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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Nov 18. 2021

용해

숨을 믿을 수 없어 맹물 속으로 고꾸라진 피는

영원히 동결하고 싶었다.

어디로부터 흘러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태생은 사주에 없었고 가는 곳을 알지 못했다.

흙 속에 묻힌 딱딱한 거북 등껍질이 물러지는 시간 동안

나의 피는 영하 30도의 얼음이 되었다.

기어코 투명해진 녹는점이 내리 찍히기를,

날카로운 파편이 살갗 위로 튀어 오르고.

생의 흐드러짐이여, 눈을 떠주기를.

초록빛 주검을 먹고 자란 작은 잎을 지나

강을 메운 하얀 얼음 덩어리 틈,

검은 금 사이로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본다.

미움을 용해한 붉은 물이 강이 되어 흐른다.





시 읽는 걸 좋아합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거든요.


저에게도 최근 말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키우던 거북이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두 번째 죽음입니다. 남은 한 마리가 외로울 것 같아서 또 한 마리를 사서 정성스레 밥도 주고 물도 갈아줬는데, 또 죽었습니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차가운 흙 속에 묻어주면서, 모든 존재는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생각합니다. 왜 꼭 어디로 흘러가야만 하는지, 왜 끝이 있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그래도 끝이 있기에 흘려보낼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이제는 압니다.


꽁꽁 얼어버린 강물에도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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