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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May 12. 2021

대표님의 호출 “할 말 있으면 하세요”

평화로운 5월,

오전 업무 시간에 뜬금없는 대표님 호출이 있었던 날이다.



터벅터벅 회의실로 걸어갔다. 부르셨으니 가야지~ 하는 당찬 모양새로 회의실까지 걸어가는 척했으나, 맥락 없는 타이밍에 부르셔서 심장이 매우 콩닥콩닥 했다.



회의실 문을 열고 고개 인사 후 자리에 앉았다.

대표님은 고개를 떨구고 계시다가 약 3초간 정적을 보내고 입을 떼셨다.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와 진짜 옛날 생각하게 되는 신박한 감정이 들었다. 바로 학창 시절 교무실에 불려 가서 듣는 담임선생님의 추궁이 주는 그 기분 말이다.



“선생님은 다 알아.

잘못한 거 있으면 네 입으로 지금 이야기해”



딱 이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회의실을 감쌌다. 근데 뜬금없이 할 말 없느냐니?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죄지은 사람마냥 '내 잘못'을 찾아내려고 했던 스스로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뭐가 그리 당당할 수 없었던가!



도대체 뭘까

뭐지

나 어제 뭐 실수했나

나 오늘 지각했나

인사를 안 했나

말투가 이상했나



10초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잘못을 했던가? 라는 필터링으로 어떻게든 찾아내보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이렇게 대답했다.



“할 말 없습니다”



그리고 대표님 다음 한마디



“아까 ***님 모니터 봤어요.

저한테 뭐 하고 싶은말 쓰고 있는 거 같던데,

지금 이야기하세요”



이 말을 듣자마자 오전에 열심히 적었던 메모장 내용이 떠올랐고, '안도'라는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어디서 오해를 산거야? 하는 마음으로 빠르게 되새겨보니, 바로 "대표님 안녕하세요." 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 뭉텅이를 보고 말씀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대표님 안녕하세요’ 에서 대표님은 우리 회사 대표님을 칭하는게 아니었다. 지난주 마케팅 강의를 해주신 광고대행사 대표님께 질문을 하는 일종의 편지 같은 거였는데.. 여쭤볼게 너무 많아서 메모장에 정리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걸 보고 당사자인 줄 알고 오해하셨다니..



단순 오해였다는 건 다행스러웠지만 상황을 대처하는 대표님 행동에 매우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우연이든 아니든 직원들 모니터를 보는 습관이 있다는 것. 그리고 최소 한 줄을 읽을 정도라면, 내용도 본다는 것. 사실 오해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 또한 마음이 찝찝해지는 부분이 있다. 직원이 먼저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릴수는 없었던걸까? 설사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떤가? 어떠한 주제로 소통하기에 앞서 누군가는 정리가 필요할수도 있는건데 이러한 부분에서 기다림을 배려받지 못했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모쪼록 별 일이 있던 날이라서 이를 계기로 좋은 교훈을 남길 수 있었는데, 바로 직원을 대하는 대표의 좋은 마인드셋.



직원들을 먼저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생각, 고민할 시간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 자체로 직원들은 은연중에 감사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앞으로 차근차근 일잘러가 되어 이러한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똑부러진’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뒤에서만 말 많아지는.. 너무 햇병아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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