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 분석]
코로나 19 시대에 가장 큰 호재를 누린 곳을 고르라면, 적어도 한 명은 넷플릭스를 언급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OTT(Over-the-top media)서비스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전년 대비 31% 성장해 2021년 1분기 기준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 그 영향력은 이제는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을 정도인데, 쉴 때 뭐하냐고 물어보면 '넷플릭스 본다'를 고유명사처럼 사용할 정도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기업이다. 그런데 이런 넷플릭스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3년 이내로 디즈니 플러스에 글로벌 OTT 1위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한국에 서비스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생소한 디즈니 플러스는 그 콘텐츠를 하나씩 뜯어보면 친숙하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이미 유명한 영상들을 통합한 OTT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2019년 서비스 출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여러 서비스에 흩어져있던 디즈니 산하의 영화 및 TV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단일 채널로서, 현재 북미, 유럽, 아시아 태평양 등 61개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고 1만 3천 편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2021년 1월 기준, 4만 시간의 콘텐츠를 제공한 것에 비해 8천 시간의 콘텐츠만으로 넷플릭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넷플릭스 잘 쓰고 있는 사람에게 후발 주자인 데다가, 킹덤도 없는(?) 디즈니 플러스를 추천한다면 별다른 이유가 없는 이상 옮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써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가 가지는 10~16$의 구독 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7.99$에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향후 디즈니의 대표 서비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가성비 좋은 이용료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더해, 가족 이외의 타자 간 계정 공유를 막을 것으로 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있는 넷플릭스와는 다르게 디즈니 플러스는 계정 공유에서도 자유로우므로 실질적인 가격은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5개의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는 넷플릭스와 다르게 디즈니 플러스는 최대 7개까지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베이직은 480P, 스탠다드는 1080P, 프리미엄은 4K + HDR로 구독 요금 별 화질이 달라지는 넷플릭스에 비해 디즈니 플러스는 항상 4K + HDR을 제공한다.
디즈니 플러스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너무나도 친숙한 IP(지식재산) 콘텐츠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검증된 양질의 IP들을 소유하고 있기에 독점적인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구체적으로,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의 작품들에 이미 충성심이 강한 팬들이 포진해 있어 앞으로 만들어질 IP 기반의 자체 콘텐츠를 소비할 사용자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계속해서 증가하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다양성과 양까지 더 늘어난다면 요즘 볼 게 없다고 불만이 나오는 넷플릭스의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10월 12일, 투자 설명회에서 CEO 밥 차펙은 공식 성명을 통해 디즈니는 앞으로 OTT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 19로 인해 디즈니의 영화 및 놀이동산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은 반면에, OTT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즈니 플러스는 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즈니는 앞으로의 청사진에서 특히, 서비스 가입자를 대폭 늘리기 위한 콘텐츠 투자에 막대한 투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180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투자 중에서 디즈니 플러스에 대한 투자는 17.5억에서 9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디즈니 플러스와 자회사인 HULU, ESPN+를 합쳐 2024년,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3억 5천 명을 달성하여 글로벌 OTT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우리가 넷플릭스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의 콘텐츠를 발굴해 글로벌 유통을 거쳐 여러 콘텐츠를 성공시킨 넷플릭스는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OTT 서비스의 주요 경쟁력으로 설정하였다. 2020년에만 173억 달러를 콘텐츠에 들이부을 정도로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에는 2021년 한 해 55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해, 5년간 누적 투자했던 7700억 원의 70%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는 지속적인 재투자를 통해 시장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대표작들은 한국의 킹덤과 이태원클라스, 영국의 브리저튼, 프랑스의 마르세유 등이 있으며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국가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넷플릭스가 열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평소에 접하기 힘든 해외 드라마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명목 하에 플레이 버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퀄리티 있는 콘텐츠들을 해외 각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디즈니 플러스에 비해 팬덤이 약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하우스 오브 카드, 킹덤 등 여러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는 있지만, 긴 역사를 지닌 마블과 픽사 등에 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리처드 브로우튼은 “양보다 중요한 건 질”이라며 “디즈니는 디즈니 브랜드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꼭 봐야 한다고 느끼는 콘텐츠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디즈니 플러스에 존재하는 콘텐츠들을 모두 검증을 마친 작품들의 모임이기에 넷플릭스에 비해 콘텐츠 자체의 매력을 이미 대중들에게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에서 마블과 스타워즈의 팬덤은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에도, 한국의 역대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순위 20위 안에 디즈니 영화가 11편이나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디즈니가 가진 콘텐츠가 가지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디즈니 플러스의 로키는 2021년 7월 14일 시즌 1 종료와 함께 시즌 2 제작을 결정지었으며, 여러 평점 사이트들에서의 호평은 물론, Rotten Tomatoes 92%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디즈니 플러스는 기다려지는 서비스가 되었다. ‘완다 비전’, ‘팔콘&윈터 솔저’, ‘로키’ 등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마블 드라마는 해외에서는 이미 공개됐지만, 국내에서는 디즈니 플러스가 상륙하지 않아 시청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를 아직 우리가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력만큼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과연,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어뜨릴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