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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y 22. 2020

공부를 또 하겠다고??

나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란 사람

이번에는 대학원을 갈까 고민하던 기로에서 했던 개인적 차원의 걱정들을 함께 나누어 본다. 30대 미혼인 상황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쓸데없이 가방끈만 길어지면 뭐하나

2. 등록금 들일 돈으로 노후 준비해야 하지 않나

3. 졸업하고 학위를 써먹을 곳이 없음 무슨 의미냐

4. 결혼은 그럼 안 할 건가

5. 학위논문 쓸 때까지 애는 안 낳을 건가

6. 엄마 아빠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7. 직장과 대학원을 잘 병행하며 버틸 수 있는가


여기서 잠깐. 결혼과 아이가 여성에게 필수적인 선택이라 쓴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럴 리가. 저 부분은 그냥 나라는 사람이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이고,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할 수 있는 많은 일 중에 이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만큼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보니(아직 안 낳아봐서 하는 소리라고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갖고 있는 생각에 불과하다.


그리고 뭐랄까, 애들이 속 썩이는 일이 참 많고, 그럴 때 배신감에 부글부글 끓을 때도 있지만. 어른은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순수함을 가진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감사함이 있다. 그러니 내 자식을 낳는다면 더 예쁠 것이고 그러니 어려움 속에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상념들이다.(쓰다 보니 남들이 잘못 읽음 출산장려 글이라고 오해하겠...)


위의 내용들은 이러한 연유로 생긴 고민들이고 사실 남들은 손주 보시는 나이에 갑자기 딸이 학교를 또 간다고 하면 ‘우와! 좋은 생각이다!’ 하실리 없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미션 중 하나였다. 내가 간다고 하면 안 된다 하실 분들은 아니지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을 가고자 하는 나의 다짐과 그것의 효용성 등 그래도 설득할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그런 걸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할지 모르지만 난 가족이기에 당연히 큰 결정은 함께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캥거루처럼 부모님 옆에 붙어 있으니... 양심상 눈치를 보는 것 또한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금전적인 현실에 대한 부분 역시 고민의 요소 중 하나였다. 당연히 대학원을 간다는 것은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내가 대학원을 갈까 말까 할 때 한 친구는


마음 굳게 먹고 해야지 안 그러면
비싼 취미 생활하다가 끝나는 거야, 너...
그럴 거면 문화센터를 가!


라는 굉장히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이는 정말 100% 맞는 말이다. 모든 투자는 그에 대비한 산출이 있을 때 성공하는 것인데 만약 비용을 들여 가는데 그 결과가 무의미하다면(물론 누군가는 지적 욕구를 채우는 것이 공부의 본질이라 하실지 모르오나... 그런 사람이 못 되어서...) 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모른다. 절대 적은 돈이 아니고, 그렇다면 충분히 고민 후 결정하는 것이 맞다.


대학원을 가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꼭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다. 어른들 말씀처럼 날이 갈수록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이 귀한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다. 대학원 수업만 평균 2년, 논문 쓰는 것을 고려하면 석사냐 박사냐에 따라 또 다르지만 2, 3년은 생각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할애하여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면 아쉽지만 여기서 멈춰야 하는 것이 맞다. 거기다 휴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하면서 다녀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겠나.


그렇지만 내 결론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만 꿈꾸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현실에 발 묶여 희망하지 않는 삶을 살다 보면 너무 빨리 늙어버린 나를 마주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여러 걱정을 뒤로하고 난 그렇게 원서를 접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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