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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콕스 cocs Mar 04. 2020

빵순이, 빵을 탐(구)하다

-낯선 이름에서 발견한 빵테일-

영국인들이 매일 먹고, 옛 식민지인들도 즐겨 먹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럽에서는 애프터눈 티타임에, 홍차와 함께, 여유를 즐기면서, 우아하게 먹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미국에서는 바쁜 시간에 간단하게 먹는 퀵브레드의 전형이다.

빵순이는 하루에 한 번씩 빵을 먹는다.

다이어트 때문에 빵을 아무리 멀리해도 우울할 때, 슬플 때, 따분할 때, 스트레스받을 때면

티비를 보면서 빵을 집어 들고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빵순이는 단순한 빵을 먹는 게 아니다. 행복을 먹는다.

탄수화물과 당으로 무장한 악마의 유혹이 어느새 사랑스러운 천사가 되어 날개 달고 나타난다.

행복을 와구와구 먹던 빵순이가 빵을 먹다 문득 깨달은 사실.

당연한 듯 말했던 빵 이름들이 낯설다?! 그래, 빵을 탐구해보자.




빵순이의 탐.구.생.활.


스콘 Scone

퍼온것 같지만 발로 직접 찍은 스콘

동네 작은 카페에서 자주 먹던 스콘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만 넣고 부풀린 퀵 브레드(Quick Bread)의 한 종류.

영국인들이 매일 먹고, 옛 식민지인들도 즐겨 먹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럽에서는 애프터눈 티타임에, 홍차와 함께, 여유를 즐기면서, 우아하게 먹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미국에서는 바쁜 시간에 간단하게 먹는 퀵 브레드의 전형이다. 스콘이 워낙 담백하고 살짝 푸석해서 홍차와 마시면 궁합이 잘 맞지만 사실 아메리카노와 마셔도, 초코음료와 마셔도 잘만 먹는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스콘 이름의 유래영국 전통 빵인 만큼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스콘 하면 모서리가 둥글둥글한 각진 모양이 떠오른다. 이것은 스코틀랜드에 있는 운명의 돌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는 설이 가장 그럴싸하다. 이 성스러운 돌은 스코틀랜드 왕의 대관식 때 쓰였던 왕좌의 돌로 이름이 스콘석이다. 돌 이름이 스콘석인 이유는 스콘이 과거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였기 때문이다.  


스콘은 크게 달콤한(sweet) 맛과 짭조름한(savory) 맛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달콤한 스콘은 건포도, 크렌베리 등 절임 과일이나 초콜릿을 넣고, 짭조름한 스콘은 양파, 마늘, 치즈 등을 넣어 맛과 향을 북돋는다. 보통 그 위에 과일잼이나 크림을 싹싹 발라 차와 함께 먹는 것이 제일 잘 어울린다. 모양도 세모, 동그라미, 네모 등 만드는 이 마음대로 다양하게 만든다.

좌-bakerbynature.com / 중- handlethehe .com / 우- sweetandsavorybyshinee.com


스콘은 19세기 이전까지는 큼직하고 납작한 케이크를 조각낸 스코틀랜드 향토 음식이었다. 그러다 19세기 후반부터 스콘이 널리 퍼지는 큰 전환점이 생긴다. 첫 번째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의 탄생이다.  어느 날 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이 긴긴 점.저 사이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소소한 다과를 열면서 생겨난 것이 애프터눈 티 타임이다. 물론 스콘은 공작부인의 지시로 하녀가 만들어 낸 간식이다. 이후 공작부인이 런던으로 건너가면서 상류층 사교계에 유행처럼 번져 빠르게 퍼져나갔다. 스콘도 대표적인 티푸드가 되었다. 그동안 스콘이 시골에서나 먹을 수 있던 우리나라 쑥 개떡 같은 이미지였다면 도시녀의 우아한 디저트 타임으로 인해 정갈한 꿀떡이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음식이나 제품 모두 포장이 중요하다. 예쁘고 깔끔한 것에 눈길이 가는 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니 거기에 문화가 더해진다면 유행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 고풍스러운 테이블 위에 깨끗한 린넨 보를 깔고, 아름다운 도자기 찻잔과 함께 오후 네시에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예나 지금이나 누릴 수 있는 힐링타임.


두 번째는 베이킹 소다와 베이킹파우더 같은 화학적 효모의 발명과 가스 오븐, 밀가루의 대중화 때문이다. 쉽고 빠르게 빵을 부풀리기 때문에 이때 퀵 브레드란 용어가 생겨난 것이고, 이를 맛본 미국과 영국의 제빵계에 혁명을 몰고 와 스콘도 납작한 모양에서 부풀어 오른 모양으로 대변신! 이렇게 신속하고 편리하게 바뀐 레시피로 더욱 널리 널리 퍼진 것이다.



