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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창 Dec 15. 2016

천재였다.

문뜩 그가 천재였었다는 걸 깨달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는 천재였다. 그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의 충만한 자기애가 좋았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만 보아도 자기애가 넘쳐난다. 남들이 무슨 말을 하던, 읽는 사람이 누구건 중요하지 않았다. 온전히 자신의 느낌이 중요했다. 그걸 글로 썼다.


잘 썼다. 천편일률 같은 글 속에서 그의 글이 빛났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름을 틀림으로 읽는 사회였다. 그런 일기 같은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그건 그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나는 남을 보고, 현상을 관찰하며, 물건을 묘사할 때 내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다. 내 머릿속에서 흐르는 감정은 남의 것이었다. 건조했고, 무미했다. 반면에 그는 머릿속에 촉촉하고 달콤한 감정들이 넘쳤다. 그는 그걸 캐치해 묘사했다.


그는 감성왕이었다.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었다. 그 모습마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천재와 닮아 있다.


나는 뒤늦게 천재를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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