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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Writes Apr 13. 2024

아들이 대학에 가자 중년의 위기가 왔다

아들이 대학에 가자 중년의 위기가 왔다.


내 나이 아직 마흔셋이니 중년의 위기는 아직 몇 년쯤 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여러 차례 삶의 터전을 바꾸고, 직업도 바꿔가며 두 아이를 키우느라 중년의 위기 같은 건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다.


두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고,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아이를 협박과 회유를 번갈아 사용해 가며 가끔은 승전보를 가끔은 GG를 치는 실랑이를 하고,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짜며 업무를 꾸역꾸역 마치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먹을 식사를 준비한 후 빨래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좀 하고 나면 하루가... 아니 일주일이 한 달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머릿속에는 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나 있을까? 중졸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대학이나 취직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과 걱정만이 가득했다.


"엄마 나도 대학이란 걸 가 볼게. 어차피 한 톨의 먼지에 불과한 우리 삶에 대학에 간다고 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그냥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가 봐도 될 것 같아."


대학을 가지 않을 거면 공장에 가자. 아니면 기술을 배우자.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네 맘이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나이가 지난) 후 집에서 노는 꼴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못 본다는 나의 지속적인 협박에 아이는 대학 진학 준비라는 안을 내놓았다.


그렇게 어떻게 1년 동안 공부를( 처음엔 열정적으로 하다가, 포기하다, 다시 재도전, 또 빠른 포기, 다시 도전) 한 후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대학에 합격하게 되었다.


5 광탈 후에 찾아온 첫 최초합, 그것도 아이가 가고 싶어 하던 곳이라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고 눈물이 왈칵 날 정도로 감사했다.


하지만 대학 합격 후에는 좀 변할 거라는 희망과는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식이 있는 3월까지 다시 아이는 게임에 깊게 빠져 들어서 이 아이가 대학에 갈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또다시 잠 못 이루곤 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대학에, 기숙사로 떠났다.

 

아들이 대학에 가자 중년의 위기가 왔다.

24살에 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처음이라 배워가며 하루하루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게 버거워 나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삶의 주파수는 24시간 아이들을 향해있었다.

그런데 영원히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은 그래도 흘러 내 나이 43살에 아이가 대학에 갔다.


24살 어느 날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43살의 나로 깨어난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훌쩍 나이만 들어 버린 내가 낯설다. 지도 늙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 그러니 중년이겠지.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무얼 하면서 다시 내가 살아 온 이상의 세월을 살아가야 할까? 오랫동안 느껴 보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일렁거린다. 이번에 주파수는 나로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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