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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Aug 11. 2023

module 2: 피드백(feedback) 삼원칙

피드백은 훈수나 훈계가 아니다.

 문제(problem)는 이상과 현재 상태의 갭(gap)이다. 그렇다고 볼 때 삶은 문제의 연속이자 그 해결의 연장선이다.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하는지가 생존 가능성을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 해결 수단으로 힘을 주로 사용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에게 언어는 문제 유발 요인이자 해결 수단이다.  이중 피드백(feedback)은 매우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문제 해결 수단이다.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공통으로 인식할 수 있고 협력적으로 문제 해결에 임하게 됨으로써 문제 해결 가능성을 높인다. 하나 자칫 잘못 사용했다간 문제 해결은 커녕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수년 전 동네 북클럽에서의 일이다.

 그날은 회원들이 모여 다음 텀에 읽을 책을 선정하고 있었다. 다들 모임에서 읽을 책을 한 권씩 고르기로 했다. 그런데 유독 회원 하나가 비협조적이었다. 이 책 저책을 툭툭 던지듯 언급하더니 갑자기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있다며 그 책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 말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은 책 제목을 듣자마자 금세 사그라져 버렸다.


 이어서 "그 좋은 책들 놔두고 하필...?"란 생각이 들었다.


 내로라하는 명작들을 실컷 열거하더니 내놓은 책이 엉뚱하게도 갱년기 호르몬에 관한 책이었다. 책 제목을 듣는 순간, 다양한 연령이 참여하는 모임에 그 책이 과연 어울릴지 우려되었다. 그 즉시 그 점을 언급할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 모임 순서를 정하는데 그 책이 영 마음에 걸렸다. 긴 고민 끝에 그 회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혹시 다른 책으로 바꿀 생각이 없느냐 물었다가 뜻하지 않게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다음은 그날 대화 내용이다.




"아무개 회원님, 그날 좋은 책들 많이 언급하셨는데, 혹시 이 책 말고 다른 책 없을까요?"(매우 정중하게)

"왜, 그 책이 마음에 안 드세요?"(시니컬)

"아니 그게 아니라, 그날 그 책 외에도 좋은 책들을 언급하셨는데 그중에서 하나 선정해 주실 수 없나 해서요"(보다 더 정중하게)

"..."(싸늘)

"혹시 다른 책이 없다면 그 책으로 해도 상관없어요"(배려)

"아니 맘에 안 들면 안 든다고 하시지 왜 돌려 말하세요?"(가시 돋침)

"..."(망했음을 직감)


 그날 이후로 그 회원은 끊임없이 불평을 해댔고 모임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 갔다. 그리고 문제의 책을 나누기로 한 날 그 회원은 나오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탈퇴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나는 적지 않은 괴로움을 겪었야만 했다. 그리고 그날 나의 언행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 결과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문제는 안 하니만도 못한 부실한 피드백(feedback)이었다.


 비행 중에 항공기는 지상 관제센터와 끊임없이 교신(Air traffic control conversation)을 하며 목적지를 향한다. 그러다가 항공기가 경로를 이탈할 경우 관제탑은 그에 대해 피드백하고 그 피드백을 토대로 항공기는 항로를 조정한다. 이때 피드백의 문제는 큰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날 나 역시 선정 도서의 문제점을 그 회원에게 피드백했다. 그 책은 특정 대상에 어울리는 책으로, '모두가 즐겁고 유익한 나눔을 통한 모임의 발전'이라고 하는 목표를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인 내가 개입해서 항로를 수정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그 회원은 내 의도를 전혀 다르게 해석했고 피드백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반발하며 거절했다. 게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해 분노했다. 부실한 피드백이 빚은 참사였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피드백은 어떠해야 할까.




 피드백은 문제 해결에 협력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구조 또는 관계다.

 나와 상대가 과연 피드백할 만한 관계인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와 나는 한 구조(관계 또는 조직) 내에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경험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양측 모두에게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분명한 판단이 서야 한다. 그 결과 관계의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을 때 피드백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피드백은 괜한 오지랖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에도 간과하고 넘어간다면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피드백을 하기 전에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좋다. 특히 위계상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다음은 내용이다.

 애매하거나 막연한 피드백은 최악이다. 1997년 괌에서 228명의 사망자를 낸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도 결국 부기장과 기관사의 애매한 피드백이 한몫했다.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주관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최대한 명확히,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마치 남 이야기인 것처럼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상대가 불쾌할 것을 두려워해 돌려 말하는 건 좋지 않다. 무엇보다 마치 훈수라도 두듯 "다 너를 위해 하는 이야기인데..."라고 피드백하는 건 최악이다.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피드백은 삼가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대상이다.

 피드백의 대상은 문제 행동이 되어야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자칫 비난이나 책임 추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문제를 거론하는 게 좋다. 그러지 않고 마치 날이라도 잡았다는 듯 과거 문제까지 싸잡아서 피드백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


 팁으로, 상대방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피드백을 하기 전 긍정적인 부분 두세 가지를 먼저 언급하는 게 좋다.




 피드백은 문제를 공동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필요한 쌍방 대화(dialoue)를 시작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훈수가 아니란 말이다. 따라서 문제로 인해 받은 영향과 그 해결에 대한 확신 그리고 얼마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결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날 나는 확신도 결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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