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구미 초코볼

by 윤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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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매주 월화수 연재를 했었는데, 주 3개 정도 쓰는건 일도 아니란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3편을 다 쓰는데 한시간도 안 걸렸고, 예약 걸어놓는게 더 귀찮으면 귀찮았지 글 쓰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어렵지 않으면 안되는거 아니야?’.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어려워야 한다. 이게 무슨 수학 난제 풀듯이 어렵다는게 아니라, 더 좋은 표현. 더 재밌는 이야기. 더 흡입력을 갖춘 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머리를 짜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뭔가? 너무 쉽게 쓰는거 아닌가? 나 윤동주도 아니고 윤동규. 그런데 왜 쉽게 쓰여진 에세이가 나오는가. 한 점 부끄럼도 없는가?


그것은 바로 윤동규의 글쓰기 추구미 때문입니다. 쉽게 쓰는 글이 아니라면 쓰고 싶지 않아요. 뭐 돈이라도 받고 쓰는거면 돈 받은 만큼 스트레스 참아가며 쓰겠지만, 내가 즐겁자고 쓰는 글에 한 줌의 어려움도 넣지 않겠습니다. 애기 입맛, 꿀떡 꿀떡 넘어가는 연두부 같은 글을 쓰겠다 이거에요. 목 메이고 짜고 싱겁고 맵고 이런거 말고, 그냥 삼삼하고 밍숭맹숭한 숭늉 같은 글 말이에요. 물론 읽는 사람 입장 말고, 쓰는 입장에서요. 저 숭늉은 싫어하지만 난이도만 놓고 생각해주세요.


쉽게 쓴 글의 매력은 많이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 3개를 연재하는 것도 부담이 없죠. 퇴고하고(실제로 전 퇴고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맞춤법이 틀리는건 그로 인해 생긴 실수이며, 띄어쓰기가 틀린 것은 그것이 좆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틀렸을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돌려 보고, 수정하고, 더 나은 글을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한 편 더 씁니다. 브런치는 양반이에요, 블로그에는 많을땐 하루에 게시글 4개도 올립니다. 어느정도냐면 일단 쓰고 싶은 욕망은 채워야 하니까 쓰고, 예약 걸어서 4일로 나눠서 업로드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또 예약 걸다가 ‘에이 씨 이게 뭐라고’하며 죄다 공개해버립니다. 쉽게 쓴 글은 그런 글입니다. 그만큼 가치가 없고 가벼우며, 휘발성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즉흥적이며 솔직합니다. 가다듬지 않는 것은 즉 날것이라는 것이니까요.


<툴앤툴즈>콘텐츠도 그러합니다. 대본을 쓰는데 어려움이 없어요. 그냥 슬렁 슬렁 쓰고, 녹음하고. 편집도 대충 대충. 오히려 그 많은 에피소드를 3개 플랫폼에 업로드 하는게 귀찮은거지, 콘텐츠를 만드는건 아주 쉬운 난이도에 속합니다. 그래야 30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이끌어 갈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런 형태가 저에게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대하 소설보단 단편. 아니 초 단편. 아니, 신문 귀퉁이에 실리는 유머글 정도가 어울리는 사람이죠. 대신 신문처럼 하루에 한번, 실리지 않는 글까지 포함한다면 하루에 네다섯개의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질보단 양인데, 양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대신 질을 한도 끝도 없이 떨어트린다. 제가 살아남은 작전이에요.


이쯤 읽고 나면 “그래서 저 구미 초코볼이랑 이 글이 뭔 상관인데?’할 수도 있습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래야죠. 그런데 말이죠, 소재는 일종의 핑계에 불과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먼저에요. 소재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프로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아마추어는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는 소재를 끼워 맞추거나, 정 없으면 소재를 무시하고 이야기부터 합니다. 무책임하다구요? 그게 본질이니까요. 책임감은 작품의 질에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양을 채워 넣고 꾸준히 가져가는 부지런함에 있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성공과는 거리가 멀겠지요. 하지만 행복과는 무엇보다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게 나보다 더 재밌는 사람이 있을까요? 물건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게 재밌었던 것 처럼.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올리는 것도 재밌습니다. 재미를 놓치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쯤에서 구미 초코볼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툴앤툴즈>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물건을 핑계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어라? 이거 이 물건 아니라도 상관 없는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가 종종 보일겁니다. 말하자면 그다지 핏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처음으로 글을 읽다가 소름이 돋았던 오오츠카 에이지의 글쓰기 방식인데요, 심지어 그 작자는 소설 속에서 상관 없는 이야기를 흘립니다. <철수와 영희가 골목으로 도망쳤다. 골목 하니까 생각나는데, 양동근의 골목길 이란 곡을 처음 들었을 땐 그가 그정도로 실력이 있는 뮤지션인진 알지 못했다. 처음으로 양동근에게 빠져든건 2집 Travel 부턴데>이딴 식이다. 도대체 그게 철수와 영희랑 뭔 상관인데? 하는 사이에 양동근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정신을 놓을 때 쯤 <그건 그렇고 철수와 영희가 어떻게 됐냐면>식으로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무책임함과 자유로움에 끝도 없는 매력을 느꼈다. 아마 중학생 2학년 정도 됐을때가 아니었을까. 중2병은 과학인가보다.


구미 초코볼은 맛있었다. 하지만 저걸 찍고 다시는 사먹지 않을걸 보니, 그정도로 맛있는건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에 눈에 보이면 사먹어야겠다. 안 살 것 같지만.


*암만 그래도 월화수 연재는 너무 하나마나한 퀄리티의 글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분량이라도 많게 가져가려고 주 1회, 월요일에만 연재됩니다. 어차피 읽는 사람 없잖아요? 불만 가지지 맙시다. 평소에 잘하든지 흥


https://www.youtube.com/shorts/-5TxmMc5W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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