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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Feb 03. 2024

돌아와, 내딸!

둘째 딸의 변화

좋아하던 바이올린 연습도 안 하고, 전화기만 들여다본다.  10시, 11시가 넘어도 샤워할 생각도 없고 빨리 하라고 재촉하면 마지못해 샤워하러 간다.

4시에 학교 끝나 집에 돌아오면 교복을 입은 채로 침대로 들어가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다 낮잠 들기 일쑤인 데다 그렇게 방과 후 시작한 전화기 삼매경은 제지가 없으면 새벽까지도 계속될 기세다. 울며 겨자 먹기로 11시에 전화기를 강제 회수 하지만,  5분만 10분만 하며 실랑이가 벌어지기 다반사다.

학교는 제시간에 맞춰 버스 타고 갈 수 있을까 매일 불안에 떨게 하며, 과목별 수업 들어가기 전 담임선생님 역할을 하는 그룹 adviosry를 제치는 것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 듯하고.... 친구들과 밖에 나가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 학교 과제나 생활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나와 딸과의 연결고리가 점점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는 것도 싫어하고 대화를 했다 해도 단답형의 대답만 돌아오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성질내는 걸 보다 보면 나도 화가 나서 돌아서게 된다. 진심으로 얘기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것도 먹히질 않는 듯 하니 좌절감만 늘어난다.

엄마로서 부모로서 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고, 여태까지의 엄마로서의 내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거 같다. 어느덧 부쩍 자라, 더 이상  내 딸이 아닌 남의 딸이 되어버린 아이.... 심하게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아이를 이제나 저제나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거 외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듯 해 더 슬프다... 이러다 나중에 정말 돌아오긴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학교를 잘 나가고,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오고, 주말  알바도 열심히 하고, 열정이 그전 같진 않지만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계속 나가고, 원하던 배구팀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을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계속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엄마 아빠한테 퉁명하게 대하고,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며,  갑자기 짜증 내고 화내는 거 외엔, 본인이 꼭 해야 할 일들을 아직 손에서 놓진 않은 거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만 항상 모범생에 똑똑하고,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던, 엄마 아빠한테 얘교 부리던 둘째의 변화는 첫째의 사춘기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오늘도 난 크게 숨을 들이마 쉬며, 참아야 한다를 마음속에 수도 없이 되뇌며, 하루빨리 내 딸이 긴 사춘기 여행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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