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지난주 큰 딸의 대학 입학이 확정됐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상상해 본적도 없었는데, 작년 말 시험 삼아 한번 지원해 보고 싶다는 말에 그냥 건성으로 니 알아서 해라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 입학 통지까지 받고, 코비드 검사예약, 비행기 티켓 예약, 기숙사 확정, 짐 꾸리기까지 채 2주가 안 되는 기간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있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이면 호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대학 기숙사를 찾아 떠날 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슬퍼져 아침부터 눈물을 질질 짜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당연히 떠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Year 12를 시작하며 Year13을 건너 띄고 대학을 가겠다는 딸의 의사를 받아들였고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해했다. 법대를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공부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된다 정도의 말만 했지, 딸에게 대학 지원부터 입시 전 과정을 알아서 하라 맡겨 놨는데.... 호주대학에 원서를 넣겠다 할 때도 설마 진짜 가겠어 라며 반신반의해했다.
그런데 진짜 가겠다 하니,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도 없는 이 복잡한 심정을 어찌해야 할지... 열심히 해서 합격한 게 한편으론 대견하고 기쁘지만, 아직 만 17살에, 이 코비드 시국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캔버라로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혼자 찾아가야 한다니....... 격리 때문에 데려다주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보내야 하는데... 그 큰 짐을 그 가녀린 몸으로 잘 간수할 수 있을지, 시드니에서 환승은 잘할지, 캔버라 공항에 도착해 대학 기숙사까지 잘 찾아들어갈지, 도착해서 코비드 테스트는 잘할지, 자가격리는 잘 끝낼 수 있을지, 은행 계좌오픈부터, 전화 개설, 호주 학생 등록에 필요한 서류까지 혼자서 다 처리해야 하는데.... 집 밖을 벗어나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애가 처음 해보는 모든 일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복잡한 내 마음과 눈물은 앞으로 혼자 헤쳐나가야 할 큰 딸의 앞날에 대한 걱정 반, 17년간을 키워온 딸의 독립을 미처 마음의 준비 없이 마주한 미숙한 엄마의 서운함 반인 듯하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는데도 딸이 떠나고 비어있을 빈방을 상상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해서 좋은 결과를 받고 힘차게 새 출발을 할 딸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고 응원해 줘야 하는데, 웃는 모습으로 공항에서 배웅을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은 시간을 함께 살고 독립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내 서운한 감정에만 치우쳐서, 질질 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혹여 내 눈물을 보고 자기도 앞으로 닥칠 현실에,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슬픔에 마음이 무거워 질까 또 걱정이 앞서는 이 한심함이란....... 쿨한 엄마가 되고 싶다. 여태까지는 그렇지 못했어도 배웅하는 다음 주 월요일에는 웃는 얼굴로, 격려의 말로 배웅하는 게 지금 내가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떠나는 딸의 발걸음 가볍게, 적어도 엄마 우는 모습에 마음이 쓰이지 않게 노력하리라. 우리 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