베이글 Bagel

팝가수 Sting의 노래 <English Man In Newyork>을 듣고 있으면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갓 구운 베이글과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지는 건 왜일까? 그만큼 베이글은 뉴욕을 상징하는 그 무언가 이다.

미국의 아침식사이면서 빵 부스러기가 손에 묻지 않아 바쁜 현대인들이 밥 대신 간편하게 먹는 베이글 베이글.


모양은 같지만 맛이 다른 도넛과 베이글의 차이점은?

도넛은 기름에 튀긴 후 글레이즈나 설탕을 뿌리기 때문에 계속 먹으면 느끼하다. 베이글은 반죽을 끓는 물에 한번 대친 다음 오븐에 굽기 때문에 쫄깃한 씹는 맛이 있다. 끓는 물에서 반죽이 쉽게 익기 위해서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좌- 베이글 https://littlecity.ch / 우- 도넛 www.mastercook.co

간편하고 담백한 맛에 미국에서 가스오븐과 밀가루에 의해 탄생된 것 같지만 베이글은 사실 2천 년 전부터 전해져 온 유대인의 전통 빵다. 베이글의 이름과 모양에도 흥미로운 유래가 있다. 17세기 중엽 오스만 투르크(터키)의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2차 침공 당시 폴란드 왕 얀 소비에스키 3세(John III Sobieski)가 보낸 기마병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때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던 한 유대인 제빵사는 폴란드 왕에게 감사의 표시로  둥근 모양의 빵을 바쳤다. 승마를 좋아했던 왕은 빵의 모양이 말을 탈 때 발을 딛는 등자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뷔겔(등자: 독일어 Bugel, 오스트리아어 Beugel)로 이름을 붙였는데 이 발음이 변해서 '베이글'이 되었다.


뉴욕 베이글의 탄생- 뉴욕에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유대인들이 산다. 19세기 동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집단 이주하면서 그들의 주식인 베이글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었다.

좌- 크림치즈 베이글  okonomikitchen.com / 우- 베이글 샌드위치 adorefoods.com

베이글을 반으로 갈라서 생크림, 치즈, 크림치즈(제일 맛있는 궁합)를 듬뿍 얹어 먹거나 야채, 연어, 고기, 샐러드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즐기기도 한다.



뺑오쇼콜라 Pain Au Chocolat (초콜릿 크로아상) 


오스만 투르크 국기

여기 또 하나의 17세기 오스만투르크와 오스트리아-헝가리 2차 전쟁에서 탄생한 빵이 있다. 이름은 초승달 모양을 닮아 지어진 크로아상(Croissant). 당시 오스만투르크 군대가 비엔나를 공격하기 위해 땅굴을 파 함락시키려 했다.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는 제빵사들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군대에 알려 땅굴 침공을 무산시킨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국기를 상징하는 초승달(프랑스어: Crescent)로 빵을 만든 것이다. 이후 계속되는 오스만투르크의 침략으로 폴란드에 도움을 요청해 승리의 기념인 베이글이 알려진 것이다.

패전국 오스만투르크를 상징하는 크로아상을 사람들이 먹는 것을  치욕스럽게 여겨 일부 아랍국에서는 법으로 먹는 것을 금지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에서 만들어진 크로아상은 왜 프랑스 빵으로 알려졌을까?

실제로는 거짓으로 퍼트린 말이지만 프랑스혁명과 빵 하면 떠오르는 오스트리아 공주 출신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와 결혼을 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다.


크로아상과 같은 반죽 안에 한 두 조각의 초콜릿을 넣어 네모나게 만든 빵이 바로 뺑오쇼콜라.

파리의 아침은 진한 버터향이 풍기는 크로아상과 달달한 뺑오쇼콜라로 시작한다. 갓 구운 크로아상의 바삭한 껍질과 켜켜이 쌓인 크레페 같은 속살의 촉촉함은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프랑스의 또 다른 상징이다.

좌 - 크로아상 bakingamoment.com/ 우 - 뺑오쇼콜라 31daily.com


앙버터= (팥)앙(금)버터

웬만한 빵집에는 꼭 하나씩 있는 앙버터

스콘과 함께 앙버터를 발라먹다 문득 궁금해진 의문의 앙버터.

팥앙금(일본어 앙꼬)과 버터의 조합 이름 또는 빵에 팥 앙금과 버터를 곁들이는 일본 디저트.


앙버터 빵을 처음 봤을 때는 '앙~~ 하고 깨물어 먹는 버터인가? 앙증맞은 버터야?'라는 엉뚱한 생각을,

두 번째 먹었을 때는 '버터를 이렇게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거 아냐? 그것도 생 버터를??'이라는 살찌는 소리와 함께 칼로리 폭탄을 걱정했다.


