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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r 15. 2020

기술이 바꾼 교육

개인화를 넘어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로


  점점 더 똑똑해지는 IT기술이 우리네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점점 더 많이 저장하고 분석하여 초고도화된 타겟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에 괄목할만한 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Bigdata)'기술이 이러한 양상에 불을 지핀 것인데, 제품의 기획단계부터 특히 마케팅에서 나노 단위의 세그멘테이션을 이용하면서 2020 트렌드로서 개인화를 넘어선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 비즈니스 트렌드가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SNS를 하다 보면 어쩜 그렇게 내게 딱 필요했던 광고들만 쏙쏙 보여주나 했다. 타겟팅 알고리즘 덕분에 월급은 단지 통장에 스칠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물을 잘 만났다고 봐야겠다. 교육업계에 잠재하고 있던 '맞춤화 교육경험'에 대한 수요가 기술의 트렌드를 잘 만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분명 나는 구구단을 아직 다 외우지 못했는데, 어느새 학교에서는 나눗셈을 배운다고 책을 넘기라고 했다. 이해가 안 된다고 손을 들어 질문하기에는 학급 친구들에게 폐를 끼칠까 소심하게 넘어가기 급급했던 경험. 이렇게 하나둘씩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진도를 나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어있었다. (실화..;;)



  초, 중, 고등학교 수준의 과목별 무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은 2011년에 이어 2015년 두 번째 TED 연단에 섰을 때, 이런 말을 한다. "시험 성적이 아니라 통달을 위해 가르칩시다."

여기서 Mastery를 통달이라 번역한다.

  그는 학습을 건물 짓는 과정에, 학습자는 건물을 짓는 건설업자에, 교사는 감독관에 비유한다. 이렇게 가정해보면 우리는 이런 기존의 학습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학습인지를 알 수 있다. 건물을 짓는 건설업자에게 2주를 줄 테니 건물 기반을 다지라 지시하고, 비가 올 수도 자재가 아직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 건설업자는 아무튼 2주 만에 기반을 다져놓는다. 그러면 감독관이 와서 "흠, 여기에 콘크리트가 아직 마르지 않았으니 80점 드리겠어요."라고 하고, 건설업자는 "감사합니다! 그럼 C네요. 자, 이제 1층을 지어봅시다!"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그가 말한다. 이렇게 2층을, 3층을 똑같이 짓다 보면 어느새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Mastery Learning(통달 학습)은 바로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을 100% 완벽하게 짓기 전까지는 다음 층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즉, 100% Master(통달) 하기 전까지는 다음 진도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그럼 공교육의 정규 진도가 제 시간 안에 나갈 수 있는가,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진도를 다 맞추려면 얼마나 많은 인력과 노고가 필요한 지 아느냐, 대규모 학생들의 일관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등. 현실의 많은 타협 앞에 우리는 "여태 이렇게 해왔으니까", "이게 현실적이고 편하니까", "이게 최선이라" 갖은 핑계들을 대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가장 무시해왔다.


  그러나 기술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술과 교육의 접목으로 인해 교육적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에듀테크(EduTech) 기업들의 행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초개인화 기술의 초개인화 교육(이라 명명해본다.) 트렌드는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웅진스마트올 ‘오늘의 학습’ 화면. 초등 전 과목을 학습할 수 있고, 아이의 학습 진도와 패턴에 따라 커리큘럼을 짜준다. (사진=웅진씽크빅 제공)


  교육공학이라는 학문은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교육 강국답게 우리나라도 에듀테크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AI가 학습자의 학습 패턴과 이해도를 학습하고, 다시 학습자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기술 덕분에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기술만 잘 활용한다면 학교에서보다 더 학습내용을 마스터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시험'에서 만큼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나라 한국에서 한 스타트업이 또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학습자의 모바일 학습환경 이탈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뤼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AI 토익 튜터 '산타 토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뤼이드(Riiid)'

  토익 기출문제와 문제풀이 데이터, 학습자의 문제 유형에 따른 정오답 패턴 등을 분석하여 어떤 유형의 문제가 오답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수험 최적화 서비스'를 개발해버린 기업이다. 심지어 에듀테크 분야의 연구 발전을 위해 이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이 젊은 기업은 꿈쩍도 않던 한국의 교육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기술에 대한 설명은 덮어두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교육의 의사결정자가 바뀌고 있다.


  교육에 개혁이 일어나는 방식은 여태까지 탑-다운(top-down)이었다. 위에서 이해관계자들(정책입안자, 학부모, 연구자, 학교 직원 등)에 의한 결정이 내려오면 학생들은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알지도 못한 채 착하게 말 잘 들으며 그렇게 공부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무시되었던 것이다. 기술이 교육에 주는 인사이트는 바로 교육을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학습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희망이다. 적어도 학습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트렌드가 형성된 이 시점에 학습자들에게는 자신의 학습에 자신이 의사결정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빠른 인터넷 환경을 활용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TPO(시간, 장소, 상황)에서 원할 때마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받쳐주니, 살만 칸이 말했던 교육의 유토피아 담론처럼 학습 진도를 개별 맞춤화시킬 수 있고, 모르는 부분은 언제든 다시 복습할 수 있으며, 추가적 학습에 인적자원이 추가되지 않아도 학습자가 원하는 만큼 학습할 수 있는 그런 유토피아가 구현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의 수혜를 입어 본인들의 교육에 대해서 만큼은 본인들의 목소리를 더 냈으면 한다. 그렇게 학생들이 직접 학교교육의 변화를 주관하는 에이전트로서 교육 개혁을 실현시켜나갈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래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참고>

- 이데일리, "교육기업 운명, 에듀테크 기술 수준이 좌우할 것" (김호준 기자)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716246622721472&mediaCodeNo=257&OutLnkChk=Y

- 매일경제, "인공지능 선생님 | ‘수포자’ ‘영포자’ AI 튜터가 구제할 수 있을까?" (박지훈 기자)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3/223435/

- ZDnet, "뤼이드, 모바일 학습환경 이탈 예측 연구 국제학회서 인정" (백봉삼 기자) http://www.zdnet.co.kr/view/?no=20200224170156

- Lee, Moosung. "What American urban secondary schools could be: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Journal of Educational Administratio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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