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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Aug 08. 2024

태국(5) 방콕에서 미사 참례

2024년 8월 04일(일)

미사 참례를 하기 위해 어제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일요일을 시작했다. 호텔에서 나와서 가장 가까운 성당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걷기 좋았지만 이내 땀이 나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먹기 위해 성당 근처 힙한 카페로 갔는데 우리나라 카페 인테리어에 가격도 우리나라 카페 가격이라 위화감이 없는 곳이었다. 커피와 샌드위치 등으로 배를 채운 뒤 미사 시간에 맞추어서 성당으로 갔다. 


우리나라 카페인줄 알았던 카페
꽃을 사랑하는 아이


우리가 미사 참례할 성 구원의 성당(Holy Redeemer Church, Wat phra mahathai)은 1949년에 설립되어 방콕에서는 나름 역사를 지닌 성당으로 건축 양식이 태국의 전통 사원 양식이기 때문에 매우 독특하고 고유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이나 고딕 양식, 비잔틴 양식도 아니고 모더니즘도 아닌 전통미가 돋보이는 멋스럽게 느껴지는 성당이었다. 우리로 치면 절 스타일이거나 한옥 성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이미 전 세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방콕에서 미사 참례한 성당


7,000만 명이 넘는 태국은 95%가 불교 신자라서 불교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소수 종교인 천주교 역사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들에 의해 16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상업 활동과 함께 천주교를 전파했으며, 특히 아유타야 왕조 시대에는 일부 왕족과 귀족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17세기 후반에 버마의 침략과 함께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었고 많은 신자들이 순교하거나 신앙을 포기해야 했다. 19세기 들어 서양 세력의 동남아시아 진출과 함께 천주교는 다시 태국에 소개되었지만, 불교 국가라는 태국의 특성상 성장은 더뎠다. 현재 태국의 천주교 신자 수는 전체 인구의 약 1% 미만으로 추정되었다. 대부분이 중국계와 서양인 후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태국 천주교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일치하며, 교황청에 직속된 교회 관할 구역으로 운영되었다.


미사 참례


주임 신부님은 호주 시드니에서 온 신부님이고, 강론은 스리랑카에서 온 신부님이 이끌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미사여서 솔직히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순서와 형식이나 성가 내용은 알고 있기 때문에 함께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우리나라보다 성가가 부르기 쉽고 멜로디가 대중적인 느낌이 들어서 따라 하기 좋았다. 성체를 영했을 때도 우리나라에서 하던 것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미사가 끝난 후 아이가 신부님께 축복받고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 이후 성물방에 들러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골라 샀다. 그리고 태국 전통 복장을 한 성모상이 있어서 집에 두려고 하나 구입했다. 나오는 길에 신부님에게 성물 축복을 받고 근처 룸피니 공원으로 갔다.


신부님과 함께


룸피니 공원(Lumpini Park)은 방콕 도심 속에 자리 잡은 태국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 중 하나로서 57만 제곱미터의 넓은 부지를 자랑했다. 1920년대 라마 6세 시대에 건립된 이 공원은 방콕 시민들에게 쉼터이자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도시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왕도마뱀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우리의 기대는 생각보다 일찍 실현되어서 얼마 안 되어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원 호수에서 타는 오리배가 무료라고 해서 줄을 선 다음 곧바로 오리배에 탑승했다. 이때 타느라 다리를 과하게 벌렸더니 나와 아이의 냉장고 바지가 찢어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페달을 부지런히 밟으며 고즈넉한 호숫가를 한 번 돈 다음 내려서 잠시 쉬다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닭튀김 식당으로 갔다.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2시쯤이었는데도 맛집이어서 그런가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왕도마뱀과 함께
오리배 타고 돌기
3인 3색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간 식당 안은 에어컨 바람으로 우리의 홧홧해진 뺨을 식혀주었다. 앉자마자 얼음통을 테이블에 놔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통닭 한 마리와 옥수수 쏨땀, 밥 두 그릇과 함께 병맥주, 아이스티, 제로 콜라를 주문했다. 껍질째 튀긴 마늘 후레이크가 올라가 있어서 감칠맛이 폭발하고 간이 잘 배어 있어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남김없이 싹싹 비우고 난 다음 택시를 타고 지글거리는 거리를 지나서 호텔로 돌아왔다.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 마트에 가서 망고, 파파야 등 과일과 컵라면, 과자 등을 샀다. 맥주도 살려고 했는데 특이하게 사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사지 못했다. 호텔 객실로 돌아와서 수영복으로 환복 한 다음 호텔 옥상에 있는 수영장에서 뜨거운 오후를 식혔다. 한참을 논 후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내일 갈 아유타야 여행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성공적인 점심 식사
주류 구입 제한
수영으로 보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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