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눈이 오고 있었어요.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점점 함박눈이 되어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제 존재를 다시금 각인시키려는 듯 마지막 눈을 내려줍니다. 지독한 영하의 날씨에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며칠이고 꿈쩍하지 않았던 눈, 차갑고 황량한 땅을 제 집 삼아 불어났던 눈덩이들이 이제는 봄에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나뭇가지에는 꽃봉오리들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고 꽁꽁 얼었던 강물도 찰랑이는 속을 내보이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꽁꽁 얼은 강 위에서 갖가지 조잡스러운 놀이기구들을 운영하는 걸볼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스케이트, 썰매, 스키썰매, 바나나 보트 그리고 탱크까지!)
봄의 시작에서 맞이하는 갑작스러운 눈은 곧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축축한 땅을 보며 겨울이 아주 조금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