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북이라는게 참 재밌다. 책을 좋아하지만 읽는걸 부담스러워 하고, 모으고 싶지만 집이 좁은 나한텐 정말 최고의 대안이다. 그만큼 읽는 시간이 짧아서 몰입도가 낮고 애정을 줄 시간이 부족한데, 반대로 자주 자주 반복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이거 약간 숏폼 같지 않나요? 영화 드라마 보는건 부담스럽지만 릴스 쇼츠는 옴서감서 막 막 보잖아. 물론 그렇게 도파민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아니고 제대로된 호흡에 훌륭한 작품이지만, 쇼츠 문법의 작품을 쇼츠로 소개한다는 개념이 재밌어서 억지로 끼워 맞춰 봤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양지 작가는 아마 제가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작가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해요. 아 물론 확언한건 아닙니다. 아닐까 생각해요~ 정도에요. 음 빌 브라이슨도 있고 이사카 코타로도 있고. 만화책으로 봐도 니노미야 토모코나 아다치 미츠루 등등, 국내 한정이면 좀 더 근접할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이런걸 꼽는게 아니라면. 확실히 제가 커다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작가라는 점에서 거짓이 없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든데, 클럽하우스에서 하양지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 클럽하우스 붐이 일어나 너도 나도 기웃거리던 시절, 용기는 없어서 청취만 하는 도중 나타난 하양지 작가는 순도 100% 내향인인 나도 마이크를 들게 했다. 이야기 주제를 완전히 벗어나 갑분싸를 만들어버리는 팬심 소개에 이야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불쾌함이 휴대폰을 넘어 느껴졌고, 심지어 나처럼 몰래 듣고 있던 도이씨가 저도 용기를 냅니다! 하고 등장하여 2차전을 하는 바람에 우리도 민망하고. 하양지 작가도 민망하고. 원래 이야기하고 있었던 사람들도 민망해지는 최악의 경험. 작가님이 친히 블로그에 찾아와 안부 게시판에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남겨주셔서 아 그게 꿈이 아니었구나.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도 볼때마다 얼굴이 화끈해진다. 덕질은 제발 본인 모르게 하자. 그러고보니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닌데… 그렇다고 무슨 이야기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출판을 염두했으면 뭔가 좀 에세이를 쓰면서 생각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딱 컨셉을 잡고 썼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후회까지 에세이에 포함하는 컨셉인걸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