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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Oct 21. 2024

메밀꽃 향기에 취한 밤

영남알프스 숲페스타 야간 체험을 신청했다.

달빛아래 메밀밭은 어떤 광경일까,

어릴 적 봤던 밤하늘 별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언덕,

옛 목장을 가꾸어 메밀밭을 만들어 놓은 곳.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상현달이 우릴 반겼다.


<메밀밭 걷기>

노르스름 거뭇거뭇한 밤하늘 아래 축구장보다 넓은 메밀밭,

꽃송이들은 사람들 시선이 부끄러운 듯

보일 듯 말 듯 하야스름한 이빨만 살짝 보여주며

달님의 귓속말을 듣고 있었다.

(아래쪽에 은은하게 깔려있는 메밀꽃)


발걸음을 멈추었다

시곗바늘을 묶어놓고 잠시 서서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월광 1악장>을 들었다.

음표들은 박각시나방처럼 메밀꽃잎 속으로 스며들었다.


<자리 보기>

별이 듬성듬성 보였다.

별자리 이야기 전문가 김정태 박사님이 밤하늘 강의를 해주셨다.

“저게 북극성이고. 저건 견우별, 저건 직녀별…”

레이저빔으로 하늘에 걸려있는 별을 하나하나 비추며 설명하셨다.

샛별,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별자리 어플 사용법도 설명해 주셨다.

가져간 망원경으로 별을 하나하나 찾아봤다.

눈으로 볼 때보다 더 많은 별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아득히 먼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예닐곱 살 때쯤, 여름날 밤

고향집 마당에 누우면 하늘에 별이, 별천지였다.

빼곡히 별들만 박혀있었고 검은색 공간이 없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앗, 별이 움직인다'



박사님이 천체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보여주었다.

달 표면에 분화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핸드폰 사진)         (손전등으로 비춰본 메밀꽃)



행사 끝무렵,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책 이야기가 이어졌다.

핸드폰에 ‘창백한 푸른 점’을 띄우게 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내용을 읽어주셨다.

박사님의 말씀은 달빛아래에서 별빛이 되어 밤하늘로 퍼져나갔다.


내년에 태백에 가서 은하수를 꼭 봐야겠다.


<코스모스> 책 주요 부분을 읽고 계신 김정태 박사님




(메밀꽃 만개 상태 사진, 인솔자님 제공)








표지 사진 : 주최 측에서 광고용으로 낮에 찍은 현장 사진


검은색 사진 : 어두운 곳에서 보면 윤곽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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