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 놀이를 가르치는 본투비 힙스터의 민족
언젠가 핀란드를 소재로 다룬 영화 한 편을 보고 궁금해져 핀란드 관련 책을 찾아보고, 핀란드의 아이러니함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핀란드는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자, 동시에 '우울증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나라'였다. 핀란드에는 국토 전반에 수만 개의 호수가 있고 숲 역시 풍부하다. 백야로 유명하기도 한데 이 지형적 특성과 여타 경제적 특성(ex. 노키아의 붕괴..)들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우울증을 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학자들의 견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글루미한 나라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병맛 같지만 힙한 것도 같고 나도 같이 끼고 싶은 그런 축제들도 많다. 유명한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심지어 월드 챔피온쉽)>부터, <습지 축구대회>, <핸드폰 멀리 던지기 대회>, <신발 멀리 던지기>, <에어기타 대회>, <사우나 오래 참기 대회> 등등등... 이 사람들 정말 노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핀란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며 자살 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우울증을 사회문제로 이슈화 시키고 치료를 권하거나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여 국민들의 Mentality와 Happiness를 위해 소매 걷고 나선 이후부터는 자살률이 많이 줄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국민은 여전히 많지만 확실한 것은 안정적이고 안전하고 아주 평화로운 나라라는 것이다. 부패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신뢰 수준은 가장 높으며, 경찰을 비롯한 공공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이 아주 건전하다고 평가받는 나라이다. 이런 노력을 지속해온 핀란드에서 경쟁보다 안정, 차별보다 평등, 스트레스보다 놀이가 강조되어온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핀란드에서의 교육은 "너와 나의 행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불행의 씨앗이 남들과 자신의 수준이 다를 경우 이를 비교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이라도 한 듯(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학생들의 성적 차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편이고, 성적이 뒤쳐지는 학생은 차별대우받는 것이 아닌 '선생님께 보충지도'라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이들에게 교사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고, 그만큼 교사 또한 책임의식과 소명감으로 임하는 literally 교육계의 유토피아 같은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특별대우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다른 나라와 같은 점도 있겠지만, 핀란드 교육의 특이한 점을 꼽아보자면 '놀이 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학 수업시간은 선생님께서 문제 풀이를 해주시고 우리는 받아 적기 바쁜(자칫 한 눈 팔았다가는 설명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수포자가 되어버리는.... <- 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ㅎㅎ..) 그런 모습인데, 핀란드의 수학 수업시간은 보드게임과 퀴즈, 퍼즐의 향연이다. 선생님이 내주는 "암호 미션"을 풀기 위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양 옆의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이 암호를 푸는 데에 온 집중을 다 한다. 아무리 봐도 경쟁사회에 찌든 우리네 눈에는 노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억울한 점은, 이러한 교육이 핀란드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성, 창의성, 행복을 키워나가는" 교육 목표에 너무도 효율적이라고 한다. 우리도 인성교육받았고, 창의력 쑥쑥 씽*빅 같은 것도 해봤는데, 인성과 창의력은 우리가 해왔던 그런 방식으로 증진되는 역량이 아니다. 아이가 직접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구성되는 '사회적 지능'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실패도 많이 해봐야 성공하고, 인성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면서 수많은 감정들을 느껴봐야 다져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때로는 '놀이의 조력자'가 되어주기도, 때로는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이자 멘토인 '데미안'이 되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