할 줄 알았고, 바뀐다고 해도 나이에 따라 좀 탁해지는 정도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내레이션을 결정하지 말지어다. 물론 내레이션이란 작법에 후회는 없지만, 당장 코로나에 걸려서 콘텐츠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생긴다는걸 알게 된 계기였다. TTS를 무시하고만 살았는데, 이거 충분히 필요한 기술이구나. 그렇지만 살면서 코로나 같은거 걸리면 얼마나 더 걸린다고? 라고 웃어 넘기던 나. 갑상선 암이 성대에 퍼지게 됐습니다 호호하하. 이 이야기는 한참 뒤니까 지금은 코로나 이야기만 하죠.
어쨌든 목소리가 멀쩡해지고 나서 콘텐츠를 마저 제작해도 되지만, 뭔가 한참 재밌고 신나던 이 때엔 콘텐츠 제작을 멈추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일주일에 고작 두 편 정도 올라오는데, 이때는 무슨 하루에 두 편도 고민할 정도의 창작혼이 있었으니까요. 세이브 분량이고 뭐고, 오늘 찍어 올리고 내일 찍어 올리고의 삶에서 목소리가 맛이 갔다는건 갑자기 선로를 이탈한 폭주 기관차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겠습니까? 맛이 간 목소리로 녹음을 시작합니다. 아 이땐 이랬지, 하고 즐거워 할 노년이 벌써 기대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kJ18EB3TV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