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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Mar 03. 2024

관계의 재발견

  부부관계, 교우관계, 가족관계, 상관관계, 군신관계, 친구관계, 거래관계, 주종관계, 상하관계, 연인관계, 삼각관계, 채무관계, 갑을관계, 남녀관계, 애증관계, 인간관계, 사제관계, 국제관계, 대인관계, 원한관계, 언약관계, 치정관계, 대칭관계, 계약관계. 


  관계(關係)가 들어간 말들이다. 명색이 관계전문가로서 반 페이지는 충분히 넘길 줄 알았다. 그런데 착각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잘 안다고 여기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관계가 그렇다. 관계만큼 중요한 것도 없으니 잘 관리하란 말을 우리는 쉽게 한다. 하지만 관계가 뭐냐고 물어서 “글쎄요...”라는 토 달지 않고 대답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관계의 바다를 살아가다 보니 나를 지탱해주고 원하는 것으로 이동하게 해주는 것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는 것을 뜻한다. ‘당기다’란 뜻의 관(關)과 ‘매다’라는 뜻의 계(係)가 합쳐졌다. 특출 나 보이지 않지만 만만해 보이지도 않는다. 남이 보건 말건 제 할일을 묵묵히 해내는 속이 꽉 찬 친구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무슨 말이든 ‘관계’가 붙으면 다시 보게 된다. 


  고수는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관계가 그렇다. 사랑이나 행복처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와인이나 요가처럼 돈을 들여 배우지도 않고 돈이나 건강처럼 특별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하루 살기 바쁜 우리로서는 그런 게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다 누군가로 인해 밤잠을 설치고 나서야 그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관계를 배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관계를 맺어간다. 관계가 힘든 이유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크던지, 작던지, 풍성하던지 스산하던지 자기만의 관계 정원을 갖게 된다. 


  건강한 관계가 자라는 정원은 행복의 원천이다. 철따라 맺는 꽃과 열매들로 충만하다. 자유롭게 날아드는 새들의 노래 소리도 정겹다. 반면에 앙상한 잡목이 무성하거나 덩굴식물이 고집스럽게 사방을 덮은 정원도 있다. 인생의 겨울에 들어설 때 덩굴은 풀어헤친 광인의 머리카락처럼 을씨년스럽다.


  화초는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관계 정원도 그렇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리하기 위해서는 볼 수 있어야 한다. 볼 수 없는 건 관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와 관계의 이상 현상인 갈등(葛藤)을 볼 수 있을까.


  여기 누군가의 정원이 있다. 그 곳을 한 번 걸어보자. 걷다 보면 관계와 그 것의 이상현상인 갈등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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