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박은옥 콘서트에 다녀왔다. 19년에 시작한 ‘40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 울산공연이 코로나로 취소되었다가 이번에 열렸다. 19년에는 창원 콘서트에 갔었는데 그때의 감동에 한 번 더 젖어들고 싶어서 4년 만에 두 분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 시간을 몽땅 가슴에 담고 싶어서 맨 앞 두 번째 줄 좌석을 예매했다.
어둠이 걷히고 첫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가슴 한 곳에서 울컥하고 뭔가 올라왔다.
<서해에서> -1집
‘서해 먼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멀리 퍼져간다’
노래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동안 군 복무하던 서해 바닷가 마을이 감은 눈 위로 선명하게 떠 올랐다.
<회상> -1집
‘해 지고 노을 물드는 바닷가 이제 또다시 찾아온 저녁에 물새들의 울음소리 저 멀리 들리는’
박은옥의 청아한 목소리가 살며시 날아와 내 품에 안겼다. 4년 전 모습에서 티끌 하나 변한 것이 없었다. 60 중반의 나이에도 내 첫사랑 같은 목소리가 나오다니. 파도, 바위, 달, 사랑,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시처럼 음악처럼 노래가 이어졌다
<촛불> -1집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 고향마을에 놀러 가서 뜨끈한 구들장에 앉아 막걸리 몇 잔 마시고 친구가 기타 치며 불렀던 노래.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그 겨울 공기 속으로 소리 없이 내리던 어둠. ‘시인의 마을’과 ‘촛불’의 인기로 정태춘은 1979년 MBC 10대 가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북한강에서> -5집
‘짙은 안갯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노래 가사가 그대로 문학이라 신춘문예에 응모하자는 지인들이 있었다는 이 노래. 2003년 어느 봄날 아침, 북한강가에 서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들었던 이 노래. 통기타 초보인 내가 쓰리핑거주법이 어려워서 아직도 스트로크 주법으로 연습하고 있는 노래다. 연말 모임 때는 쓰리핑거로 노래할 수 있기를...
<떠나가는 배> -4집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잔잔히 노래가 흘렀고... 2019년 봉하마을에서 이 곡을 부르던 모습이 오버랩되었고.
<시인의 마을> -1집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1978년 발매한 1집에 있는 노래. 정태춘 이란 이름을 알린 노래. 당시 대학 가요제 노래와 외국풍 통기타 노래를 주로 듣고 있었는데 이 노래를 듣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 서정을 노래한 이 곡은 음유시인의 등장을 알리는 곡이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8집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정태춘 노래는 1989년부터 대중가요에서 민중가요로 전환을 하며사회비판적 노래를 많이 만들었다. 이 시기에 만든 노래로는 ‘92년 장마. 종로에서’, ‘이 어두운 터널을 밝히고’ 등이 있다. 2008년 이후에는 다시 차분하게 주변의 자연과 인간의 풍경을 그리는 노래를 만들었고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등이 있다.
가수 알리가 '불후의 명곡'에서 이 노래를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동진 3> - 10집
박은옥 님 '정동진'과 분위기가 다른 노래다. 'Queen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정태춘에겐 정동진 3이 있다'는 노래다. 샌디에고, 티후아나, 정동진 세 곳 다 가 본 나에게 깊게 다가오는 노래였다.
<사랑하는 이에게> -1집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총 17곡의 노래를 불렀고 앙코르곡으로는 ‘사랑하는 이에게’를 들려주었다.
두 분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도 흔들렸고 마음이 봄밤처럼 데워지는 저녁이었다.
정태춘은 가요계 사전 심의제도 폐지를 주도했다. 1990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전심의제도에 의한 검열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투쟁을 시작했고 199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된다. 이 결과는 한국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되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담고 계시군요. 접어두었던 추억의 갈피들을 소환 하기엔 음악만큼 좋은 소제도 없겠지요~~젊은 날에 많이 애창했던, 지금도 거침없이 부를 수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 역쉬 앵코르곡으로 선정 되었네요. 마치 마법에 홀린 듯 줄글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스트로크 주법이 어려워요 ㅠㅠ~~ 아련한 추억으로의 초대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북한강에 서 있는 기분으로 읽고
들었습니다
얼마 후면 저희 축제에 오실 예정인데 덕분에 미리 맛 보았네요. 감사합니다~
@폴폴
물안개를 하염없이 바라 본 곳은 지금
다산 생태공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근처에 '유테르피'란 음악 카페가 있었지요.
@강경재
아, 그러시군요. 그 축제에도 가고 싶네요^^ 기쁨 가득한 시간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치의 노래
메모해 놓았습니다 ^^
@서무아
캔맥 들고 유튜브에서 이전에 했던 열린음악회, 불후의 명곡 '정태춘 박은옥' 편을 보고 있습니다 ^^
시대의 공감대안에서 추억을 한장씩 꺼내어 볼 수 있었네요 그 시절 그 노래...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담고 계시군요. 접어두었던 추억의 갈피들을 소환 하기엔 음악만큼 좋은 소제도 없겠지요~~젊은 날에 많이 애창했던, 지금도 거침없이 부를 수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 역쉬 앵코르곡으로 선정 되었네요. 마치 마법에 홀린 듯 줄글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스트로크 주법이 어려워요 ㅠㅠ~~ 아련한 추억으로의 초대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이미리
오랫만에 추억의 호수에 풍덩 빠져 봤네요. 작가님도 추억으로 가슴 설레는 주말 보내세요~
@정옥술스텔라
통기타 시작하면서 정태춘, 김광석 노래를 젤 먼저 치게되더군요
(코드도 쉽고요^^) 곁에 늘 음악이 있어
감사한 나날입니다.선생님도 감사하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오늘 아니, 어제 다산 생태공원, 능내리에 다녀왔는데요... 금계국이 폈나, 하고.
금계국은 아직이라... 흐르는 강물을 오래보고 왔네요.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 날입니다.
@여름
작년 봄, 문득 어떤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와 봉쥬르(있던 곳),다산 생태공원, 물의정원을 찾아갔더랬습니다. 그 날도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건강한 오늘 보내세요.
@헤비스톤 봉쥬르를 아시는군요^^
정말 뻔질나게 들락거린 곳이었는데요. 기찻길 옆.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오늘도 좋은 날이요!
그 시절 그 노래...
통기타 잘 치던 동네 오빠가
아카시아 향기 흩날리던 날
마을 앞 언덕에 앉아
불러주던 노래.,
"소리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그시절 덕분인지 이날까지도
흥얼거려지는 노래입니다.
작가님 덕분에 흘러가 버린
시절의 아득한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가만히 웃어 봅니다.
아름다운 글이네요^^
@stella
아카시아 향기 흩날리는 곳에서 '촛불'
을 불러보고 싶네요.^^
지금, 호숫가 벤치에 앉아
인연, 운명...같은 단어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초록향기가 유난히 짙게 스며드는
날입니다
시인의 마을
음악에 별 관심없는 나도
참 좋은 노래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서정적인 노래
오늘, 산청 성심원 '어울림 축제'에
갔다왔다오
1시간동안 두분이 공연했는데,지난 달
울산 콘서트때 보다 더 감동!
울뻔했소
공연 마치고 무대뒤에서 싸인도 받았고.
잠시의 대화였지만 평생 잊을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