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글쓰기를 통해서라도 다시 힘을 내어보기로 한다
모처럼 날이 개었다.
요 며칠 장마가 지속된다는 뉴스는 괜히 더 사람을 무기력하게 했고,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대중교통에 오르면 비에 젖은 옷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뱃속까지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사이 갑자기 내린 많은 비는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내리는 빗속에 절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에게 이번 일주일도 그랬다.
매우 지쳤지만, 장맛비처럼 몰아치는 수많은 일들에 지친 나를 돌볼 틈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운전을 하면서도, 화장실을 가서도, 그 다음 순서에 내가 해야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하나라도 놓칠까봐 불안해 했다. 바쁠수록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를 돌아봐야 하는데... 어느 순간 그 끈마저도 놓쳐서 하루를 살아내는데만 너무 급급했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토요일이지만 주말 사이에 해결해야하는 일들이 산떠미라 밤에도 푹 잠들지 못했고, 출근을 안해도 6시부터 눈을 떴다. '오늘이라도 조금 더 자둬야지...' 생각하며 다시 눈을 붙였지만 결국 8시에 항복하고 일어나서 아침을 대충 차려 먹었다. 머리를 감고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는데... 아무렇게나 머리를 말린 후에 노트북과 수많은 페이퍼가 담긴 백팩을 짊어지고 나왔다. 그렇게 동네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루틴에 따라 펜을 손에 들고 페이퍼를 한 장, 두 장 읽다보니 문득.
'이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 그래서 나도 모르게 노트북을 꺼내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우선 글을 써야겠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글을 쓰면서 이 내 마음을 풀어내다보면 뒤죽박죽 던져놓았던 내 마음의 실타래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겠지?'하고 생각하며 쓰는 글이 바로 이 글이다.
본래 브런치를 시작했던 이유도 비슷했다.
그냥 매일을 살아내기에 급급하기보다 그동안 나에게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싶었고,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상이나 필요한 이야기들을 모아두고 싶었다. 그래서 이게 쌓이고, 또 쌓이면 꽤 근사한 보물상자 정도되지 않을까 하고. 그랬던 글인데도 그 사이에 어떤 경로인지 내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분들이 생겼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구독해주는 분들도 생겼고, 괜시리 뿌듯하고 들뜨기도 했다. 그런데 꽤 오래 여기에 들어와볼 여유도 없이 지냈던 것 같다.
그 사이 내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애들이 없을 때도 바빴지만 애들이 등교하면서 일상의 사이클이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틈틈히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별의별 연수를 다 들으며 영상편집부터 갖가지 기술을 익히기 위해 분주했다. 그 사이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진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돌봄도 신경써야 했다. 온라인 상황에서 소외되거나 도태되는 아이들은 학교로 따로 불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도 가르치고. 한 번에 학습결손을 메우기는 어렵지만, 차근차근 챙겨가며 수행평가 채점부터 출제, 기타 여러가지들을 챙기다보니 7월하고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 대학원은 완전히 뒷전이 되어 있었다.
딱 봐도 손놓고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올해는 학교 일은 좀 대충하면서 내 것을 챙기라고 하는데... 물론 나를 위해서 해주시는 말이지만 고지식하기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월급받는 본업에 대한 의무와 애들에 대한 책임을 뒤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들보다 느려서 하나도 겨우겨우하는 사람이 두 가지의 일을 벌였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내 실수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안간힘을 써서라도 둘다 해보아야지.
맑아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창문이 예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찍고나서 사진을 다시 보니 앞에 앉은 아저씨도 하늘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렇게 한참을... 창밖의 하늘을 응시하고 계시는 아저씨. 나와 같은 마음이신가 생각해본다. 그래,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지친 일주일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날이 갠 것처럼 곧 이 시기도 지나가겠지. 매일 조금씩,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