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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Aug 17. 2020

인생은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인생도, 히말라야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조화가 있기에 우리는 성장한다

* 12일 차, Lumde(4,368m) → Thame(3,820m) 2시간 55분 소요 → Namche(3,440m) 3시간 50분 소요



2017.10.27, 금 오전


  어제는 피곤함 덕분에 바로 잠이 들었다. 자기 전까지 목이 아파서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셨다. 그로 인해 새벽에 자는 동안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결국 05시 50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배낭을 챙겼다. 이제 2번만 짐을 더 챙기면 이 트레킹도 끝이 난다.


  오늘이 12일 차. 돌아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쿰부 히말라야를 트레킹 하기에 최적의 시기인 이때, 이곳에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짐을 챙기고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를 했다. 


서리가 내려앉은 룸데 마을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기록을 위해 영상을 남겼다
손가락이 너무 타서 쓰라렸다
까맣게 물든 것 같다

  식사 후 07시 05분 타메(Thame)를 향해 출발했다. 아직 태양이 히말라야 산맥을 넘지 않아서일까. 해는 보이지 않았고 꽁꽁 얼어붙은 땅 위로는 서리가 쌓여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람을 맞으며 음지를 걷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아, 너무 춥다.'


  힘듦을 넘어 이제는 괴로웠다. 양 손으로 스틱을 잡기 조차 어려웠다. 이른 아침 엄청난 추위와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고통. 다른 곳은 어느 정도 버틸만했으나 히말라야 트레킹 중 손가락이 이렇게 춥고 아팠던 적은 없었다. 트레킹 하는 동안 손가락장갑을 껴서 그동안 손가락 끝 부분만 햇볕에 노출되어 새카맣게 탄 상태였다. 그래서 스틱을 쥐어야 하는 손가락이 평소와 달리 유독 쓰라리고 아팠다. 그래도 버텨야 했다. 여기서 버티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보다는 덜 강한 맞바람이 불었지만 오늘의 트레킹 코스는 오랜 시간 동안 그늘진 곳을 걸어야 했기에 유독 더 춥게 느껴졌다. 조심스레 등산 스틱을 사용하여 걷다 보니 몸과 손가락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해가 보였고 몸도 풀리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내리막 길이었지만 양손에 쥔 스틱과 무릎 테이핑 덕분에 어제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어제가 정말 미칠 듯이 힘들었던 하루였다. 걷다 보니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아이고, 진짜 힘들어 보인다.'


  나는 이들과 반대 방향에서 올라와서 이곳으로 내려가는 중이었지만, 이들은 어떻게 이 험한 길을 올라가려고 하는 걸까. 가볍게 내려가고 있는 나와 다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는 외국인들의 얼굴은 다소 힘들어 보였다. 누군가 나에게 반대방향으로 다시 한번 쿰부 지역 트레킹을 하라고 한다면 갈 수야 있겠지만 못 갈 것 같았다.

오늘도 묵묵히 걸어간다
날씨도 풀리고, 몸도 풀리고, 정신도 풀렸다.
야크 떼


너는 무슨 고생이니...
한쪽이 깎여진 것 같았다
반갑다 타메야
타메 마을
히말라야 감성


  정확히 2시간 55분 후 해발고도 3,820m에 위치한 타메에 도착했다. 


  '야호'


  드디어 3,000m 대로 내려왔다. 행복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기 전 점심으로 먹었던 것과 같은 메뉴인 양념감자볶음에 계란을 얹어 점심을 해결했다. 오늘도 목 상태가 안 좋았기에 식사 후 생강차 한잔을 마셨다.


생강차 한잔. 목이 너무 아팠다.
감자볶음 위에 계란 하나를 얹어 먹었다
타메!


  갈길이 멀었다. 잠깐의 휴식 후 지체할 겨를도 없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이제 드디어 남체를 향해 갈 시간이 다가왔다. 오전처럼 무조건 내리막의 연속일 줄만 알았는데 남체로 향하는 길은 은근히 오르막길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라갈 때는 오르막길만 있고 내려갈 때는 내리막길만 있으면 좋을 텐데. 처음에 출발하여 올라가는 동안에는 내리막이 나오는 게 싫었는데 반대로 내려가는 중인 지금은 오르막이 나오는 게 싫었다. 늘 예상치 못한 불청객은 반갑지가 않다. 


  내려갈수록 숨쉬기는 조금 편해졌지만 해발고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오르막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항상 오르막은 힘들고 내리막은 상대적으로 쉽고 빨리 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리막이 결코 쉽다고만 할 수는 없다. 산에서의 사고는 올라갈 때 보다 내려갈 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려갈 때 발생한 사고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어렵고 위험하다. 


  인생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일상에서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룬 후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여러 분야를 보면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각광받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편안하게 잘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좋지 않게 수직 낙하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보다는 이룬 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겸손해야 한다. 실력이 뛰어나서 아무리 원대한 목표를 이루고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가졌다 할지라도 겸손하지 않고 교만할 경우 한방에 훅하고 떨어질 수도 있다.


  돌아보면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했지만 이런 오르막과 내리막의 조화가 있었기에 내가 여러 높은 봉우리의 정상을 오르내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흔히들 등산과 인생이 닮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면 오르막이 나오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내리막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목표를 달성한 후 내려올 때에는 더 조심해야 하고 긴장해야 한다. 같은 의미로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생과 닮은 히말라야를 오르내리며 스스로 늘 겸손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마주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조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갑자기 스마트폰 데이터가 터지는 것 같았다. 내 스마트폰에는 네팔 현지 유심 카드가 장착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런 카톡이 없었다. 뭐지?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가족들 모두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 아무 소식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빨리 내려가서 보고 싶은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국가, 300개 도시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동기부여(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전역), 도전, 성취, 강연,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달리기(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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