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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Oct 28. 2020

조성 (Tonality), 음의 위계질서 2

단음계의 종류 / 12음주의

조성 음악을 기반한 음계는 장음계와 단음계가 있다. 곧 조성 체계 안에서 음의 역할과 기능은 단음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글에서 장음계로 살펴보았던 음의 기능은 바로 조성 (Tonality), 즉 어떤 ‘한 음(Tone)’을 중심으로 한 구조를 튼튼하게 세우는 것에 목적이 있으며, 여기에 핵심이 되는 Tonic, Dominant 등의 각 음의 역할은 단조에서도 그대로 기능한다. 다만 장음계와 다르게 단음계는 음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어, 특별히 조성적 사용에 따라 음계를 변형하여 여러 종류의 단음계를 사용한다.



자연단음계 (Natural Minor Scale)


먼저 기존의 [H-W-H-H-W-H-H] 구조의 기본 단음계이다. 2음과 3음 사이, 5음과 6음 사이에 반음을 가지며 나머지는 온음으로 이루어진 7음 음계이다.



화성단음계 (Harmonic Minor Scale)


음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은 Tonic,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은 바로 Tonic과 완전 5도 관계의 가장 가까운 음, Dominant였다. 특히 화성적으로 Dominant(V)는 조성을 확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며 그만큼 조성체계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 Dominant 화음을 구성하는 3화음 중 가운데 3음이 바로 Leading Tone이었다. 자연단음계에서는 이 Leading Tone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음계에서는 음계의 제7음이 Tonic과 반음 관계였다(시-도). 때문에 이 좁은 간격이 Tonic으로 상행하도록 하는 힘이 강한데 비해, 단음계에서는 7음이 Tonic과 간격이 먼 온음으로 벌어져 있기 때문에 Tonic으로 향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곧 단음계의 7음은 Leading Tone으로 기능하기에 한계를 가진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 Tonic으로 향하는 Leading Tone은 종지적 성격이 강하므로 조성 확립에 있어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음이다. 따라서 이 Leading Tone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음계를 변형하여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화성단음계이다.

화성단음계는 단음계의 7음을 임의로 반음 올려 Tonic과 반음 관계를 만들어 줌으로써 Leading Tone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음의 기능을 보완하여 조성 체계를 견고히 하고자 변형된 음계인 것이다. 특별히 Leading Tone의 기능이 화성적인 측면에서 부각되는 것과 같이 이 음계는 수직적인 화음, 화성적인 용도에 주로 사용되어 ‘화성단음계 (Harmonic Minor Scale)'라고 불린다. 3화음을 만들 때, 이 화성단음계를 기반으로 음을 쌓게 된다. 단조의 3화음과 음의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조의 3화음과 비교해보면 각 음에 따라 구성된 화음 구조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가 장조와 다른 단조만의 음색과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특히 중심이 되는 Tonic은 해당 조(Key)의 음색을 만들어내는 가장 결정적인 화음으로 장음계에서는 Tonic이 장3화음(I)이지만, 단음계에서는 좀 더 어두운 느낌의 단3화음(i)이다. 이러한 Tonic이 음악의 전체 조성을 지배하므로 장조인가 단조인가에 따라 음악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다. (화음의 종류에 대해서는 추후에 알아보겠다.)

위와 같이 화성단음계를 기반으로 3화음을 쌓게 되면 Dominant 화음의 3음은 G음이 아닌 G#이 된다. 이는 곧, 장음계의 Dominant와 동일한 음정 구조(장3화음)를 가지는 것이며 Leading Tone인 G#은 Tonic인 A로, Dominant도 Tonic인 A로 진행하여 종지적 성격을 그대로 가질 수 있게 한다.

반음이 올라간 이 7음의 변화로 인해 Dominant는 장조와 단조에서 같은 음정과 소리를 가지는 고유한 화음으로, 조성 음악에서 아주 특별한 위치를 가진다. 예를 들어 A를 Tonic으로 한 ‘장음계’와 ‘단음계’ 모두 Dominant는 완전히 같은 음으로 구성된다.(E-G#-B) 따라서 조성 음악에서 Dominant의 역할은 유일하며, 대표적인 상징성을 가지는 중요한 기능이다.



가락단음계 (Melodic Minor Scale)


화성단음계를 통해 음의 기능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보완되었지만, 이 음계는 수평적인 선상에서 문제가 발생된다. 단음계의 7음을 강제로 반음 올리다 보니, 온음 관계였던 6음과 7음 사이의 간격이 더 벌어지게 되면서 '증2도'가 생겨버린 것이다. (반음과 온음은 음정으로 말하면 단2도, 장2도인데, 이보다 더 먼 거리의 증2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증2도는 안어울림음정에 속하며 전통적인 조성 음악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회피되는 음정이다. 따라서 수평적인, 즉 선율적인 흐름을 보완하기 위하여 음계의 6음에도 반음을 올려주어 증2도 간격을 해결한 음계가 바로 '가락단음계 (Melodic Minor Scale)'이다.

