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동혁 Aug 15. 2023

module 3: 사기꾼이 신뢰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

성공적 커뮤니케이션의 비밀, 관계

 사기꾼이 타깃을 정한뒤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무엇일까.

 

 아마도 상대가 자신을 믿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일단 그 대상이 귀를 열고 말을 들으면서 작업이 시작된다. 사기꾼들은 본능적으로 그 걸 안다. 그 작업은 미끼를 그럴듯하게 다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신뢰가 쌓이고 호감이 생기면 경계가 풀어지기 마련이다. 그때부터는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형사나 탐정이 아니고선 쉽게 의심하지 않는다. '신뢰'가 디폴트 값이 되는 거다. 팥으로 매주를 쑤어도 곧이듣는다'라는 말도 거기서 나왔다.


 그와 반대로 사이가 틀어져 신뢰에 금이 가면 그 어떤 말도 곱게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소통에는 신뢰가 중요하다.

 

 남편 카톡창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이 보낸 애교 넘치는 메시지를 보게 된다면? 아내는 남편 말의 99%를 두세 번 꼬아 듣게 될 것이다.


 "사랑해"는 도둑이 제 발 저려하는 말로.

 "쇼핑 안 가?"는 맘 편히 그날의 기억을 되새김하고 싶다는 뜻으로.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에서 관계 맥락은 중요하다.

 한마디로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면 관계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와의 관계를 유대인의 경전인 성경에서 찾아보자.




 창세기(In the beginning)에는 세상만물이 탄생히는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주라는 캔버스는 만물들로 채워진다. 거기서 신은 홀로 말하고, 만들고, 부르고, 창조하고, 축복한다.


 그런데 26번째 문장에서 특이점이 발견된다. 홀로 작업하는 줄 알았던 신이 누군가와 상의를 한다. 고독한 창작인줄 알았던 천지창조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우리 형상을 따라 우리 모습을 닮은 인간을 만듭시다. 그리고 그들이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합시다"


 최초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제안이 다른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져 성취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인간이 탄생한다.


 문제는 우리가 신처럼 갓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피해 갈 수 없다. 성경에 의하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은 완벽한 관계인 삼위일체(Trinity)에서만 나온다.




 우리는 신처럼 투명하지 않다.

 신과는 달리 바람을 담고 있는 생각의 지도는 물질로 된 몸 안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기대와 의도를 갖고 있는 상대 역시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통 오류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때마다 우리는 선한 의도가 왜곡되는 걸 답답해하며 억울해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말은 내가 만들지만 그걸 해석하는 건 상대다. 내 의도가 좋으니 너도 좋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독재이고 스토킹이다.


 그 오류를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게 '관계'다.

 제대로 소통하려면 먼저 관계를 먼저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 말은 의도를 언어로 정확하게 코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이가 왜곡 없이 해석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는 말이기도 하다.


 상대가 좋으면 일단 믿고 보지만 싫으면 의심부터 하는 게 우리라는 점을 기억하자.






 






작가의 이전글 module 2: 피드백(feedback) 삼원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