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PL을 맡은 자들의 성장통
PM/PL/PE의 차이는 무엇이고 각자의 R&R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내용을 가볍게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PM (Project Manager)
모든 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프로젝트 TF장으로,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 일정 및 의견 등을 조율하는 팀 내 의사결정권자입니다.
PL (Project Leader)
클라이언트 혹은 TF 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자기 분야의 중간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하며, 자기 분야의 업무 분배와 일정 관리 등의 매니징뿐만 아니라 실무도 함께 합니다.
PE (Project Engineer)
프로젝트 내에서 실무 업무를 집중적으로 맡아서 하는 역할이며, 주어진 요건과 일정에 맞게 업무를 진행합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이 되면서 제 회사 생활에 큰 변곡점이 생겼습니다.
PE였던 제가 PL을 하게 된 것인데요.
그전에 홀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PE이자 PL인 상태로 지낸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PL 역할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 들어오신 PE분들과 함께 저의 첫 PL이 시작되었고, 정말... 정말 실수도 많이 하고 밤마다 집에 가서 이불을 뻥뻥 찰 정도로 매일 흑역사를 갱신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예전에 00 선임님이 하셨던 것들을 더 유심히 살펴볼걸...'하고 아쉬워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PL의 역할에 익숙해지고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오늘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포함하여, 함께 첫 PL을 경험한 Yunnie님과 인터뷰 형식으로 미숙했던 부분들과 어려웠던 점 등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에는 함께 일했던 PE들에게 PE로서 PL에게 바라는 점들도 함께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Yunnie]
저는 7점이라고 생각해요. 큰 사고는 치지 않았다... 였기 때문에!
먼저 제가 첫 PL을 맡게 된 프로젝트가 제안 프로젝트였고, UI 디자인보다는 UX 전략이 더 중요했던 프로젝트였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법론들을 다 사용해볼 수 있었던 점, 스케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PM님에게 계속 확인을 받고 진행했지만, 자유도가 있었던 점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Bearbean]
저는 5점인 것 같아요.
제가 했던 프로젝트가 Yunnie님과는 성격이 다른 프로젝트였어서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일정이 정말 타이트하고 해야 할 것들도 많았거든요.
그 과정에서 PE들을 꼼꼼히 잘 챙기면서 동시에 제 업무도 실수 없이 시간 안에 완수했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Yunnie]
PE는 현시점에서 주어진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 PL은 PE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먼저 앞에 나아가서 대비하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늘 앞에 있었던 것 같아요.
[Bearbean]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PE는 정말 주어진 업무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 PL은 자신의 파트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 컨디션도 살필 줄 알아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갖춰야 하는 것 같아요.
[Yunnie]
입사 이후로 프로젝트를 PM을 맡으신 책임님과 계속 함께 진행해왔었어요.
그래서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시는지를 계속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똑같이 하게 돼서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Bearbean]
우선은 '처음'이라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역할이고 일이다 보니, 그전에 함께 일했던 사수 분들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도 듣고 조언도 구해봤지만... 뭘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PE때 일하던 방식이 관성처럼 작용해서 바로 실천하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PE들이 종종 방향을 잃고 힘들어할 때가 있어요.
만약 저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라면 제 경험에 비추어 도와줄 수 있겠지만... 성격도 다르고 업무 스타일도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어떤 부분이 어렵고 무엇이 고민이 되는 건지 파악하고 그 사람에 맞는 해결 방안을 찾아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Yunnie]
PE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가 걱정이 되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막혀해서 혼자 고민하고 있지는 않은지가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실시간 공동작업이 가능한 피그마로 작업을 했는데요, 각자 하나의 파일을 맡아서 작업을 진행한 후에 공유를 하는 것보다는 함께 진행상황을 보면서 작업을 하니까 먼저 일을 끝낸 팀원이 다른 팀원의 일을 바로 도와줄 수도 있고, 저는 PL로서 전체적인 그림을 계속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또, 제가 PL로서 항상 앞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리서치 단계에서도 휴리스틱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평가지를 작성했었어야 했던 적이 있었어요.
저도 처음 해보는 방법론이었기 때문에 먼저 스터디를 해서 공유하려고 PE들을 퇴근시키려고 했는데 PE들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고민해보자고 말해줬고 함께 고민해서 평가지를 잘 작성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항상 세팅을 다 해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막히는 부분 있으면 함께 고민하며 업무를 진행해나갈 수 있었어요.
[Bearbean]
저 같은 경우엔 PL로서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어떻게 되는지 겪었던 적이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의 메인 과제를 수행할 때, 그 업무의 범위와 깊이를 너무 간과했어서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일했던 PE들도 많이 고생했었어요.
꽤나 어려운 일이었어서 스터디 기간을 더 길게 가졌어야 했는데, 빠르게 Draft부터 만들어보고 개선해나가자라고 하고 진행했다가 충돌되는 지점도 많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당황했어요.
