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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Jun 29. 2024

무건리 이끼폭포


계곡 깊은 곳

여름 내음을 가로질러

은빛 비단을 펼쳐놓는

폭포 물줄기


초록향기를 품은 물방울은

바위와 하이파이브하며

방울방울 허공 속으로 뛰어들고

물소리는 청신경 세포를 두드린다


바위틈 이끼 위로

춤추는 나비들

바람이 손 잡으러 다가오자

부끄러운 듯 달아난다


연둣빛 카펫이 계곡을 감싸 안아

발끝에 전해지는 촉감은

대지의 숨결 같다


여름의 향연이 펼쳐진 이곳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반짝이는 물 위로

푸른 하늘이 내려앉고

초록 이파리 위로

뻐꾸기 울음이 올라탄다


폭포 귀퉁이 바위가 만들어놓은

수영장에 올챙이들이 놀고 있다

꼬물꼬물 꼬물꼬물

손이 시린 물속에서

하이틴을 기다리며

볕바라기를 하고 있다


평상에 앉아 과일을 꺼낸다

일곱 살 어린 시절

고향 강둑에서 먹던 참외향기와

여름의 달콤함이 혀끝에서

녹아든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고 있는 동안

물소리, 뻐꾸기 소리

여름 숲 향기, 붉은 수박 맛

바람의 어루만짐


오감의 습격


항복!


평상 위로 쓰러지며

가만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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