앙버터의 유래는 1921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마츠바'라는 한 일본식 다방에서 <오구라식 팥 토스트>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가게에 방문한 학생들이 단팥죽에 빵을 적셔 먹는데서 힌트를 얻었다. 나고야시를 여행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로 알려져 있던 앙버터 토스트는 2011년 홍대 거리에 있는 <브레드05> 베이커리에서 팥과 버터를 치아바타 사이에 넣어 팔기 시작하면서 가게 명물로 유명해져 백화점까지 입점한다. 팥앙금과 버터는 베이커리에서 많이 쓰이는 재료이고, 두 재료 모두 어느 빵에나 끼워도 어울리는 대중성 때문에 2018년에는 SNS를 뜨겁게 달군다. 치아바타, 깜빠뉴, 프레첼, 페이스트리 등 다양한 빵뿐만 아니라 쿠키, 마카롱, 스콘에도 들어가 단팥과 버터의 조합이 하나의 맛으로 자리 잡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

앙버터를 맛본 사람들은 "버터가 입에서 녹는다." 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이투데이 2016년 1월>>

팥앙금(팥소)은 앙버터의 '심장'이다. 팥이 버터를 만나면 특유의 맛과 향이 최대치로 올라간다. <<동아일보 2018년 4월>>


하지만,

팥이나 팥앙금을 싫어하면 좋아할 리 없는 맛.

팥이 싫은데 버터는 맛있어서 앙버터를 좋아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  


그리고,

앙버터는 설탕 듬뿍 앙금 + 지방덩어리 버터 + 탄수화물 결정체인 빵 =  칼로리 대마왕

여기서 빵순이는 생각 없이 빵을 먹다가도 문득 정신이 번쩍 듭니다.

         


프레츨 Pretzel

10년 전에는 탐앤탐스에서 지금은 앤티앤스에서 즐겨먹는 프레즐

프레첼? 쁘레즐? 이름은 헷갈리지만 뫼뷔우스 하트 모양으로 기억하는 과자 같은 빵.  


원래 이름은 브레첼 (Brezel)로 매듭으로 만들어진 독일 빵인데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미국식 과자인 프레츨로도 불린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지역 등 독일어 사용 국가에서 먹는 빵이다. 프레츨의 유래는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 성체 의식을 거행하는 교회에서는 빵과 아주 밀접한 관계여서 수도원에서 유래했거나 관련이 있는 유명한 빵(프레츨, 마카롱, 에그 타르트, 마들렌 등)들이 있다.  5세기 고대 로마의 기독교인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육류, 유제품 섭취를 피했는데 이때 밀가루, 물, 소금만으로 만들어 먹었던 빵이라는 설과 7세기 수도사가 기도하는 아이들의 손 모양으로 본 따 어린이들에게 주는 상으로 '작은 상'이라는 뜻의 <프레티올라(pretiola)>라 이름을 붙인 설이다. 이때 기도하는 손 모양은 팔짱을 낀 기도 자세에서 착안한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독일계, 스위스계 이민자들이 펜실베니아에 있는 프레츨 하우스에서 딱딱한 과자 형태의 프레츨을 처음 만들었다.


좌- 독일식 브레첼 sugarspunrun.com /  우- 미국식 프레츨 tammileetips.com

라틴어: 작은 상- 프레티올라 -> 13세기 독일 브레첼 -> 19세기 미국 프레츨


프레첼은 스콘처럼 크게 부드러운 빵과 단단한 과자로 나누거나 짠 것과 단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빵 표면이 짙은 갈색의 금속광택을 내는 겉.바.속.촉의 풍미로 우리나라에서는 반죽 안에 체다치즈, 크림치즈, 고구마, 버터 등을 넣거나 시나몬 가루, 소금이 뿌려진 것을 선호한다. 흰 소세지, 맥주와의 환상적인 궁합으로 독일의 유명한 축제 옥토버페스트에 가면 브레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옥토버페스트 스낵 보드 thebakermama.com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거나 혼자 조용히 일을 하고 싶을 때 카페를 찾곤 한다. 그럴 때면 음료만 마시기에는 배가 허전해 꼭 찾는 빵과 케이크. 어느 날 문득 그 이름들이 낯설어 유래를 찾아보았다. 알고 먹으면 더 알찬? 빵순이의 빵과 인문학 탐험. 위에 언급된 빵 이외에도 즐겨 찾는 디저트들이 많지만 또다시 불현듯 궁금해지면 더 재밌는 이야기로 To be continued...







인스타그램 : @cocs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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