하면 할수록 개미지옥에 빠지는 기분이라,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는데 그러기까지 쓴 모두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쉬웠죠.
그래도 한번 실패를 하고 나니 이후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서 큰 이슈없이 해결하긴 했는데... 저에게는 그 당시 상황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Yunnie]
PE들에게 특정 업무를 완전히 맡기는 것보다는 업무를 분배하고, 그 업무에 제가 다 투입돼서 함께 일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배했어요.
불필요한 야근을 안 했으면 좋겠어서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어요.
팀원들이 집중력도 좋고 손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 잘 맞았어서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어요.
업무를 리스트업하고 몇 시까지 끝내겠다를 정하고 거기에 맞게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하니 빠르게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코어 타임이 끝나고 나면 간식이나 커피를 먹으러 가면서 충분한 휴식 시간도 가졌어요.
업무와 시간을 딱 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일을 해내려고 계속하다 보니 불필요한 야근도 줄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Bearbean]
저는 주로 업무 난이도에 따라 역할 분배를 했어요.
설계서를 쳐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챕터의 분량이나 기능 정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그들이 소화 가능한 선에서 분배하였고, 전략 제안 단계에서는 최대한 모든 업무를 같이하면서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매 프로젝트마다 노션을 파고 거기에 레퍼런스, 스터디 자료, 회의록 등을 전부 아카이빙해서 노션 하나로 그 안에서 히스토리 파악 및 스터디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어요.
목업을 하거나 설계서를 칠 때 사용하는 툴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산출물에 따르지만, 대개 피그마와 XD로 공동 작업을 해서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수시로 공유했어요.
마지막으로 일정은 WBS를 짜서 굵직한 할 일을 정하고, 그 안에서 UX 파트의 세부적인 일은 그날의 할 일이 끝날 때마다 지금까지 어떤 걸 했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정리하고 퇴근하는 쪽으로 관리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회사가 자율 출퇴근이다보니, 서로 출근 시간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퇴근할 때쯤에 모여 정리해서, 다음날에 ‘오늘 난 뭘 해야하지?’ 하는 일 없이 바로 자기 할 일을 하길 바랬어요.
[Yunnie]
각자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업무 스타일이 같지 않고, 개인의 성향이 또 다르기에 이런 부분을 먼저 파악해야 업무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제 나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Bearbean]
음... 저는 크고 작은 실수들을 많이 했어서, 그때마다 PL이라면 명심해야 하는 것들을 배웠어요.
첫 번째는 '스케줄을 한번 세웠으면 어떻게든 그것에 맞춰야 한다'입니다.
만약 수정이 필요한 경우엔 스케줄 수정을 하고 나서 모두에게 알려야 하고요.
두 번째는 '사람들 앞에서 제 멘탈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보여선 안된다'에요.
특히 신규 입사자와 함께 일하는 경우에는 그들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 불안하고 더 PL에게 기대게 되거든요. 만약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더 불안하고, 같이 흔들리게 되는 거죠.
그래서 내가 힘들어도 그들 앞에서는 티를 되도록이면 내선 안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제가 업무 분배와 일정 관리 등의 매니징을 하고 메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무를 PE보다 덜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에요.
PE에서 PL이 된다고 해서 하는 일이 아예 달라지는 게 아니라 + a가 되는 거니까요.
PM은 또 다른 얘기인 것 같은데... 그건 PL에서 PM이 될 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
[Yunnie]
모두가 나를 다시 찾아줄 정도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Bearbean]
저는 '같이 일하면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은 제가 야근을 더 해서라도 어떻게든 끝낼 수 있는 건데, 함께하면서 즐겁고 웃음 가득한 분위기와 경험은 제가 어떻게 사람을 대하냐의 문제거든요.
서로 하하호호 웃으면서 재밌게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결과도 좋으면 최고니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요.
분명 누구나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점이나 원하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제가 처음에 그들이 제게 바랬던 것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PE로서 PL에게 바라는 것을 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동안 함께 일했던 PE들에게 해당 질문을 하고 그들이 전해준 답변을 정리해봤습니다.
1. 프로젝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이드를 주면 좋겠다.
2. 업무를 진행할 때,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잡아줬으면 좋겠다.
다들 전체적인 과정과 업무에 대한 가이드를 줘서 방향성을 잡아주길 바란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이 부분을 좀 더 신경써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강렬했던 첫 PL로서의 경험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하여 공유드렸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다른 프로젝트에서 PL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고 이리저리 깨지며 계속 배우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저희 두 UX 디자이너는 좀 더 PL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잘 해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흑역사 갱신이 대체 언제 멈출지..."이불 킥 멈춰!")
여러분들도 좋은 PL이 되어 모든 프로젝트를 슬기롭게 이끌어나가고 좋은 PM까지 도달하도록 노력해봅시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yuneui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