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이꺼이
꺼이꺼이
소리 없는 울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 집 창문 밖 새벽 두 시의 어둠을
나만 본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안 순간.
작은 두 발로는 버티기 힘들었던 어느 날
나는 가지고 있던 상자의 뚜껑을 살짝 열어
꺼내보이고 말았고
그 날 부로..
나는 단 한 번도 뚜껑을 열어보인 적이 없다.
표면장력이 생겼다.
한번 터졌던 액체는 상자 안에 고였고
분자는 최대한 적은 면적으로
되도록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혹시 살아있을지 모르는 번뇌를 퇴치하기 위해
그 위에 독한 세제를 뿌렸다.
무거움을 무거움으로 덮다간
무너져버릴 것이었기에
한 없는 가벼움으로
티끌 하나 없는 선으로 포장했다.
그리고는 얇은 표면 하나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꺼이꺼이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어본다.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