가락단음계는 선율적인 흐름 중에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음계의 6음과 7음에 반음을 올려주면서 Leading Tone과 증2도 발생 문제는 모두 보완되었지만, 변화된 가락단음계의 음렬은 사실 장음계와 굉장히 유사한 구조를 가지게 되면서 들었을 때 단조스러운 음색은 많이 옅어지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음계 상행 시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Leading Tone의 역할은 7음이 Tonic으로 ‘상행’할 때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 반대로 내려오는 선율에 대해서는 굳이 Tonic과 7음의 관계가 반음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가락단음계는 상행 시에만 6음과 7음에 반음을 올려서 진행하고, 하행하는 선율에 대해서는 자연단음계와 같이 다시 내려 사용하며 이로써 단조의 음색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가락단음계는 상행과 하행이 다르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집시음계 (Gypsy Scale)
잠깐 다른 이야기로, 온음과 반음으로 이루어진 온음계(Diatonic Scale)와 다르게 증2도의 사용을 더욱 강조한 음계가 있는데 바로 헝가리 지역 집시 음악가들 사이의 전통음악에서 자주 사용되어 내려온 음계로, 이를 집시음계라고 부른다.
집시음계는 단음계와 비슷한 구조와 음색을 가지지만 단음계에서 4음과 7음에 반음을 올린 형태로, 음계에 증2도를 2번이나 사용하고 있다. 이는 화성단음계보다도 더 강렬하고 이국적인 인상을 준다. 조성 음악에서도 19세기 음악가들이 이 집시음계를 차용하기도 하였으며, 대표적인 곡으로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 (Pablo Sarasate - Zigeunerweisen)이 있다.



조성 음악은 음이 가지는 각 역할로 인해 음악의 흐름이 어느 정도 정해지게 되고, 결국 그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도 만들어 준다. 우리의 음악성이 얼마나 조성에 깊게 스며들어 있을까. 클래식으로부터 발전되어 온 대부분의 서구 중심의 대중음악은 여전히 조성이 남아 있으며 사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오랫동안 고착되어온 이 조성체계는 이미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특별히 '조성은 이런 것이다'라고 의식하거나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나 연주를 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진행들이 이미 조성 체계 안에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조성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이 되려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음악을 들으면서 이게 음악인 것인지 그 부자연스러움에 고개를 갸웃거리듯 말이다.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클래식 (Classic)'은 Tonic 중심의 음악 배열, 즉 조성을 바탕으로 한 서양음악의 역사이다. 서양음악의 역사는 조성 음악의 정립 이후 계속적인 발전과 동시에 좀 더 다양한 표현과 음색을 찾고자, 또 예측되는 음악의 흐름을 회피하고자 화성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조성을 탈피해보려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장, 단음계에 해당되지 않는 반음계를 차용한 화음들을 집어넣으면서 (반음계적 화성으로 발전), 혹은 조성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음계를 사용하면서, 3화음 외의 화음을 사용하거나 자신만의 음계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점차적으로 조성과 멀어지던 19세기를 지나, 마치 강력했던 왕권시대가 붕괴되고 자유시민이 등장하는 근대사회의 역사를 뒤쫓아가듯이, 20세기 초 마침내 음악의 위계질서 또한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다.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수 있을, 바로 무조음악의 시작, 12음기법의 등장이다.

12음기법의 창시자인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20세기 초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하나로, 조성 음악의 해체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가 정립한 12음기법은 한 옥타브의 12반음을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기존의 반음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조성 체계를 구축하는 모든 음의 기능이 해체되고 12반음 모두 동등한 위치를 가진다는 것에서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즉 더 이상의 Tonic(중심음)이 없으며, 12반음이 모두 원음으로서 어떠한 위계질서도 가지지 않고, 어디로도 갈 수 있으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없는, 결과적으로 강력한 조성체계를 완전히 깨뜨린 음악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쇤베르크가 아무 제약과 법칙 없이 곡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음이 평등하되 일종의 순서를 가질 수 있도록 공식을 적용한 새로운 작곡기법을 창시하였으며 이는 후에 음렬주의 음악으로 발전하여 현대음악의 많은 작곡가들에게 계승되었다.


Sample 01_

Arnold Schoenberg - Pierrot lunaire (1912)

12음주의 음악의 초기 작품인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광대'는 극의 형태로 작곡된 연가곡이며, 12음기법을 정립하기까지 다양하게 시도된 실험적인 작품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곡이다. 음의 사용뿐만 아니라 속삭임, 외침, 탄성 등의 창법, 박자를 잃은 듯한 선율, 이상한 구성의 음향 등으로 모호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가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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